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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한국가곡 새음반 낸 홍혜경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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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가곡음반 내고 고국무대 홍혜경씨 e메일 인터뷰 -

까다롭기로 유명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무대에 84년 데뷔, 20년동안 한 시즌도 거르지 않고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과 협연하고 있는 한국의 프리마돈나 홍혜경(46)씨가 메이저음반사 EMI와의 첫 작업으로 한국 가곡 음반을 내고 모처럼 고국무대를 찾는다.
16곡 전곡이 한국가곡으로 된 음반 ‘코리안 송즈(Korean Songs)’는 9월1일 전세계 동시출시될 예정이다. 귀국 공연은 9월18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시작으로 21일 대구, 24일 울산, 27일 부산에서 열린다(02-720-6633). 홍씨는 이번 공연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가운데 류의 노래 ‘주인님, 제 말을 들어보세요’등 오페라 아리아와 우리 가곡을 부를 예정이다. 음반 출시 및 공연에 앞서 현재 미국 뉴욕에 사는 홍씨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전부 한국가곡인데 곡 선정은 어떻게 했습니까.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라고 기획사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국가곡집 앨범에 수록된 곡 하나하나를 제가 직접 선곡했습니다. 말한 제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배워 불러온 노래들입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그네’ ‘보리밭’, 미국에서 한국을 그리며 부르곤 하는 ‘가고파’ ‘떠나가는 배’,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기원하는 남북통일을 갈망한 ‘그리운 금강산’ ‘나의 백두산아’ 등 모든 곡들이 저에겐 개인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부른 이 곡들은 한국인 모두의 정서와 역사가 담겨 있는 곡이라 들으시는 모든 분들이 공감할 거라 생각합니다.”

―세계를 상대로 한 앨범인데 한국 가곡을 선택한 배경이 무엇입니까.
“한국인 성악가라면 누구나 한국가곡 앨범을 녹음하고 싶어할 겁니다. 저는 30여년전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한국가곡 앨범 녹음은 한국인 성악가로서 이룩해야 할 과제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동안 다른 음반사에서도 제의가 들어오긴 했지만, EMI와 계약시 첫 프로젝트를 한국가곡음반으로 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을 때, EMI측에서 흔쾌히 동의해 계약하게 됐습니다.”

―어떤 음악이론가는 한국가곡이 ‘더 이상 생산이 없는 죽은 장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한국가곡이 죽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이번에 녹음을 마치고 최종 편집한 테이프를 외국인인 저의 매니저와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는데, 마치 나폴리 민요 같다는 이야기와 함께 너무 아름답다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좀처럼 해외공연을 많이 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올해는 해외공연이 많아 보입니다.
“유럽무대는 96년에 진출하면서 서서히 연주를 늘리고 있습니다. 말한 대로 저에겐 가족의 화목과 행복만큼 소중한 것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이젠 많이 자라긴 했지만, 지금도 필요이상으로 집을 오래 비우진 않으려고 해요. 올해 유럽무대는 작년에 이어 베로나 야외 오페라 무대에 섰고, 라 스칼라 오페라, 뮌헨필하모닉(제임스 레바인 지휘)과의 협연이 있었습니다. 작년 베로나 오페라 무대에 설 때는 처음 가는 곳이고, 좀 오래 집을 비우게 되어서 가족과 함께 베로나에 갔었어요. 하지만 자주 그럴 수는 없겠죠. 이번 한국공연은 혼자 갑니다.”

―모처럼 한국 공연을 갖습니다. 한국관객을 만나는 소감을 좀 들려주십시오.
“추석을 한국에서 보내게 되어 기쁩니다. 게다가 9월1일 제 한국가곡 독집앨범이 전세계로 발매되는데 바로 그 시점에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는 것도 저에겐 큰 기쁨입니다.”

―세계 오페라와 한국 오페라를 비교해주십시오. 한국 오페라는 상당히 침체해 있습니다. 정식 오페라 보다는 ‘운동장 오페라’가 대중적인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합니다. 상암동 월드컵 구장에서 한 ‘투란도트’나, 9월에 잠실 운동장에서 공연할 오페라 ‘아이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한국을 떠난지 30년이 넘었기 때문에 그동안 한국에서 오페라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한국에 많은 오페라단이 있고 공연이 자주 열리고 있다는 소식은 듣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좋은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려면 첫번째로 튼튼한 기본이 잡혀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제가 튼튼해져서 많은 후원자들이 좋은 오페라를 제작하는 데 투자하고 후원해서 한국의 오페라도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그 예술성을 겨룰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외국에서는 오페라 극장의 시즌 공연을 기획하는데 최소한 3~4년의 시간을 두고 합니다. 그만큼 연주자 캐스팅, 무대제작, 리허설 등 모든 분야에 시간을 두고 준비하는 철저한 프로페셔널리즘을 갖고 있어요. 매 시즌마다 좋은 공연을 제작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그 오페라 극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단발성 이벤트 오페라가 열리는 큰 운동장에서 오페라 극장이 만들어내는 공연의 분위기, 특히 극에 몰입할 수 있는 긴장감을 잡아내는 음향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런 공연들이 한국에서 유행한다니 좀 의아합니다. 진정으로 한국 국내 오페라의 발전을 위해서 도움이 될지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문화일보] 200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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