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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프로들이 선정한 우리분야 최고-클래식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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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주가와 공연계 관련자들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최고의 한국인 성악가’로 소프라노 홍혜경과 조수미를 동시에 꼽았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최고의 연주가’에는 피아니스트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우수한 실력을 발휘해온 한국인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후진 양성에 공헌한 국내 최고의 음악교육자로는 정진우 서울대 명예교수가 각각 선정됐다.

본보 문화부는 17일 건반 관악 현악 성악 지휘 등 국내 음악계 각 분야를 대표하는 연주가와 공연기획사 기관 관계자 등 109명에게 연주계 각 분야의 최고 권위자를 묻는 설문을 발송했다. 20일까지 회수된 응답은 총 37건으로, 출판 연극 영화 방송 등 지금까지 시리즈에 등장한 여타 분야에 비해 회수율이 극히 저조했다. 설문 문항은 26개였으며 각 항목에 대해 3명의 연주가 또는 3개의 해당 기관을 추천해 줄 것을 부탁했다. 문항에 따라 답을 하지 않거나 1, 2개의 응답을 한 경우도 합산에 동등하게 포함시켰다.

응답을 합산 분석한 결과 국내 최고의 관현악단과 오페라단, 연주회장, 공연기획사 등 최고의 공연기관 또는 단체를 묻는 질문에는 각각 KBS교향악단, 국립오페라단, 예술의전당, 크레디아가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차지했다. 교향악단 부문의 경우 90년대까지 KBS교향악단과 함께 국내 교향악 운동의 견인차로 불렸으나 최근 노사갈등 등 내홍을 겪은 서울시 교향악단의 퇴조가 두드러졌다. 또 예술의 전당 ‘말러 교향곡 시리즈’ 등을 통해 고정팬을 꾸준히 심어온 부천필의 약진이 돋보였다.
오페라단의 경우 90년대 초반까지 유지되던 국립·김자경·서울오페라단의 3각체제가 무너진 후 국립오페라단에 버금갈 뚜렷한 ‘적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3명의 응답자는 1999년 이후 ‘오페라 축제’ 등을 이끌어온 예술의전당을 ‘최고의 오페라단’으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분야별 최고의 예술가로는 성악 외 건반악기에 백건우, 지휘에 정명훈, 현악에 장영주가 뽑혔다. 정경화는 모든 분야를 통해 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출중한 실력을 보인 한국인 연주가 부문에서 22표를 기록해, 장영주보다 3표를 앞섰다. 그러나 ‘최고의 한국인 현악 연주가’를 묻는 질문에선 장영주에 비해 3표 뒤졌다.
해외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연주가를 제외한 국내 연주가 중에서는 성악에 최현수, 건반악기에 김대진, 지휘에 임헌정, 현악에 양성원이 각각 ‘최고의 연주가’로 지목됐다.
일부 부문의 경우 작고한 인사가 응답자들로부터 많은 표를 받았으나 ‘현역 활동가’를 선정한다는 설문 취지에 맞지 않아 순위에서 배제시켰다. 또 당초 설문에는 ‘가장 협연하고 싶은 연주가’(연주가 대상) ‘가장 공연을 주최하고 싶은 연주가’(기획사·공연기관 대상) 등의 설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응답을 취합한 결과 각각 작은 표수로 응답이 분산되어 유의미하지 않다고 판단, 공개 결과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최고 디바 성악가 홍혜경, 음악팬은 조수미▼
정상의 두 ‘디바’에 대해 우열을 묻는 것은 우문이었을까. 음악계 프로들은 ‘가장 뛰어난 한국인 성악가’로 나란히 홍혜경(사진) 조수미씨를 뽑았다. 홍씨는 ‘전문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조씨는 ‘대중성’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다. ‘같은 마당’에 속한 성악가들은 ‘최고의 성악가’ 3명을 뽑는 설문에 8명 전원이 홍혜경씨를 꼽은 반면 5명만이 조수미씨의 이름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 성악가는 “조씨의 밝고 화려한 음성은 모든 계층에 어필하며, 차분하고 서정적인 홍씨의 음성은 성악인의 ‘표준모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홍씨는 “막내아들(8살)이 엄마와 떨어져있기 싫어하는 등 몇가지 이유로 고국에 자주 들르지 못했는데, 높은 평가를 내려주어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밀라노 ‘라 스칼라’ 무대에 서기도 한 그는 올해 말 EMI에서 한국가곡집 앨범을 전세계 동시발매할 계획.
최근 컨디션 이상으로 시드니 오페라 출연을 갑자기 취소, ‘임신설’이 대서특필되기도 했던 조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음악인들의 사랑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과 예술적 완성을 동시에 이뤄낸 홍씨의 열정적인 삶에 항상 공감과 존경을 갖고 있다. 나도 나를 닮은 딸과 가정을 갖고 싶지만 일 쪽의 욕심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컨디션을 회복한 조씨는 23일부터 로마 가극장에서 도니제티 ‘라메르무어의 루치아’ 타이틀롤로 다시 무대에 선다.

