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행 테너가 학업을 마친 기념으로
'한국가곡집'을 냈습니다. 거기에 끼어 있던 곡 중의 하나입니다.
그의 초기의 독창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LP로 되어 있는 것을 내 마음의 노래 운영자께서 CD로 복각해서
올려 놓은 것 같습니다.
작시자로서 고마움을 표하고 싶고
리플을 달아 주신 권호 님께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평범하고 단순한 멜로디지만 맺히는 곳 없이 물흐르 듯 애잔한 선율을 따라 시적 화자의 정서가 스며나오는 좋은 곡입니다. 시어도 서산에 걸린 노을, 귀뚜라미 우는 밤, 언덕에서 바라보는 초승달 등 1970년대 이전이라면 아마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했을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50대 이상의 청중들에게는 보편적인 정서를 자극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귀뚜라미 소리는 이제 시골에서조차 듣기가 어렵지만...
그동안 너무 화려한 노래에 귀가 멀었나 봅니다.
이제는 지나간 학창시절이 빛바랜 흑백사진 아래에서 스멀거리듯 떠 올라와 7080가요를 들을 때면 알수 없는 싸함에 애가 아리는 맛을 아는 나이가 되었지요.
이 노래 또한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의식은 그 때로 향하나 다시 돌아보면 몸이 머무르고 있는 현실은 너무나도 생경하여 알 수 없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느끼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