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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시와 음악, 그리고 고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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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회에서 정지용의 `고향`이 고향을 주재로 한 우리 문학작품의 압권임을 소개한바 있다. 사실 `고향`은 6·25때 유행가로도 나와 많이 불리었다. 전란으로 황폐화한 고향을 바라보며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더뇨` 하기에 이 노래가 적격이었을 거다. 특히 뜻을 이루지 못한 출향인에게 이 노래와 시는 더욱 잘 어울렸을 게다. 고향에 대한 상실감 때문이다. 그러면 `가고파`는 어떠한가.

▼이은상 시, 김동진 곡의 이 가곡이 나온 것은 1933년이었다. 가곡이란 `시에 작곡된 노래`라는 뜻으로 보면 무방하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로 시작되는 이 노래가 주는 감동을 모르는 이는 아마도 드물 것이다. 처음 이 시가 나온 것은 김동진의 곡이 붙여지기 1년전이라니 정지용의 `고향`(1932)과 같은 것 같다.

▼분명 `가고파`는 `고향`보다 더 많이 알려졌고, 더 많이 불려졌다. 그럼에도 `가고파`를 고향을 주재로 한 우리 문학작품의 압권으로 꼽지 않았는데 왜 일까. 정지용은 본래 시인이나 이은상은 시조시인으로 출발했으며, 정지용은 친일시비가 없으나 이은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일단 고려해서다. 최근 마산시는 이은상 문학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터다. 그런데 이은상은 지난 8월 14일, 민족문학작가회의 등 5개 단체가 발표한 친일문학인 42명 명단 중에는 들어 있지도 않다.

▼이 작가회의는 오는 26일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김소월 정지용 등의 문학제를 가질 예정인데 내년에는 김영랑 이은상 등의 100주년 문학제도 가질 계획이다. 이번 문학제와 관련, 발제자인 한 교수는 정지용을 가리켜 `20세기 최초의 전문적 시인`이라면서 이육사 이상화 등은 `쓸 만한 작품이 한 두개 정도인 아마추어 시인`이라고 평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상의 100주년 평가가 어떠할지 내년이 기다려진다.

경남신문 2002. 9. 13 일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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