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사람들-코리아프렌즈 합창단
“아마추어를 환영합니다.
노래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됩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산본 신도시의 문화예술공간인 군포시민회관 합창실에서는 안양·군포·의왕·과천 지역의 첫 혼성 아마추어 합창단 ‘코리아프렌즈’의 맹연습이 두 시간씩 펼쳐진다.
지난 10월 첫 걸음을 내디딘 이들은, 몇 명의 성악 전공자들을 제외하고는 그 옛날 학창시절 합창부·성가대·음악교실에서 잠깐 합창의 ‘맛’을 봤거나 아예 노래를 처음 해 보는 사람들이다.
20대에서 60대까지의 폭넓은 연령층만큼 직업도 자영업·회사원·약사·주부 등으로 무척 다양하다.
연결고리는 단지 ‘수도권 남부 지역에 산다’는 것 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해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창(窓)은 제한돼 있습니다.
하지만 ‘신(神)이 만든 최고의 악기’라는 자기 자신의 몸으로 연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합창을 하는 도중 각 성부(聲部)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소리에 내 목소리가 포함돼 있다는 생각에 때론 전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창단의 산파역을 맡은 서진석(徐晋錫·43) 총무는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로 음악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1999년, 우연한 기회에 산본성당 성가대 모임에 참석했다가 합창이 주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군포시민회관·안양문예회관 등 훌륭한 공연장이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에 부응하고 있고, 많은 예술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는 이 지역에 유독 아마추어 혼성합창단의 활동만은 미미했다.
‘새로운 합창단을 만들자’는 취지에 수리오페라단 단장인 김영철(金英哲·46)씨,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 김홍기(金弘基·49)씨, 작곡가 장석기(張錫基·45)씨 등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힘을 모았다.
경기 남성합창단에서 6년 동안 활동했던 안병준(安炳俊·48)씨가 단장을 맡았다.
호응은 빨랐다.
현수막과 포스터가 홍보의 전부였지만 두 달만에 70여명의 단원이 모였다.
‘열정과 화합, 솔선수범’이라는 문구에 걸맞게 단원들의 참여와 열성은 대단했다.
합창단의 최고령자인 김식만(金植萬·63) 고문은 연습시간보다 30분씩 일찍 나와 정리정돈을 도맡았고, 여성단원들은 악보 배부와 출석점검을 자발적으로 맡아 마치 ‘아주 오래된 합창단’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
서진석 총무는 “목요일 연습시간이 일주일 내내 기다려진다”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각각의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지휘를 맡은 박근식(朴根植·36) 수리오페라단 사무국장은 “오디션 같은 걸 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엔 음정을 전혀 모르시는 분들도 있었다”며 “두 달동안 꾸준히 노력한 결과 지금은 중간 정도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웃었다.
이들은 새해인 2003년이야말로 ‘창단 연주회’를 가지게 되는 해인만큼 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코리아프렌즈는 내년 5월 중순 군포시민회관에서 첫 공연을 열고 ‘봄이 오면’ ‘남촌’ ‘음악이 있기에’ 등 국내외 가곡을 들려주고, 지역 순회공연도 가질 예정이다.
안병준 단장은 “현재 남성 단원이 매우 부족해 혼성이 제대로 되지 않을 지경”이라며 ‘아버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퇴근해서 술 한잔 마시고 집에 들어오는 것보다는, 이런 예술활동에 참여해서 ‘노래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신도시 지역 이웃간의 소외나 단절도 극복하고요.
[조선일보] 2002-12-31
노래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됩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산본 신도시의 문화예술공간인 군포시민회관 합창실에서는 안양·군포·의왕·과천 지역의 첫 혼성 아마추어 합창단 ‘코리아프렌즈’의 맹연습이 두 시간씩 펼쳐진다.
지난 10월 첫 걸음을 내디딘 이들은, 몇 명의 성악 전공자들을 제외하고는 그 옛날 학창시절 합창부·성가대·음악교실에서 잠깐 합창의 ‘맛’을 봤거나 아예 노래를 처음 해 보는 사람들이다.
20대에서 60대까지의 폭넓은 연령층만큼 직업도 자영업·회사원·약사·주부 등으로 무척 다양하다.
연결고리는 단지 ‘수도권 남부 지역에 산다’는 것 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해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창(窓)은 제한돼 있습니다.
하지만 ‘신(神)이 만든 최고의 악기’라는 자기 자신의 몸으로 연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합창을 하는 도중 각 성부(聲部)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소리에 내 목소리가 포함돼 있다는 생각에 때론 전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창단의 산파역을 맡은 서진석(徐晋錫·43) 총무는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로 음악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1999년, 우연한 기회에 산본성당 성가대 모임에 참석했다가 합창이 주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군포시민회관·안양문예회관 등 훌륭한 공연장이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에 부응하고 있고, 많은 예술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는 이 지역에 유독 아마추어 혼성합창단의 활동만은 미미했다.
‘새로운 합창단을 만들자’는 취지에 수리오페라단 단장인 김영철(金英哲·46)씨,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 김홍기(金弘基·49)씨, 작곡가 장석기(張錫基·45)씨 등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힘을 모았다.
경기 남성합창단에서 6년 동안 활동했던 안병준(安炳俊·48)씨가 단장을 맡았다.
호응은 빨랐다.
현수막과 포스터가 홍보의 전부였지만 두 달만에 70여명의 단원이 모였다.
‘열정과 화합, 솔선수범’이라는 문구에 걸맞게 단원들의 참여와 열성은 대단했다.
합창단의 최고령자인 김식만(金植萬·63) 고문은 연습시간보다 30분씩 일찍 나와 정리정돈을 도맡았고, 여성단원들은 악보 배부와 출석점검을 자발적으로 맡아 마치 ‘아주 오래된 합창단’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
서진석 총무는 “목요일 연습시간이 일주일 내내 기다려진다”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각각의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지휘를 맡은 박근식(朴根植·36) 수리오페라단 사무국장은 “오디션 같은 걸 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엔 음정을 전혀 모르시는 분들도 있었다”며 “두 달동안 꾸준히 노력한 결과 지금은 중간 정도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웃었다.
이들은 새해인 2003년이야말로 ‘창단 연주회’를 가지게 되는 해인만큼 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코리아프렌즈는 내년 5월 중순 군포시민회관에서 첫 공연을 열고 ‘봄이 오면’ ‘남촌’ ‘음악이 있기에’ 등 국내외 가곡을 들려주고, 지역 순회공연도 가질 예정이다.
안병준 단장은 “현재 남성 단원이 매우 부족해 혼성이 제대로 되지 않을 지경”이라며 ‘아버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퇴근해서 술 한잔 마시고 집에 들어오는 것보다는, 이런 예술활동에 참여해서 ‘노래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신도시 지역 이웃간의 소외나 단절도 극복하고요.
[조선일보] 2002-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