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

이순희 시  |  박이제 곡  | 소프라노 강혜정

말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세월은 차츰 그를 잊어가고
그를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내 기억 속에서도
그는 잊혀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하늘 한 쪽 기슭에서
말 대신 온몸으로 시를 쓰고 시를 썼습니다

말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앵무새 흉내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도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세월은 차츰 그를 잊어가고
그를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내 기억속에서도
그는 잊혀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녘 하늘 한 쪽 기슭에서
하늘을 온통 시로
온통 시로 물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