▼ 최고 연주가 김대진 ▼
“글쎄요, 어떻게 그런 결과가….”
‘국내 최고의 연주자’로 선정된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사진)는 한동안 ‘이해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자가 ‘왕성한 콘서트에다 음반출반, 제자양성까지 다채로운 성과를 이뤄오지 않았느냐’고 ‘설득’하자 “그런 점을…” 이라며 마지못한 듯 ‘동의’했다.
82년 서울대 음대 재학중 도미, 줄리어드음대에서 학부와 박사과정까지 마친 그는 85년 카자드시 콩쿠르, 86년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1등을 거머쥐며 국제 무대에서 전문 연주가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9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취임, 귀국했다. 83년 소련의 KAL기 격추사건으로 은사 오정주교수가 사망하자 변방국가의 슬픔을 깊이 절감한 그는 ‘모국의 음악계를 풍요하게 하는데 힘쓰겠다’고 은사의 영전에 맹세했다고 회상했다.대학에 재직하면서도 2000년 베토벤 협주곡 전곡 1일 연주회 등 과감한 도전을 계속 성공시켰고 2001년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7곡 전곡 연주라는 대장정에 착수, 현재 절반 정도를 소화했다. 음악 초심자를 위한 ‘김대진의 음악이야기’ 콘서트 시리즈는 6회 매진의 대성공을 이뤄냈고, 존 필드와 쇼팽의 녹턴(야상곡) 음반도 출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제자 손열음이 2002년 비오티 국제콩쿠르에서 우승, 교육가로서의 성취감도 맛봤다.
“당분간 하던 일을 열심히 계속할 뿐”이라며 말을 아끼던 그는 “10년 뒤엔 전문 지휘자로 데뷔하고 싶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문헌 등을 통한 기본적인 ‘공부’부터 시작하겠다”며 또 다른 의욕을 보였다.

▼최고 지휘자 임헌정 ▼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부천 필 단원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최고의 지휘자’로 선정된 임헌정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서울대 교수·사진)은 최근 ‘은둔 중’으로 알려질 만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전화로 연결된 그는 ‘단원들에게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부천 필 사령탑에 오른 지 15년. 눈빛 하나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치밀한 교감을 단원들과 공유해왔다. 덕분에 서울의 그만그만한 위성도시 중 하나로만 여겨져온 복사골 부천은 이제 교향악 팬과 문화계 인사들에게 ‘부천 필이 있는 도시’로 기억된다.
임 감독의 별명은 ‘한국의 아바도’ ‘한국의 래틀’. 독일 베를린 필 전현직 지휘자의 이름을 빗댄 것으로, 때로 팬들을 의식하지 않는 치열한 실험정신에다 말러를 좋아하는 점, 최근 아바도가 병치레를 한 점까지 연상하게 만든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신 무력증에 시달려왔다. 1999년 예술의전당과 손잡고 야심차게 출발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도 1년 연기해 올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다행히 최근에는 크게 좋아졌지만, 얘기를 많이 하면 피로가 가중돼 사람을 피하다보니 ‘은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는 웃었다.
“말러가 너무 육중하기에 그동안 미뤄두었던 계획이 너무도 많습니다. 올해는 슈베르트와 슈만, 브람스의 알려지지 않은 곡이나 19세기 작곡가들의 편곡 연주판을 팬들 앞에 띄워볼 생각입니다.”

▼설문에 답한 분들(가나다순) ▼
▽건반=강충모 서혜경 손국임 신수정 오주희 윤철희 ▽관악=김동진 동준모 장준화 장한업 ▽성악=강미자 김향란 나경혜 박미혜 박세원 박수길 정은숙 최현수 ▽지휘=강석희 박영민 서현석 ▽현악=김민 나덕성 백청심 송희송 피호영 현민자 ▽공연기관=금호아트홀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공연기획사=빈체로 서울예술기획 스테이지원 CMI 음연 크레디아 파홀로

동아일보 [2003-02-24] 
취재 /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rel="nofollow">gustav@donga.com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rel="nofollow">suhchoi@donga.com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rel="nofollow">swon@donga.com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rel="nofollow">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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