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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칼럼
 

박물지 또는 박물기

鄭宇東 0 1509
박물지(博物誌 또는 博物記)는
자연계(自然界)의 사물(事物)이나 현상(現象)을 종합적(綜合的), 계통적
(系統的)으로 서술한 백과사전식 서책을 말합니다.
서양에서는, 박물지라는 표제를 가진 최초의 책은
로마 시대의 군인, 정치가이며 박물학자였던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 23 ~ 79)의 방대한 저서 <박물지:Histoire Naturalis> 37권
이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3세기의 중국 西晉의 문인 장화(張華)가 지은 지괴소설(志怪小說)의
박물지로 여기서 소설이란 서구식 의미의 ‘픽션’이 아니라 유가경전 내용
이 아닌 자질구레한 말이나 이야기 정도를 가리킵니다. ‘지괴소설’이란
결과적으로 ‘괴이한 것을 기록해 놓은 작은 지식 이야기’란 의미입니다.

근대박물학의 대표적인 책으로는
프랑스의 G.뷔퐁(G. L. L. Buffon, 1707-1788)이 지은
<박물지 Histoire naturelle generale et particuliere>(1749∼1804) 44권
이 있습니다. 천체·지구·광물·동물 등 넓은 분야를 포괄한 대저로, 문장도
뛰어나고 도판(圖版)이 곁들여진 호화판이었기 때문에 일반 사람에게 널
리 읽히고, 상류사교계의 여성들의 살롱에도 장식되어 박물학 계몽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 책에서 뷔퐁은 자연계를 지배하는 통일적 법칙을 밝히려고 시도하여
지구의 기원과 생물의 진화 등 후대에서 생물학·지질학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그후 박물학이 생물학·동물학·식물학·광물학·지
질학 등 전문 분야로 발전하게 되자 <박물지> 라는 표제를 붙인 학술적
인 저작은 적어지고 오히려 자연관찰을 주제로 한 문학적 작품의 표제로
즐겨 쓰게 되었습니다.

좋은 보기로는
영국의 목사 G.화이트가 그의 고향인 셀본의 풍물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엮은 <셀본의 박물학과 고대유물들 : The Natural History and Antiquit
ies of Selborne>(1789)이 있습니다. 이것은 편지형식으로 동물의 습성,
자연계의 현상, 고적의 관찰을 기록한 것으로 박물학적으로는 미비한 점
이 있지만 문학적 가치 때문에 오래 읽히고 있습니다.

또 프랑스의 작가 J.르나르(Jules Renard, 1864 ~ 1910) 도
고향의 별장에서 전원의 동식물을 관찰한 단문을 모은 <박물지 Histories
naturelles>(1896)를 엮었습니다. 그리고 파브르의 <곤충기>, 시턴의 <동
물기>, W.H.허드슨의 <라플라타의 박물학자:The Naturalist in La Plata>
등도 박물지의 계보에 들어가는 저작입니다.

서양의 학문수준에 뒤지지 않는 중국의 학문전통에는
일찍부터 박물기(博物記)와 수신기(搜神記)와 료재지이(聊齋志異)라는 박물지
와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백과사전 四庫全書가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에 이수광의 지봉류설(芝峯類說), 이익의 성호사설
(星湖僿說) 등이 저작되었으며, 근현대에는 이어령의 한국문화박물지 황교익의
한국음식문화박물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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