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신동일. 김대성.원일씨 '왁자지껄한 음악판 만들고파요'
[한겨레]|2000-01-03|25면 |01판 |문화 |기획,연재 |1833자
새 천년을 맞은 그들의 머릿속은 온통 일욕심으로 가득하다. 할 일도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은 더 많다. 음악동네의 차세대 기수로 손꼽히는 신동일(35), 김대성(33), 원일(33)씨. 젊음과 순수, 열정을 버팀목 삼아 한국음악의 새로운 줄기 찾기에 매달려온 그들에게 21세기는 여전히 90년대처럼 희망과 불안이 엇갈리는 현재진행형의 시공간이다. 작곡과 연주, 공연기획 등에서 전방위 활동가로 뛰며 우정을 쌓아온 세 사람이 한 세기가 저무는 지난 29일 만났다. 평소 일 때문에 좀체 대면하지 못했던 터라 반가운 기색이다. "올해 결혼할지 모른다"는 원씨와 "작곡으로 밥먹고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더니 작품위촉이 밀려들어 고민"이라는 김씨의 말에 파안대소한 그들은 쟁점 없이 지리멸렬하게 끝난 90년대 음악계에 대한 우려를 털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셋의 활동영역은 뚜렷이 다르다. 서울대 작곡과를 나온 연장자 신씨는 지난 88~96년 미국에서 '열림'이라는 창작음악모임을 운영했고, 귀국 뒤엔 콘셉트음반 (푸른 자전거)를 기획한 데 이어 지난 4월엔 듣기 편안한 선율로 꾸려진 미르현악4중주단의 소품집 (저녁 풍경)을 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난해한 현대음악의 틀 대신 익숙한 선율 중심의 조성음악에 몰두해온 그는 대중적인 제3의 음악장르를 고집한다. 반면 작곡가 김씨는 양악과 국악에 대한 학구적 이해를 바탕으로 전통음악에 바탕을 둔 새 한국음악 만들기를 시도중이다. 수천점의 민요 채보작업을 계속해온 그는 서양 관현악곡부터 전통국악과 양악의 접합, 민요풍 가곡 등 폭넓은 장르를 추슬러왔다. 최근에는 이윤택씨 연출의 밀레니엄 뮤지컬 (태풍)의 음악을 맡아 화제를 뿌렸다. 지난 96년 영화 (꽃잎)의 음악으로 스타가 된 작곡가 원씨는 지휘자, 타악연주그룹 '푸리'의 리더로서도 활동하며 힙합, 록 등 대중음악쪽으로 저변을 넓힌 감각파 음악인. 서로 생각은 달라도 학맥의 아성을 쌓은 음악계에 대한 문제의식과 순수음악의 대중적 소통에 대한 갈망을 지녔다는 점에서 이들의 만남은 숙명적이기까지 하다. "주위에 뜻맞는 이들이 별로 없어 처음 보자마자 쉽게 친해져버렸어요." 원일씨의 말이다.
셋의 만남은 96년 신씨와 김씨가 회원으로 있는 민족음악연구회가 구심점이 됐다고 한다. 미국에서 활동했던 신씨가 귀국하면서 민음연 창립멤버 김씨와 자연스럽게 뜻이 맞았고 단체의 연주 등을 도와온 원씨와도 인연이 이어졌다. 이들은 작곡가 마도원씨가 만든 전경옥씨의 음반 (혼자사랑)의 편곡작업을 함께 하며 '도깨비'라는 젊은 음악모임을 구상하기도 했다. 바쁜 스케줄과 경제사정 때문에 팀은 깨졌지만 셋을 잇는 음악적 끈은 여전히 끈끈하다. 김씨는 "80년대말부터 공연 현장에서 연주와 창작을 병행하며 음악판의 생리를 배워온 탓에 우리는 서로 음악세계에 대해 쓴소리를 던질 줄 아는 동지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원씨는 김씨에게 설장구 장단을 가르쳐줬고, 대중적 흡입력이 강한 신씨나 학구적인 김씨의 전통 탐구는 원씨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새해에 셋은 조금씩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신씨는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소품 등에 힘을 써볼 계획이고, 김씨는 수천점의 민요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일상과 결합된 전통창작음악을 써보겠다는 생각이다. 원씨는 장편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스) 음악작업 외엔 국악창작곡들을 좀더 새롭게 편곡하며 지휘.작곡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자신들의 작업이 한국음악의 뿌리 다지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과 그 과정에서 더욱 많은 교감이 필요할 것임을 그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음악판은 너무 재미 없었어요. 새 세기엔 음악동네가 뜨겁고 왁자지껄했으면 좋겠습니다." 눈빛을 빛내며 던지는 셋의 새해 소망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rel="nofollow">nuge@hani.co.kr
