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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멀어도(김동진 선생님을 추모하며)

바리톤 0 1033
한국가곡‘저 구름 흘러가는 곳’은 중학교 1학년 때 합창대회에 나갔을 때 당시 충주여자고등학교 누나들을 통해 처음 들었던 노래입니다. 그 때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저의 마음 속 깊숙한 곳에 보물처럼 간직되어 있습니다. 

성악을 전공하면서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을 저의 레퍼터리 가운데 하나로 삼고자 했지만 본래 소프라노 혹은 메조 소프라노 목소리에 맞는 노래이기에 바리톤인 제가 부르기에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은 여전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가곡 가운데 하나입니다.

알고 보니 그 노래는 영화의 주제곡으로 작곡되었다고 합니다. 가곡은 클래식이고 영화는 대중예술인데 어찌보면 조화가 될 수 없을 듯한 클래식과 대중예술의 조화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1960년 영화 '길을 멀어도'가 탄생되었을 때 영화는 그다지 흥행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 최고 배우였던 '최무룡' '김지미' 이런 분들이 주역을 맡았던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 . 

영화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제가인 '저 구름 흘러가는 곳'만큼은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수록될 만큼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한국 사람들이 가장 애창하는 가곡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작곡가인 김동진 선생님이 소프라노 성악가와 함께 부르신 녹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작곡가가 왜 주제가를 직접 부른 걸까요? 알고 보니 '길은 멀어도'의 남자주인동인 최무룡씨를 대신해서 김동진 선생님께서 직접 노래를 부르셨다고 합니다. 성악가의 목소리로 평가한다면 조금 약하기는 하지만 김동진 선생님께서도 정말 미성의 테너 목소리를 가지신 분 이셨음에 틀림 없습니다.

얼마 전 김동진 선생님께서 영면하셨습니다. 새삼 life is short but art is long.이라는 금언이 생각납니다. 비록 선생님은 떠나셨지만 그분이 남기신 명 각곡들은 여전히 우리 가슴 속에 남아있겠지요.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어딘가에 선생님께서 인자한 모습으로 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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