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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3년째 무료 성악 강습 이광식.신동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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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7시30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세실내과 지하 1층, '세실 아트홀'로 불리는 이곳에는 행사 시작 30분전부터 회사일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달려온 직장인을 비롯해 건축가, 주부, 조율사, 성우, 기자, 교사, 사업가 등 30∼50대 50여명이 북적거렸다. 20대 여성들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직업도 다르고 실력도 차이 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모두 하나예요. 벌써 1,000여명이 거쳐갔어요. 지난해엔 미국에서 온 70대 노부부가 강의를 듣기도 했어요"

세실 아트홀에서는 성악애호가를 위한 작은 사랑방인 '세실 성악아카데미'의 무료 레슨 3주년을 맞이하는 '작은 잔치'가 열렸다. 행사 시작 전, 의사 이광식씨(47.세실내과 원장)는 녹음스튜디오 안에서 창밖의 관객들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날 그가 맡은 역할은 공개레슨 사회. 45평 규모의 세실아트홀을 무료로 내준 그도 테너를 전공한 성악가다. 의사와 성악가, 그는 인생을 '복수전공'하는 셈이다. 고등학생 시절 이원장은 클래식기타 연주를 즐겼고 교내 남성 4중창단 '포커스(focus)' 멤버로 이화여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3 때 '예술가는 굶어죽기 십상이다'라며 집안에서 반대, 음악대 진학을 접고 가톨릭의대에 진학했다.

수업 틈틈이 대학 연합 선교동아리 '대학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던 그는 그 때 이미 음악이 취미를 넘어버린 음악청년이었다. 성악가의 꿈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전문의 과정을 마친 뒤 다시 악보를 펴들고 성악공부를 시작했다. "음악에 대한 갈증을 참을 수 없더군요. 짬짬이 개인레슨을 받아 90년 한양대 음대에 들어갔지요".

지금도 그는 의사보다 성악가인 것을 더 뿌듯하게 생각한다. 일반인들이 클래식 음악을 접하기가 어려운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중앙대 신동호 교수(47)와 의기투합, 3년전 '세실 성악아카데미'를 연 것도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 탓이다.
1999년 9월부터 매달 두차례 아마추어 성악인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아카데미는 1시간30분 가량 가곡이나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주고 가르쳐준다. 첫째주 목요일에는 관객 2∼3명씩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 뒤 푸치니.질리.파바로티 등 국제콩쿠르에서 여러번 입상한 중견테너 신동호 교수의 공개 지도를 받는다. 둘째주 목요일에는 성악동호회 회원들끼리 연습시간을 갖는다.

이날은 첫째주라 초청된 바리톤 홍성진씨와 소프라노 임청화씨가 공연했다. 객석에서는 한곡이 끝날 때마다 '브라보' '앙코르'가 쏟아졌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동안 성악가들의 짧은 공연이 끝났다. 이젠 신교수의 공개강의 차례. 배울 노래는 국내가곡 '그네'. 신교수가 지목하자 40대 관객은 기다렸다는 듯 무대로 올라 왔다.
신교수는 "전공학생도 이렇게 향학열이 뜨겁지 않다"며 목을 타고 흐르는 땀을 훔치는 것도 잊은 채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가곡을 트로트처럼 부르지 말라고 했다. "호흡이 짧다고 '저 댕기가'를 '대앵기가아∼으∼' 하고 끌지 마세요. 금박물린 댕기가 턱에 달렸습니까". 익살스런 신교수의 설명에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졌다.
"아마추어 성악가들은 프로들에 비해 테크닉은 떨어져도 감정이 풍부해요. 이렇게 한사람 한사람이 불씨가 돼서 성악 대중화에 불을 지폈으면 합니다. 일반인들도 강의에 5∼6번 참가하면 클래식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 거예요"
이날 강의는 9시가 훌쩍 넘어서야 끝났다. 3단 크림케이크가 무대 가운데로 나오고 이원장과 신교수가 음료수로 '건배'를 제의했다. 하나은행과 음식점 체인점인 계경목장이 매달 외부 성악가 출연료와 다과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동호회장 장득상씨(57.건축업)는 "회원들은 운전하며, 길을 걸으며, 또는 설거지 하며 노래를 부르는 성악 자체가 생활인 사람들"이라며 "매년 11월 발표회를 가질 만큼 수준급"이라고 자랑했다. 지난해 회원콘서트에서 이탈리아 가곡 '물망초'를 부른 정현수씨(64.전 국세청 근무)는 "좀더 기량을 키우기 위해 경희대 사회교육원 성악과에서 젊은 학생들과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옆사람과 기념 떡을 나눠먹고 얘기를 나누며 밤이 깊어갔지만 30여명의 회원들은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행사의 손님이자 주인인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몇곡의 가곡을 더 부르며 음악과 인생을 음미했다. 이날 그들에게 성악은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스트레스의 해방구'였다.

동아일보 2002. 9.18
2 Comments
김경년 2007.02.04 00:08  
  나이제한없이
가수가되고싶어도 레슨을 받을수잇나요?
서용미 2007.07.15 23:18  
  성악이란말만들어도 가슴떨리는 음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