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자료실 > 가곡이야기 > 기사와문헌
가곡이야기

우리가곡연구회 `한국가곡 시리즈`를 보고

운영자 0 2835
`클래식음악계'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될까?
지난 19일 국립극장 소극장에서는 우리가곡연구회라는 성악인 동아리가 <한국말이 살아 있는 한국가곡시리즈 1940년대 가곡으로>라는 어색한(?) 이름의 음악회를 열었다. 이른바 예술가곡을 감상하고자 할 때 그 가사를 알아듣기 힘들다는 사실은 노래를 부르는 성악인들이나 그것을 듣는 청중들 모두가 곤혹스러워 한 지 오래된 문제이다.
수입된 선율구조와 발성으로 우리말을 노래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가곡연구회는 우리말 가사의 어감과 말뜻을 살린 가곡들의 무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이른바 민중노래운동 진영의 노찾사가 노랫말의 내용적 `참'에 몰두하는 것과 비교되는, 또 다른 `진정한 우리노래' 찾기작업이다. 서양음악의 특정기술을 지닌 전문인으로서 연주곡 선택에 기울인 그들의 노력은 매우 진지하고 긍정적이라 여겨졌다. 자료정리 면에서 가능했던 가장 이른 시기가 40년대라서 그때의
노래들로 시리즈음악회의 첫 장을 연다고 그들은 밝혔다.
그러나 광복을 전후한 40년대는 우리 역사에서 족의, `우리'의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시기였던 만큼, 평자는 이날 연주된 `한국가곡'에서 의도된 미 밖의 또 한가지 의미를 살피고도 싶었다. 말과 선율의 기술적인 결합뿐 아니라 그 40년대의 `한국' 가곡이 녔을 가치관의 검토 역시 중요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이날 최동규, 이병렬씨 등 여덟명의 성악가가 나운영의<접동새>, 채동선의 <고향>을 비롯해 스물네곡의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음악회의 주된 의의가 선곡 태도에 다고 할지라도 선택한 곡들의 장점을 제대로 드러내는 연주가 많지 않았다는 점은 지적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도 김순남의 <자장가> <진달래꽃> <산유화>로 무대에 선 이춘혜씨의 노래는 이번과 같은 작업이 결코 용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반가운 순서였다. `한국말이 살아 있는 한국가곡'은 작곡가와 연주가가 함께 아나설 만한 가능성 있는 대상임을 그 `맛나는' 노래는 주장하고 있었다. '우리'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래할 출품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선 성악인들의 이 음악회는 수입문화로 이땅에 기여해야 하는 우리 음악인들의 고뇌가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출발이 노래를 수용하는 비전문적 대중사회와의 진정한 공감에 있는 것이라면 악인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역할 자체를 점검해볼 필요도 있을지 모른다. 전문적 관심의 출발은 비전문사회의 요구로부터 비롯한다는 엄연한 진실 앞에서 가치로운 삶을 꿈꾸는 우리 음악인의 실천이 청중들에게로 걸음 더 다가서는 방법을 궁리해본다.

(주성혜/음악평론가)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