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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접동새와 풀따기[소월의 시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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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동새 --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뒷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음에 몸이 죽은 우리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되는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차마 못잊어
야삼경 남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김소월이 쓴 시 접동새는 설화를 소재로 해서 쓴 시다.

옛날 평안도 백천 진두강가에 10남매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가 계모를 들였다. 계모는 포악하여 전실 자식들을 학대했다.
소녀는 나이가 들어 박천의 어느 도령과 혼약을 맺었다.
부자인 약혼자 집에서 소녀에게 많은 예물을 보내 왔는데 이를 시기한 계모가
소녀를 농 속에 가두고 불을 질렀다.
그후 재 속에서 한 마리 접동새가 날아 올랐다.
접동새가 된 소녀는 계모가 무서워 남들이 다 자는 야삼경에만 아홉 동생이 자는
창가에 와 슬피 울었다.

이상이 설화의 내용이다.
이 시에서 '아우래비 접동'이라는 구절에서 '아우래비'는 아홉오래비'의 활음조(euphony)로 본 이후 정설처럼 굳어져 버렸다고 한다(정한모 교수)

소월은 어린시절 숙모에게서 들은 이 전설을 시의 모티브로 삼긴 했지만 그보다 더욱 의미있는 것은 소월이 처음으로 이성교제를 했던 여성 '오순'이가 곤궁한 생활속에
다섯명의 동생을 두었기 때문에 여기서 직접적인 시상을 얻었다고 한다.
소월의 첫 연인 오순과의 만남은 그의 시 곳곳에 나타나 있다. 풀따기, 접동새,
자나깨나 앉으나서나, 못잊어, 그리움, 꿈자리 등등,
그러나 소월은 집안의 안정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조부의 강제에 의하여 조부의 知友의 딸 홍단실을 아내로 맞이하긴 했지만 오순을 향한 그리움은 이처럼 소월의 시적내면세계를 가득히 차지하고 있었다.

소월은 유복한 가정에서 납부럽지 않게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일본 목도꾼들에게 잦은 폭행을받은후 정신질환을 앓게 되면서부터 혼자서 광적인 행동을 하는 아버지를 보다가 결국은 무서움에 집을 나가게 된다. 이때 소월이 자주 찾은 곳이 옥녀봉이었다, 소월은 늘 옥녀봉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곤 했는데 이것이 소월의 취미가 되어버렸다. 소월이 오순과의 만남을 갖던곳도 이 옥녀봉 냉천터였다. 소월은 오순과 함께 바위에 올라 피리를 불거나 노랴를 부르기도 하고, 멀리 임포면 해변가를 산책하기도 하였다.
소월의 오순과의 만남은 '풀따기'라는 시속에 잘 표현되어 있다.

- 풀따기 -

우리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사이의 시냇물 모래바닥은
파아란 풀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혼자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여던진 풀잎이 옅게 떠갈 때
물살이 헤적헤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님은 어디 계신고
가엾은 이내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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