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향기

재의 향기
한여선 시 이귀숙 곡 소프라노 우수연 피아노 백설

우리의 셈일랑 향인에 맡겨 두고
민들레 꽃잎 나면 꽃잎이나 세어 보며
별 나비 오시는 길 두루두루 닦아두리
매 눈으로 흘겨보던 봄날의 사이사이 누구 왔는가
정인을 맞기도 전 봄은 저만치 달아나고 없어라
꽃 시절 한 자락은 한 숨에 젖었어도
궂은 맘 올을 펴서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새 철이 오시려니 갈 밝혀 맞으리라
해 꼬리 앉은 쪽마루에 가는 시절 앉혀 놓고
허투루 뱉는 말씀에 심정 묻어나는 날
때 잊은 밀잠자리 혼자 허공을 맴 도네
동짓달 초사흘 별 같은 인생의 허방에서
그대가 나인지 내가 그대인지
따지고 셈하기엔 이미 기운 사시절
향인에 재의 향기 성간을 흘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