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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가곡 '비목'에 한국전쟁 비극담은 작가 한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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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조영상기자]'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슬픈 단조 선율로 불리는 이 가사말의 제목은 '비목(碑木)'이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지만 사실 한국 전쟁의 '비극'의 내용을 담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 '6월의 노래'다.

지난 24일 오후 뜨거운 태양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남양주시 와부읍의 한 시골마을에서 이 가곡을 작사한 한명희(72) 선생을 만났다. 차분하고 세월의 흔적을 가득 내포한 모습의 한명희 선생은 올해로 60년을 맞은 한국 전쟁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전쟁은 우리만의 전쟁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전쟁이었는데 오히려 국내에서 그 의미가 점점 잊혀져 가는 모습에 안타까울 뿐이죠. 결국 세대간의 갈등은 더 심화되고 공동체 붕괴는 공멸로 가게 될 겁니다."

'세월의 흔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참혹했던 그 역사가 우리 젊은 세대들의 무관심속에 묻혀져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의미다.

'비목'의 탄생은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명희 선생이 당시 강원도 화천 북방 백암산 일대에서 수색중대 초소장으로 근무할 때다. 한명희 선생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백암산 일대 벌거숭이 비탈에는 수통과 탄피, 철모 등이 나뒹굴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날 어두운 밤 순찰길에서 은은한 향기가 나 주위를 살펴봤습니다. 어느 이름 모를 용사의 돌무덤을 발견하고 나는 그날의 감흥을 훗날 '비목'이라는 가사로 엮었습니다."

이 시는 나중에 장일남 작곡가를 만나면서 가곡으로 빛을 보게 된다.

한명희 선생은 지난 1996년부터 매년 6월이면 강원도 화천에서 '비목 문화제'를 열고 있다.

노래가사처럼 이름 모를 골짜기에 수만, 아니 수십만명의 영혼이 아직도 잠겨 있을 그곳. 한명희 선생은 46년만에 그때 그 현장을 찾아가도 궁노루 울던 백암산 기슭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한명희 선생은 지금이 가장 바쁘다고 한다. 전쟁의 비극을 후세에게 알리는 '전쟁문화단지'를 만들기 위한 마지막 소원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경인일보]|2010-06-28|뉴스 |1081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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