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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선 시/정덕기 곡/소프라노 이미경/피아노 김민혜

오늘에야 그놈이 없어진 줄을 알았습니다
제가 언제 어디에서 그놈을 잃었습네까 그려
억척스런 소내기에 쫓겨 정신없던 영등포 로터리 쯤이겠습니까
제 영혼 흙바람 속을 쏘다니던 봄이거나
쇼핑백 가득 가득 채우고 싶은 욕망을 쫓아
허둥대던 성탄절 무렵의 버스정류장은 아닙네까

아이고 정신머리 하군

첫사랑 앓고 난 후 어느 가을 아침
밤새도록 버석거리던 낙엽에 묻고 태워버린
일기장 갈피속에 끼워져 있었습네까
이걸 어쩌겠슴매
아득히 길들이 좁디 좁은 어깨를 웅크리는 해질녘
살얼음 낀 돌밭 엎어지며 내달으며
갯버들 꺾으며 시간 모르던 어린 봄은 분명 아닙네다

아무도 재발급해 주지 않는
영혼의 신분증 주우신 분 꼭 연락 주시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