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부석

신진 시/권오철 곡/소프라노 이지혜/피아노 정연희

온 산에 불이 붙던 날
불길은 몽고의 암말처럼 부르짖으며
둥그시 둥그시 거대한 양귀비 꽃처럼 피어 올랐어
질펀 질펀한 꽃들이 떨어지고
온산이 온통 달아올랐어
다람쥐 토끼 노루 사슴이 달아오르고
늑대 곰 삵쾡이 너구리가 달아오르고
황새 참새 독수리 딱따구리가 달아오르고
개나리꽃 찔레꽃이 달아오르고
동해바다 거북이도 기웃거렸어

별은 별대오 풀잎은 풀잎대로
옷을 벗고 편지도 없이 왕래하였지

살내 진한 김해 김씨 미망인께선
맨살로 불을 쪼이고 계셨어
미망인께서 돌아 앉으시면
강물이 넘고 온산 산짐승부터
꽃잎까지 느껴 울었어
바위떼 무너져 내리는 한 길을
꽃잎 안같이 보드라운 맨발로 걸어
미망인께선 짐승의 방마다 돌아보시고
이따금 보석같은 눈물을 떨구시었지
떨어진 눈물은 소나기 오는날에 꽃으로 피어
빨간 몸으로 비를 맞았어
빨간 몸으로 비를 맞으면
짐승들도 곁에서 떼로 비를 맞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