새 천년을 맞은 그들의 머릿속은 온통 일욕심으로 가득하다. 할 일도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은 더 많다. 음악동네의 차세대 기수로 손꼽히는 신동일(35), 김대성(33), 원일(33)씨. 젊음과 순수, 열정을 버팀목 삼아 한국음악의 새로운 줄기 찾기에 매달려온 그들에게 21세기는 여전히 90년대처럼 희망과 불안이 엇갈리는 현재진행형의 시공간이다. 작곡과 연주, 공연기획 등에서 전방위 활동가로 뛰며 우정을 쌓아온 세 사람이 한 세기가 저무는 지난 29일 만났다. 평소 일 때문에 좀체 대면하지 못했던 터라 반가운 기색이다. "올해 결혼할지 모른다"는 원씨와 "작곡으로 밥먹고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더니 작품위촉이 밀려들어 고민"이라는 김씨의 말에 파안대소한 그들은 쟁점 없이 지리멸렬하게 끝난 90년대 음악계에 대한 우려를 털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셋의 활동영역은 뚜렷이 다르다. 서울대 작곡과를 나온 연장자 신씨는 지난 88~96년 미국에서 '열림'이라는 창작음악모임을 운영했고, 귀국 뒤엔 콘셉트음반 (푸른 자전거)를 기획한 데 이어 지난 4월엔 듣기 편안한 선율로 꾸려진 미르현악4중주단의 소품집 (저녁 풍경)을 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난해한 현대음악의 틀 대신 익숙한 선율 중심의 조성음악에 몰두해온 그는 대중적인 제3의 음악장르를 고집한다. 반면 작곡가 김씨는 양악과 국악에 대한 학구적 이해를 바탕으로 전통음악에 바탕을 둔 새 한국음악 만들기를 시도중이다. 수천점의 민요 채보작업을 계속해온 그는 서양 관현악곡부터 전통국악과 양악의 접합, 민요풍 가곡 등 폭넓은 장르를 추슬러왔다. 최근에는 이윤택씨 연출의 밀레니엄 뮤지컬 (태풍)의 음악을 맡아 화제를 뿌렸다. 지난 96년 영화 (꽃잎)의 음악으로 스타가 된 작곡가 원씨는 지휘자, 타악연주그룹 '푸리'의 리더로서도 활동하며 힙합, 록 등 대중음악쪽으로 저변을 넓힌 감각파 음악인. 서로 생각은 달라도 학맥의 아성을 쌓은 음악계에 대한 문제의식과 순수음악의 대중적 소통에 대한 갈망을 지녔다는 점에서 이들의 만남은 숙명적이기까지 하다. "주위에 뜻맞는 이들이 별로 없어 처음 보자마자 쉽게 친해져버렸어요." 원일씨의 말이다.
셋의 만남은 96년 신씨와 김씨가 회원으로 있는 민족음악연구회가 구심점이 됐다고 한다. 미국에서 활동했던 신씨가 귀국하면서 민음연 창립멤버 김씨와 자연스럽게 뜻이 맞았고 단체의 연주 등을 도와온 원씨와도 인연이 이어졌다. 이들은 작곡가 마도원씨가 만든 전경옥씨의 음반 (혼자사랑)의 편곡작업을 함께 하며 '도깨비'라는 젊은 음악모임을 구상하기도 했다. 바쁜 스케줄과 경제사정 때문에 팀은 깨졌지만 셋을 잇는 음악적 끈은 여전히 끈끈하다. 김씨는 "80년대말부터 공연 현장에서 연주와 창작을 병행하며 음악판의 생리를 배워온 탓에 우리는 서로 음악세계에 대해 쓴소리를 던질 줄 아는 동지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원씨는 김씨에게 설장구 장단을 가르쳐줬고, 대중적 흡입력이 강한 신씨나 학구적인 김씨의 전통 탐구는 원씨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새해에 셋은 조금씩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신씨는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소품 등에 힘을 써볼 계획이고, 김씨는 수천점의 민요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일상과 결합된 전통창작음악을 써보겠다는 생각이다. 원씨는 장편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스) 음악작업 외엔 국악창작곡들을 좀더 새롭게 편곡하며 지휘.작곡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자신들의 작업이 한국음악의 뿌리 다지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과 그 과정에서 더욱 많은 교감이 필요할 것임을 그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음악판은 너무 재미 없었어요. 새 세기엔 음악동네가 뜨겁고 왁자지껄했으면 좋겠습니다." 눈빛을 빛내며 던지는 셋의 새해 소망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rel="nofollow">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