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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진혼곡 만든 이영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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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 작곡가 이영조(李永朝·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가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진혼곡을 완성했다.
국립합창단이 위촉한 진혼곡 ‘죽은 자를 위한 4개의 노래’는 2월 19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대구지하철참사 1주년 추모음악회’에서 국립합창단과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초연(初演)한다.
“지난해 여름 국립합창단의 위촉을 받고 대구 중앙로역 현장과 빈소를 찾았을 때 충격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몇 번을 더 갔어요.
죽음이 그렇게 안타깝고 허망할 수가 있을까요.
영혼들에 둘러싸인 느낌이었어요.
원망의 눈초리하며….
차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 혼들을 느꼈습니다.
그 충격과 느낌을 곡에 그대로 담았다.
‘슬픈 소리’ ‘부르는 소리’ ‘위로의 노래’ ‘귀거래’의 4악장 구성의 곡은 가엾은 죽음을 애통해하는 구음(口音), 혼을 불러들이는 초혼(招魂)의 소리로 이어진다.
전통 음악과 민속적 소재에서 악흥을 채집해 현대음악 어법으로 드러내는 거장답게 이씨의 진혼곡은 민속신앙 굿의 요소와 기독교 문화의 진혼곡을 접붙였다.
굿판에서 사용하는 양판, 무당방울, 징, 북, 장구가 오케스트라, 합창과 어우러진다.
이씨는 가곡 ‘바우고개’로 이름난 작곡가 이흥렬(李興烈·1909~1980)의 아들.
“아버님이 돌아가신 뒤 곧 레퀴엠(진혼곡)을 구상했지요.
국립합창단이 15분 길이 작품을 부탁해와 이번 곡은 20분 길이로 완성했지만, 차차 중창도 넣고, 7악장 규모 대작으로 확장하고 싶습니다.
” 대작 레퀴엠의 일부가 될 ‘로고스(logos)’ 악장은 이미 오래전 완성됐다.
7악장의 ‘7’은 이흥렬 가문의 매직 넘버 ‘17’과 관련 있다.
이흥렬은 7월 17일 태어나 11월 17일 별세했다.
그가 남긴 7남매 중 다섯째 이영조를 포함한 넷이 2·4·6·12월 17일생.
이영조씨는 “브람스가 어머니를 위해 레퀴엠을 썼듯이 내 레퀴엠은 아버지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묘지가 교회 뜰이나 집 가까이 있는 서구에서는 죽음을 삶 곁에 두고 이를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 많아요.
브람스·모차르트·베르디·포레 등의 레퀴엠도 그 하나죠.
지난해 환갑을 맞고 슬슬 삶을 되돌아보는 나이가 되니, 죽음을 가까이 두고 명상하는 음악에 부쩍 손이 갑니다.
” 이영조씨는 ‘죽은 자를 위한 4개의 노래’를 필생의 ‘레퀴엠’으로 발전시킬 작정이다.
그는 “내년 아버지의 25주기 추모곡도 작곡 중”이라고 했다.
이씨는 연세대 음대와 대학원을 나와 독일 뮌헨음대서 칼 오르프와 킬마이어를 사사했다.
연세대음대와 시카고 아메리칸콘서버터리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을 지냈다.
관현악·실내악·예술가곡 등 다양한 작품을 썼고, ‘처용’ ‘황진이’ ‘목화’(2003 대구오페라극장 개관기념작) 등 오페라와 합창곡에서 대가적 음악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글=김용운기자 proarte@chosun.com" rel="nofollow">proarte@chosun.com
 
  [조선일보] 200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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