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의 기도

진규영 시 /윤지훈 곡/테너 박진형/피아노 김윤경

오를 때 힘들 듯이 내려갈 때 두려우니
오를 때 험한 길을 살펴주심과 같이
간절히 하산하는 이 기도를 들어주소서
땀흘린 포도밭의 비탈길을 내려가며
미미한 추수나마 감사하게 하시고
힘겨운 그날의 노고를 안식하게 하소서
슬픈 이를 만나면 같이 울게 하시고
기쁜 이를 만나면 손뼉치게 하시고
누그든 따뜻한 가슴을 교감하게 하소서
반대를 하더라도 귀담아 들어주고
모임에선 겸손하게 한 자리 내려앉고
양보와 절제는 먼저 행하게 하소서
쥐면 주먹이 되고 펴면 악수가 되는 손
사람을 당길 수도 밀어낼 수도 있는 손
손잡고 서로 당기어 하나되게 하소서
산에서 건진 것은 산에 죄다 돌려주고
강에서 건진 것은 강에 옴싹 넣어주고
고향길 막차 타듯이 돌아가게 하소서
꽃피는 봄 아침엔 꽃 이야기 향기롭고
달 밝은 가을밤엔 달 이야기 정다운
우리의 파란 마음에 시를 쓰게 하소서
우리의 파란 마음에 시를 쓰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