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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서귀포 가는 길

사은 0 1364
서귀포 가는 길

기다림의 가지 끝 비인 하늘에
배고픈 내가, 긴 그림자 날리며
서귀포 가는 길엔
억새도 날 빛으로 하얗게 빛났다.

아내와 함께 가난한 내가
점심 초대받아, 배고픈
나를 데리고 1100도로 넘는 날.

하나님은, 피라칸다 붉은 열매로
배고픈 겨울새들 먹이시고,

중앙교회 신 목사는,
기름진 고기로
텅 빈 내 식욕을 용케도 채웠다

우리들의 즐거운 만남도 이제
꿈결처럼 지나가고
아내와 함께 돌아오는 시간,

헐벗은 나목(裸木)들이
기름진 고기로 배부른
나에게,
배고팠던 그 시절
잊지 말라 소리친다.

겨울이 깊어지면 눈길 막혀
넘지 못할, 그
금단의 1100도로 넘는 나에게




2003년 11월 25일 늘 푸른 제주에서 사은 김광선 시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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