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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상을 엎어버린 하륜

鄭宇東 0 1577
술상을 엎어버린 하륜

하륜은 사람의 관상을 잘 보았기 때문에, 처음에 이방원을 보고서 장차 크게
될 인물인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방원의 장인 민제(閔霽)를 만나
서 간청하기를 『내가 사람의 관상을 많이 보았으나 공의 둘째 사위만한 인
물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한번 그를 만나보기를 원합니다』고 했습니다.
민제는 사위 이방원에게 권유하기를『하륜이라는 사람이 대군을 꼭 한번 뵙
고자 하니, 한번 그를 만나보도록 하시오』라고 했습니다. 이리하여 이방원
과 하륜의 만남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일화가 사실이라면 이것은
하륜이 이방원을 만나보기 위해서 꾸며낸 계략임에 틀림없습니다.

하륜이 실세인 정도전의 미움을 받아 지방 관직인 충청도 관찰사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지인들이 환송연을 열어주었고, 이 자리에 이방원도 참석했습니
다. 이방원에게 은밀히 자신의 뜻을 전하고자 기회를 엿보던 하륜은 짐짓 취
한 척을 하고 이방원의 옷에 술을 쏟았습니다. 이방원이 화를 내며 자리를 박
차고 일어서 나가자 하륜은 “정안군(靖安君)에게 사과를 해야겠다.”며 따라
나섰습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방원의 사저까지 따라와 둘만 있는 시간
을 마련한 하륜은 방원에게 정도전의 무력 시위에 대비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자 이방원은 하륜을 안내하여 함께 밀실로 들어가서 난을 꾸미게 되었고
이것이 제 1차 왕자의 난입니다. 그리고 하륜은 이방원에게 부탁하기를 
『저는 왕명을 받고 곧 임지에 가야 할 몸입니다. 안산군수(安山郡守) 이숙번
(李叔蕃)이 멀지 않아 정릉(貞陵)으로 이장할 때에 동원할 역군들을 거느리고
서울에 도착할 테니 그 사람을 불러서 큰 일을 맡기십시오. 저는 이 길로 내려
가서 진천(鎭川) 지방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일이 벌어지거든 곧 저를 불
러 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이에 이방원은 하륜의 뜻을 알아차리고 양차
왕자의 난으로 권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습니다.

하륜(河崙, 1348 ~ 1416)은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입니다.
본관은 진주(晋州)이며, 부사 하윤린(河允麟)의 아들이입니다.
고려 말 이색의 제자로 정몽주, 남은 등과 함께 신진사대부를 형성했고,
처음에는 역성혁명에 반대하다가 이성계의 조선건국에 참여하였습니다.
건국의 초석을 놓은 태조 재위기간의 책사 정도전에 뒤이어 태종 재위시의
그는 건국의 토대위에서 나라를 경영할 제도와 문물을 정비한 영원한 맞수
이며 앙숙이었습니다.
 
태종 즉위 직후 그는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정치제도를 개편하는데 주도적
인 역할을 했습니다. 6조 직계제(六曹直啓制)를 도입하여 각 판서들의 권한
을 강화하고 왕에게 업무를 직접 보고할 것을 주청하여 성사시켰으며, 재상
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였습니다. 시장에서의 화폐유통의 필요성을 주장하여
저화를 발행하게 하고 재정의 확충을 도모하였습니다. 또한 좌주문생제의
혁파나 호패법의 실시, 신문고의 설치 등을 성사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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