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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 꽃 >시의 관계론

鄭宇東 0 2152
김춘수 < 꽃 >시의 관계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우리들이 타자와의 관계 맺음은 무엇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가지는 관심과 간섭, 배려와 사랑에 의하여 비로소 관계가 성립되어 집니다.
우리의 삶은 가까운 이웃이든, 멀리 무관한듯한 인류에게 밉든 곱든 관계를 설정하
고 삽니다. 이웃 사람과 관계로 맺어지는 인간관계가 중요하고, 더 나아가서 세상과
맺는 세계관과 우주-삼라만상과 맺는 우주관이 삶의 근간이 되게 됩니다.

김춘수시인은 관계의 심도에 따라
몸짓이다가, 꽃이다가, 눈짓으로 닥아오는 타자를 구분합니다.
시의 전개과정에 따라 그저 몸에 스치는 바람결같은 몸짓일 뿐이다가,
나에게 아름다운 감흥을 불러 오는 꽃이다가, 드디어는 살짝 던지는 추파와 눈짓만
으로도 만사를 다 교통-해결하는 친밀한 사이로 발전시킵니다.

우리들이 누군가의 또는 무엇에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타자와 관계를 맺는 일차
적이고도 중요한 요소이며, 필요불가결한 절차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하느님도 만유의 창조와 더불어 그것들의 이름을 붙이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름을 붙이는 일로서 하느님은 창조작업을 완성하였던 것입니다.
창조의 첫날에 빛을 만들고 밝은 것을 낮이라 이름하고, 어두운 것을 밤이라 이름
하기를 시작하여 엿새동안 창조와 이름짓기를 계속하고 일곱째 날에야 쉬었습니다.

신영복선생은 그의 관계론 강의에서
서양의 존재론적 세계관이 독립적인 개체를 상정하고 있으나 현대물리학이 가르치
는 바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작고 독립적인 물질을 발견하려는 과학적 시도는 번번
히 실패하였고 하나의 물질의 존립자체가 다른 물질과의 관계속에서만 성립됨을
끊임없이 확인하게 되었고, 오히려 지구상의 생물 무생물 삼라만상 모두를 포함한
생명체로서의 지구인 가이아의 아이디어에 이르렀다고 하였습니다.
선생의 이러한 관계론적 세계관의 아이디어는 인간의 지구상에서의 위상에도 그대
로 적용되어 어떠한 개체 인간도 독립자존의 존재가 될 수 없으며, 마침내 서양의
인간중심주의 세계관도 우주세상의 모든 존재와의 관계속에서만 존재할뿐입니다.

인간은 가치를 추구하는 이성적 존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타자와의 관계를 가치있는 관계로 유지 발전시키기를 바랍니다.
서로에게 해악이 되는 것을 피하고,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도 안됩니다.
서로에게 공동선을 추구하고 존재와 생명을 유지, 개선,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시인의 의미 있는 눈짓이야 말로 관계론의 목표가 되고, 우리가 달성시켜야 하는
과제이고 노르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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