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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항에서

앨범타이틀 | 한국예술시곡연구회 신작가곡모음2집  (1999) ☞ 앨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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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애 시/김수정 곡/테너 정필륜/피어노 정연희

원래 우리들 뼈였던 바다
이제 살과 피만 남아 뜨겁게 소용 도는데
풀 한포기 날짬없게 면경같이 갈아놓고
황토에 짚단 썰어 흙반쪽 토방을 짓고
선명한 조선 태극도 대문 여렁 젖히면
맨드라미 채송화 청도라지 키를 낮추고
마루 밑 토종개 싯퍼런 청명을 짓다
알은체 하는데 마당에 볏붉은 장닭이
햇나락 같이 찰진 햇살을 쪼는데
통바리 품이 솔아
그저 바라볼 수 밖에요

대대물림 장신구 저 바다를 녹이 끼어 닦아 쓰다
변모를 꿈꾸던 등가죽 검게 타는데
매캐한 짚불 연기로 찬 아침 안개를 걷어내면
죽도는 위험수위 일보직전 이제 두상만 남았는데
개인 소장품에 손대지 말라니
그저 바라볼 수 밖에요

조바심 치던 후릿배 물마루 성큼 올라사면
초아흐렛달 해안선이 은소반에 받쳐
턱밑에 들이대면 혼절 아니면 잠들 수 없는데
햇미역 검던 머리 비녀를 풀면
어둥 뭉텅 떨어지는데
눈물에도 소금 꽃이 팬 흰 잇속 들어내고
박장치는 그대 물도 꽃도 아닌 그대는
발바닥이 닿지 않는 저 깊이로 자먁질해 가고
먼발치로 내 해골 같은 안탯곳
달 하나 둥둥 떠다니는데
그저 바라볼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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