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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451도의 나라

鄭宇東 0 1683
화씨 451도의 나라

소방관의 임무는 불을 끄도록 존재하는 것이 고금동서의 진리입니다.
이 나라는 소방관이 방화를 하는 나라입니다. 그것도 귀한 책을 말입니다.
이러한 異狀은 조만간에 정상의 자리로 복귀하는 것이 또한 진리입니다.
이단을 허용하는 사회는 그래도 구제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입니다.
백성을 잘살게 하는 것이 통치자의 임무이지만 이를 망각하고 가렴주구나
억압의 통치를 하는 위정자는 축출되거나 시해당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렇게 통제된 사회는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회생불능의 병든 사회입니다.

미국의 SF 작가 레이 브래드베리(Ray Bradbury)는
대표작 "화성연대기"와 함께 “화씨 451 (Fahrenheit 451)”을 1953년도에
출판하였는데 이 화씨 451은 암울한 미래의 삶을 묘사한 전형적인 과학소
설로 고전의 범주에 드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소설입니다. 1966년에 영국에
서 프랑소아 트뤼포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타이틀 "화씨 451"은 종이가 불 타기 시작하는 온도이고, 또 다른 페러디
물 영화 "화씨 911"은 2001년의 9월 11일 대재앙의 날에 현대문명의 상징
인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을 공격하여 무너뜨렸던 인류의 문화와 문명
의 발자취를 박살내는 테러의 야만주의를 상징하는 숫자입니다.

멀지않은 미래의 미국은 책이 금지된 사회로, 귀에 장착되는 라디오(in-ear
radio)와 쌍방향 TV (interactive form of television) 만이 사람들이 추구할
수 있는 유일한 여가 생활일 뿐만 아니라 지적 활동입니다. 몬태그의 부인
인 밀드레드는 tv 에 중독되어 삽니다. 방의 삼면을 모니터로 만들어 하루
종일 방송을 보며 삽니다. 밤이 되면 귀꽂이 라디오를 듣습니다. 잠이 안 오
면 수면제를 먹는데, 어떤 날은 과다 복용으로 인하여 기술공들이 와서 기계
로 그녀의 위를 들어내곤 합니다. 이와같이 몬태그가 살고 있는 시대는 지식,
생각 따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쾌락만 필요할 뿐이고 단순히 주어진
재미만 얻으면 되는 것이고 그 외에 골치 아프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식은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것에 불과하고 종교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그저 tv에서 보여주는 재밌는 것을 받아들이고 웃기만 하면 됩니다. tv는 밀
드레드에겐 심지어 가족입니다.

주인공 가이 몬태그(Guy Montag)는 fireman입니다. 그가 방화수로서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책과 그 책이 있었던 집을 태우고 그 책의 주인을 처벌하
는 것입니다. 어느날 정신이 건전하고 감성이 살아있는 클래리스를 만나게
되면서,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갈등을 느끼기 시작하고, 결국 그가 책을 읽
게 되면서 쌓이는 책 때문에 아내가 고발하여 당국에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한편, 핵 전쟁으로 그가 살았던 도시는 철저히 파괴되고 아내도 죽지만, 그
는 여인과 도시를 떠나 구전으로 책의 내용을 미래에 전하는 사람들의 공동
체에 가담합니다. 이들을 화형시키기 전에는 화씨 451로서도 태울 수 없는
"마음속의 책"이 당국의 포위망 밖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화씨 451에서의 책을 태우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는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는 많이 다릅니다. 분서갱유는 한 통치자의 지배력을 굳건히 하기 위한 억
압적인 정치적 수단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반면에 화씨 451에서는 다수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멀리하기 때문에 스스로 초래한 자초적 재난으
로 시작했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정부는 이런 시민들의
현상을 좋게 받아들이고 적법한 방화수란 직업을 양성하기에 이릅니다.
현대문명의 재미와 편리만을 추구하는 천박한 정신은 단세포화되고 문명의
디스토피아적 해체를 가속화합니다. 이 지경에 이르면 권력자의 조종에 놀
아나서 자기주장과 자기생각이란 있을 수 없는 괴뢰의 삶을 살게 됩니다.

가족의 화합을 도모한 tv프로그램은 역방향으로 가족의 해체를 조장하고
책 읽는 몬태그를 고발한 두뇌 없는 아내와 책을 은익한 다정한 클래리스
중에 도대체 누가 몬태그에게 더 위험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자명합니다.
몬태그는 스스로 이 뒤틀린 사회의 이단자가 되어 형극의 길을 걸으며
클래리스는 그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 이단의 자유가 있는 곳에서 진실은 역동적이고 흥미로워집니다.
  책의 힘을 즐겁게 신뢰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 이미 진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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