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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롯가 이야기 ㅡ 능텅감투 ㅡ

鄭宇東 0 2139
화롯가 이야기 ㅡ 능텅감투 ㅡ
 
 
옛날 옛적에 간날 간적에
어떤 사람이 산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 인가는 없고 잔디가 있는 평평한 곳을 발견
하여 거기서 잠을 잤습니다. 누워서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멀리서
ㅡ 어이, 김생원 ㅡ 하고 부르는 소리에 놀라 깨어 보니 바로 자기가 자던 무덤에서
ㅡ 왜 그러나? ㅡ 하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니 저쪽에서
ㅡ 오늘 밤 재넘어 장자네 집에 제사음식 얻어 먹으러 가세.
ㅡ 가고는 싶네만 여기는 손님이 들어서 못 가겠네.
ㅡ 손님하고 같이 가면 안 되겠나?
ㅡ 아, 그럼 그렇게 할까나?
그러더니 이쪽 무덤에서 흰옷 입은 귀신이 스르르 일어나 이 사람에게 다가오더니
이 감투를 쓰면 아무에게도 안 보이는 능텅감투를 하나 덜렁 씌어 주고는 따라 오
라고 손짓을 합니다.  저쪽 무덤에서도 귀신이 스르르 나오고, 또 그 뒷쪽 무덤에
서도 나오고 이렇게 귀신들이 줄줄이 나와서 제사음식을 얻어 먹으러 갔습니다.
 
이 사람도 귀신을 따라 갔더니 삽시간에 재를 훌훌 넘고 마을에서 제일 큰 기와집
으로 들어 갔습니다. 제관들이 모여 섰는데 아무도 이 사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 사람도 귀신들과 함께 제상 앞에 앉아서 음식을 이것 저것 집어 먹었습니다.
그런데 귀신이 먹는 음식은 하나도 줄어들지 않는데 이 사람이 먹은 음식은 표가
나게 줄어듭니다. 제관들은 제사를 지내다 말고 모두 기절초풍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마나 이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실컷 집어 먹었습니다.
그렇게 음식을 먹으며 놀다가 새벽닭이 울자 귀신들과 돌아 오다 이제 날도 세었
으니 산으로 올라 갈 필요가 없다 싶어서 능텅감투를 쓴채 집으로 뛰었습니다.
귀신들이 뒤에서 감투를 벗어 놓고 가라고 외쳤지만 못 들은 척 도망쳤습니다.
아마 늙은 귀신들이라 소리만 요란하고 따라오지는 못 했을 것입니다.

집에 돌아오니 식구들이 아무도 모르다가 이 사람이 능텅감투를 벗으면
마누라가 ㅡ 에구머니, 당신 언제 왔어요?
아들들이 ㅡ 어, 아버지 이제 오셨어요?
하고 인사를 하다가도 능텅감투를 쓰기만하면 찾느라고 두리번거렸습니다.
이 사람은 좋은 보물을 얻었다고 기뻐하면서, 그날부터 제사집마다 찾아 다니
며 능텅감투를 쓰고 제사상 앞에서 음식을 집어 먹으면, 제관들이 음식이 줄어
드는 것을 보고 놀라서 엎드려 벌벌 떠는 것이 재미있고, 제사음식이 탐나기도
해서 날마다 제사드는 집을 찾아 다느니는 것으로 일과로 삼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무슨 일로 외출을 했는데 마누라가 그의 방에 들어 왔다가
너덜너덜 헐어빠진채 벽에 걸려있는 그 능텅감투를 보고 정신머리 사납다고
태워 버렸습니다. 불에 타버렸으니 재만 남았습니다. 그러면 그러려니 하고
제사음식 훔쳐 먹기를 그만 두었으면 좋으련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감투 태운 재를 옷을 벗은 알몸에 막 바르고 또 그 사기행각에 나섰습니다.
능텅감투의 효력이 그 재에도 있었든지 눈에 띄지 않은채 제상 앞에 앉은채
음식을 먹다 보니 손가락에 묻은 감투재가 벗겨져서 제관이 보기에
하얀 손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음식을 집어 갑니다.
ㅡ 이게 뭔데 남의 집 제사음식을 훔쳐 가느냐?
하고 그 손을 낚아채니 그 바람에 팔뚝이 하얗게 드러나고 또 옥신각신 하는
알몸뚱이가 드러나서 도둑으로 몰려 실컷 얻어맞고 온동네 우사를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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