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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마산 두 인물기념관 명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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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산의 두 인물기념관이 명칭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다.
가곡 ‘선구자’의 작곡가 조두남(1912∼1984)선생을 기리는 ‘(가칭)조두남기념관’은 친일시비에 휘말려 1년째 문이 닫혀 있다. ‘가고파’의 시인 노산 이은상(1903∼1982)선생을 추모하는 ‘(가칭)노산문학관’은 독재정권 협력시비로 착공에 차질이 생겼다.
이 지역 시민단체들이 두 인사의 친일및 독재협력을 지적하며 ‘조두남’과 ‘노산’이라는 명칭을 각각 반대하기 때문이다.

◇1년째 휴관중인 조두남 기념관=조두남기념관은 사업비 10억여원로 신포동 일대 1만1700㎡에 건물을 짓고 지난해 5월말 개관했다. 그러나 4일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시민단체들은 조두남의 친일행적을 강하게 제기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1940년대 만주지역에서 친일시인 윤해영과 함께 활동하면서 그의 친일시 ‘아리랑 만주’, ‘용정의 노래(선구자)’, ‘목단강’ 등의 노래를 작곡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언론 등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확산되자 마산시는 이 지역 문학?^음악계 인사들로 ‘지역쟁점사항 해결을 위한 시민위원회’를 꾸렸다. 조두남의 친일여부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시민위원회는 지난해 중국 지린(길림)성과 옌볜(연변) 등 만주 일대 현지조사까지 벌였다. 그 결과 위원회는 시민단체들의 주장과 비슷하게 ‘조두남의 친일행적이 짙다’는 쪽으로 결론지었다. 마산시는 이를 바탕으로 ‘조두남기념관’을 ‘마산음악관’으로 바꾸기로 하고,지난4월 ‘조두남 기념관 설치 및 운영 조례’ 개정을 마산시의회에 요구했다.
그러자 이번엔 시의회가 “조두남에게 뚜렷한 친일행적이 없다”면서 ”거기다 명칭을 마산음악관으로 먼저 바꿔놓고 사후 승인하라는 요구는 절차상 맞지 않다”며 부결시켜 버렸다. 시의회 정상철 의원은 “설사 친일행적이 있다 하더라도 잘못된 역사도 알릴 필요가 있다”며 부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조두남기념관을 박물관,문신미술관,노산문학관과 함께 문화관광벨트로 만들어야 마산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착공조차 못한 노산문학관=마산시는 이은상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상남동에 지상2층 400㎡규모의 문학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시는 당초 문학관의 명칭을 이은상의 호를 따 ‘노산문학관’으로 정했다. 그러나 독재정권 협력시비에 휘말리면서 ‘마산문학관’으로 바뀌었다.
시민단체들이 “마산 출신인 노산은 마산의 상징인 3?^15의거를 비판하고,박정희 군사정권의 공화당 창당선언문을 작성하는 등 권력지향적 인물”이라면서 ‘노산’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명칭논란에 휩싸이자 지역쟁점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시민위원회는 지난해,마산 출신 문학인들의 문학적·예술적 업적을 기념하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로 ‘노산문학관’을 ‘마산문학관’으로 변경했다.
예정대로라면 문학관은 지난해 착공돼야 했다. 그러나 명칭은 아직도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공사 첫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설사 문학관이 완공되더라도 명칭조례 의결권을 가진 시의회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상철 의원은 “독재 찬양시를 썼지만 ‘가고파’ 등의 훌륭한 시를 남겼고 마산을 대표하는 시인인 만큼 ‘노산’이라는 명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산=윤희각기자

[국민일보] 200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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