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파 정회갑 가곡
鄭宇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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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4 15:49
현대음악파 정회갑 가곡
현대예술의 주지적 경향은 작품의 난해성으로 귀착됩니다.
현대문학은 읽어도 뜻을 파악할 수 없어서 읽기를 포기하여야 하고
현대미술은 보아도 알 수 없으니 아예 눈을 감아 버려야 하며
무조성의 12음주의를 택하고, 전통적 화성체계를 파괴한 예리한 불협화
음들이 생경하게 들리고, 전자음향기기의 개발로 음색의 혁명을 이루고,
우연성과 즉흥적 연주등 다양한 리듬과 복잡한 양식의 병존에 특징이 있
는 현대음악은 귀를 막고 들어야 한다는 비평자들의 우스게가 있을 정도
입니다.
그래서 정곡을 찌르는 농담으로 유명했던 영국의 지휘자 로버트 비첨은
전위적 현대음악의 반대자였으므로 연주할 현대음악의 작곡가들이 초연
할 장소를 추천해 달라면 당시는, 불량한 음향상태 특히 심한 메아리로
악명이 높았던 런던의 대형 콘서트홀인 로이열 엘버트홀을 추천하였습니
다. 어차파 일회성 연주로 끝나고 마는 작곡가의 현대음악을 두번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며 기회라고 추천의 이유를 강변하곤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 이후 새로운 사조로 등장한 현대음악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예외가 아니어서 성악가들도 연주하기를 꺼리고 또 일반
대중이 쉽게 받아 들이기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회갑은 1950년대 현대음악 태동기에 윤이상, 이상근
과 함께 현대적 기법을 적극 도입한 진보적 성향의 작곡가입니다.
정회갑 선생의 노래는 작품의 형식이 독특하고 매우 유니크하며 다양한
바리아시옹에 미묘한 맛이 있어 한번 소개하고 싶습니다.
작곡가 정회갑(鄭回甲) 선생은
금산사(金山寺)가 빤히 보이는 전북 김제군 금구면 동공리 속칭 구릿골에서
1923년에 태어났습니다. 넉넉한 집안이 아닌데다 그가 부모님의 뜻을 저버
리고 음악의 길로 나섰기 때문에 초창기 우리 교향악단들이 창설될때 호른
주자로 일하며 힘들게 공부하였습니다. 김성태선생에게서 배웠고. 처음에는
예술가곡부터 시작하였지만 1960년대 초반에 21세기의 새로운 음악사조로
떠오른 현대음악운동을 위하여 강석희, 이만방, 백병동, 나인용 등과
"미래악회"를 조직하고 많은 현대음악을 작곡하였습니다.
이러한 그의 현대음악 작품중의 대표곡이 <그리움>입니다.
청마 유치환 선생이 떠나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절규한 짧은 시에다
작곡자가 작곡 당시 몇년전에 자동차 사고로 돌아간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히 담아 내고 있는 노래입니다.
//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처럼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
란 시에 작곡하였는데 성악가는 이 길지 않은 가사를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형식으로 재량과 능력을 발휘하여 다양하게 노래 부를 수 있습니다.
첫째, 가창자는 자기의 시적 감흥에 따라 낭송하고
둘째, 약한 반주를 곁들여 다시 한번 더 시를 낭송하고
셋째, 일반적인 형태의 성악곡으로 연주하고
넷째, 음계만 정하여져 있고 장단과 박자는 가창자의 재량에 맡기며
다섯째, 모든 것을 가창자의 자유에 맡겨 애드리브로 끝냅니다.
이 노래는 작곡가와 성악가의 사이에 예술적 감각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그 맛이 살아나는 묘하고 재미있는 가락입니다.
그래서 이 곡은 실제로 성악가 바리톤 오현명선생에 의하여 초연되었는데
그는 작곡가와 경성음악학교(서울 음대 전신) 동기동창으로
정 작곡가가 몇 해전 아내를 잃고 애뜻한 그리움을 나타낸 부정을 노래하는데
안성맞춤이었고 작곡가의 아내와도 아는 사이라서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노래
를 불러서 고인을 추념하였습니다.
청마 시인의 명시에 곡을 붙였고, 이 노래를 애창하던 노래 나그네 오현명 선
생도 가버린 지금 이제는 수소문하여도 아무 데서도 들어 볼 수 없는 것이 유
감스럽습니다. 같은 시에다 이밖에도 이상근 선생과 이수인 선생이 작곡한
작품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당 서정주시인의 밈드레에 곡을 붙인 것은 참으로
기이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