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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문화교육 - 대중음악도 교과과정에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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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10대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화영역이 바로 대중음악이다. 대중음악은 10대들이 자신의 문화감수성을 펼치고 싶어하는 살아있는 교본이자, 대중문화를 수용하는 예절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과는 반대로 학교의 음악교육은 아이들로부터 지독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교사들이 가곡을 가르치는 사이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가수 ‘신화’나 ‘보아’의 얼굴만 떠오르며, 장조와 단조의 차이가 칠판에 쓰여지고 있는 사이, 아이들은 잠을 자거나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다.

스타와 음악을 동일시하고, 특정한 장르만이 음악의 전부로 단정하는 아이들의 문화적 태도는 음악을 제대로 수용할 줄 아는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든다.
예능교육이 선택과목으로 바뀐 7차 교육과정 이후 음악교육은 두 가지 큰 시련에 부닥치고 있다. 하나는 음악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욕구가 과거보다 현저하게 떨어졌고, 다른 하나는 다양한 수업을 준비해도 실상 충분히 교육할만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대학교에서 주로 서양의 순수음악만을 교육받은 교사들의 교육적 방법과 시각의 협소함이 실제 교육과정에서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교사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국음악교과모임에 따르면 지난 9년 동안 서울시에서 음악교사로 발령받은 사람은 불과 9명에 불과했다. 반대로 6차 교육과정 이후 음악교사들은 해마다 100여명씩 감축되고 있다.

음악교사들은 학교로부터 다른 교과목으로 전환할 것을 강요받기도 하고, 입시 열풍 때문에 일부 고교 교사들이 인근 중학교로 강제 발령받기도 한다.
물론 몇몇 음악교사는 새로운 음악수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교사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악기를 만들기도 하고, 음악을 듣고 연상되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려보는 실험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중음악에 대한 아이들의 감수성을 이해하기 위해 대중음악평론가와 기간 워크숍을 열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비영어권 음악인 월드뮤직을 아이들에게 교육하기 위해 직접 음반과 악기를 구입해서 연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수용자를 위한 학교 음악교육의 변화들이 일부 교사들의 희생을 당연시한다는 데 있다.
문화교육의 재교육에 필요한 시간과 재원의 확보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 않다. 의지만 있다면 적은 비용으로 지원할수 있다. 문화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정책이야말로 음악교육에서 가장 시급하다. 학생들이 친근하고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고, 다양한 음악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음악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가곡, 국악, 대중음악에 대한 새로운 문화적 마인드를 갖게 할 것이다. 아이들의 감성을 활성화시키는 음악교육의 재편이야말로, 입시교육의 형태로만 존재하는 음악교육의 ‘박제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이동연(대중음악평론가·문화연대사무차장)

[문화일보] 200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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