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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종의 사랑방 이야기

鄭宇東 0 1916
이훈종의 사랑방 이야기
 
나의 스승 漢南 權五虎 선생의 지인에 건국대학교 李勳鍾교수가 있었습니다.
1918년 廣州 태생으로 유명을 달리한 분이지만 말년에도 세모나 신년
이면 스승이 늦을라 치면 자신이 먼저 전화로 젊은 스승께 문안인사 드립니
다 하고 능수능란하게 선수쳐 오던 중앙대교수 학자로 기억합니다.

그의 관심은 국학쪽에 있어서 "국학도감"과 "민족생활어사전"을 저술하
고 또 한편으로는 옛제도와 풍속을 설명한 갈수록(喝誰錄)과
그시기(苣食記), 재채기(再採記) 같은 선인들의 해학집을 편술하였습니다. 
늦으막에 중국유학으로 연찬한 그는 옛성인의 술이부작(述而不作) 정신
에 따라 자기의 당호(堂號)마저 해학적으로 술생각(述生閣)으로 붙이고
우리의 국학자료를 모아 기록으로 남기는데에 헌신하였습니다. 
喝誰錄이란 책 제목만하더라도 날이 갈수록 잊혀지고 이미 잃어버린
우리 옛것을 이제와서 누구를 꾸짖고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라도 기록 
으로 남기는 것을 사명으로 알고 "오사리 잡놈들, 깨가 쏟아지는 우리
선인들의 이야기와, 한국전래소화집" 등을 추가로 편술하였고
번역서로는 중국고대신화(中國古代神話)가 있습니다.
 
나는 이 책들을 읽으면서
우리의 생활풍속중 호미씻이, 책걸이, 과거의 소과와 본대과, 생원과 진사와
선달을 새로 알았고 우리 말중의 연원을 모르던 "째지게 가난하다"란 말에서
무엇이 찢어지는가도, "등을 (어떻게) 쳐 먹는지"도 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랑방에서 늘상 심심파적으로 하는 옛 이야기 중에서 선인들의
지혜와 교훈을 배울수 있었습니다. 그런 여러가지 이야기중의 하나를 사랑
방 이야기로 우선 맛뵈기로 올립니다.

친구들이 길을 가다가 당도한 주막을 지나고 나니 이내 나오려니 생각한
주막이 없어서 시장끼를 느끼며 길을 가다가 여러 사람이 깨끗한 차림을 하
고 한 곳으로 몰려가는 걸보고 그 쪽에 잔치집이 있어 요기를 하겠거니하고
갔더니 큰 부자집에서 귀한 늦둥이를 보고 그 돌잔치를 하는데 먹을 것도
푸짐하고 호화판으로 차렸는데 그집 하인이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까불면
서 나오니 이를 보고 한 친구가 혀를 차면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섭니다.
그 친구도 따라 나서서 주막에 들러 요기를 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잔치집의 손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못볼 일을 보았다는듯이 언짢아 합니다.
무슨 일로 그러느냐 하고 물으니 아이가 수레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말에
먼저 일어난 친구가 하는 말이 " 내가 보니 그 아이의 먹을 복이 시레기를
먹으면 한 40년, 조반석죽하면 20년 살거 같았는데 오늘 너무 많이 차려서
제 먹을 몫을 한꺼번에 다 먹어 치웠으니 죽을 수 밖에" 하였답니다.
분복대로 분수껏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말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 more information
민족생활어 사전 / 이훈종 著 / 한길사 刊 / 1992년, 서울
이훈종의 이야기 한국학 갈수록 / 이훈종 著 / 우경 刊 / 1987년. 서울
재미있고 유익한 이훈종의 사랑방 이야기 / 이훈종 著 / 전통문화연구원 刊 /
                                                                              2001년, 서울
이정표는 없어도 길은 있느니 / 이훈종 著 / 뜨인돌 刊 / 1998년,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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