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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기고-노래비 "섬집아기"에 대한 小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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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발의를, 제주도의회가 승인을 하고 제주도 예술문화재단과 제주도 음악협회가 주관 주체로 북제주군 구좌읍 종달리에 1억5000만원의 예산으로 노래비가 건립된다고 한다.
우리의 도정이고, 우리가 뽑은 도의회이며, 우리 예술단체에서 시행하는 사업이기에 찬성함은 물론이고, 전에 건립한 노래비로 양중해 제주도문화원장의 ‘떠나가는 배’의 사업은 1000만원인데 비해 10배가 넘지만 제주 발전에 기여하리라는 기대감으로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한다.
사업 성격이나, 장소는 도민의 뜻에 큰 거부감이 없다고 보아지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노래비 노래말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1절을 소개하면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다시피 제주도엔 섬그늘이 없고 굴도 없으며, 아기가 혼자 남아 있으면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목이 쉬도록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든다고 봐야 한다.
유아는 몸통에 비해 손발이 짧기에 팔을 쭉 뻗고 올려도 키를 넘지 못하므로 무료하거나 수심에 잠긴 어른이나 팔베개를 하고 잠을 잘 것이다.
1992년 1월19일자 경향신문에 이 노래 작사가는 한국전쟁 피란 시절 부산 앞바다의 전경을 즉흥시로 썼다는 기사가 나와 있다. 통상적으로 그 지역의 문화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전제 하에 시비나 노래비를 건립하는데 내용이 지역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거나, 작사가·작곡가가 지역과 관련됐거나, 곡이 그 지역만의 독특한 정서를 표출하는 경우에 선정 가능성이 높다.
가장 제주도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상식처럼 브라질 관광객이 삼바춤을 보기 위하여 제주도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예로, 화가 이중섭이가 서귀포에서 1년여를 살면서 창작한 그림을 제주도가 문화 예술 가치로 인정하기에 자원화하고 있는 것이다.‘섬집 아기’는 곡이나 노래말도 가슴에 와 닿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다 배경을 제외하고는 제주도와는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보아진다. 또한 작곡가가 친일파로 분류되어 있다는 데에도 문제가 있기에 다른 노래말로 바꾸기를 제안한다. 동요보다는 가곡이 윗길인 듯 한데 홍난파도 친일 했다는 이유로 고향에선 대접받지 못하고 있으며, 시인 서정주도 한국 문단에 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년 추모제가 취소됐다 한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고훈식·시인>
제민일보 200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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