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걸터앉아 발밑에 흘러가는
아득한 산세를 바라보면
마음은 청둥오리 둥두럿 보름달로 떠올라
도원경 건너가는 무지개 끈을 담긴다
서늘한 다듬잇돌 소리를
아직 독과점 품목으로 지키고
두 손을 겨드랑이 찌른 채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보는 저 깊은 세상은 너무 멀다
햇볏짚 인 지붕위로
달바리 해바리를 새끼줄로 얽어매고
쟁기나 삽날에 묻은 흙은 털지 못한다
살갗에 옻이 올라 근질거리는 독을 품고
비밀한 살을 씻는 개울가
뻐꾸기 울음 몇 방울 동동 기름기로 떠돈다
치불고 내부는 바람들 머리 톱날을
갈아 까운 댓잎은 가슴에 숨겨진 장검을 뽑아
밑둥이 베어 눕히고 터 잡아 살면서
천일염 대나무 숙청으로
달군 속을 퉁소로 불어내고
숫돌에 갈리운 흰니를
메밀꽃처럼 웃어도 보고
쉽게 저무는 저녁 토담집
굴뚝에 흰 연기 올리고
한밤에 푸른 이슬로 익은 절의를
무명 때로 졸라매고
축에 몰린 시간은 세상 밖으로 떨어진다
어디가 좌청룡 우백호인가
청학은 거장의 몸짓 일으키고
떼까치 한 두름 소나기 내릴 때
홀로 우는 청상의 박이 여문다
감나무 가지 끝 초승달 반쪽만 걸어놓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