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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제주>이달의 작곡가-강문칠

운영자 2 832
작곡자이자 음악평론가인 예총 강문칠 제주연합회장께서 "이슈제주(원문http://www.issuejeju.com/news/article.html?no=33759)에 직접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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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월), 서울 강남 삼성문화센터 공연장에서는 필자의 가곡 발표회가 있었다. <우리 가곡운동본부>(대표 정동기)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우리 가곡 부르기 운동을 실천하는 것으로, 한국의 가곡 진흥과 보급을 위한 행사이다. 지난 달 운동본부에서 연락이 왔는데 내용은 3월에 필자를 이 달의 작곡가로 선정하여 서울에서 나의 가곡들을 발표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내용이다.

국내에는 가곡 사이트가 여러 개가 있다. 필자는 많은 사이트를 찾지도 않고 한 개나 두 개 정도가 고작인데, 작곡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곡 사이트에서는 가곡들이 많이 수록이 되어 전국의 가곡 애호가들로부터 감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제주에서 보다는 서울에서 곡을 발표할 기회가 많았는데, 발표의 자리에 사이트를 운영하는 담당자나 가곡 애호가들이 있어서 나의 곡들이 알려진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사이트 운영자 측에서 연락이 와서 혹시 작곡자의 곡들이 수록이 된 음반이 있으면 보내 달라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튼 내가 작곡한 가곡들이 인터넷 상에서 알려져 있다는 사실과 이 달의 작곡가로 선정이 되어 발표회 무대를 마련한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특히 모든 경비를 주관하는 측에서 부담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서울에서 작곡 발표회를 가지면서 많은 경비를 부담해 온 터라 그날 발표할 곡과 연주자를 선정하는 것만 작곡가와 상의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그쪽에서 알아서 다 처리한다고 한다.

행사와 관련하여 담당자(대표와 실장이라는 분)를 서울에 만나 이러저러한 대화를 나누었다. 3월의 작곡가로 선정이 되고 난 후부터 <내 마음의 노래> 가곡 사이트에는 늘 나의 곡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운동 본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가곡 애호가들이 모여 한 달에 한번 모여 가곡을 부르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 중에는 나의 가곡을 부르는 애호가들이 많다는 사실도 처음 듣게 되었다. 우리 가곡 운동 본부는 전국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으며, 지방에서도 지속적으로 가곡 부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도내의 언론에는 필자가 이 달의 작곡가로 선정이 되었고 서울에서 가곡들을 발표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막상 서울에서 나의 곡들을 발표를 해 준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 곡의 내용들(선율, 리듬이나 화성 등)에서 애호가들이 들어서 좋다는 평이 있었을 것이고, 추진하는 운동본부에서도 나름으로 나의 활동 경력이나 그간의 작곡에 대한 조사도 있었을 것이다. 음악회 내용도 강 문칠의 “天, 地, 愛---그리고 濟州”라는 제목으로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제주의 내용이 담긴 곡들을 소개를 하고 싶다고 하여, 오한욱 시인(제주관광대 교수)이 쓴 ‘자구내 연가’와 김순이 시인(제주도 문화재 감정관)이 쓴 ‘제주 억새의 노래 ’ 중에서 7번곡 ‘팍팍한 가슴을 열면’이라는 곡, 필자가 쓴 ‘한라산’ 등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발표 시간 저녁 7시 30분이다. 충분히 연습 과정도 볼 겸 하여 제주에서 일찍 출발했다. 공연장에 도착하니 화환들이 여럿 도착해 있었다.
팜플렛은 그날 발표할 가곡들을 수록한 책을 제작해 있었다. 입장료가 일만원인데 간단한 다과와 음료를 공연장 로비에 준비해 두고 있었다. 서울에 있는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들과 부인들, 가곡 동호인들, 나의 가족들과 제주에서 올라오신 몇몇 분들과 우리 가곡 운동 본부 직원들이 참가한 음악회가 시작이 되었다. 먼저 우리 가곡을 노래하는 순서가 있었다. ‘봄 처녀’와 ‘봄이 오면’을 진행자가 객석의 관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도록 한다. 다음 순서는 필자가 작곡한 ‘홀로’라는 곡의 시를 쓰신 이향숙 시인이 ‘홀로’ 시 낭송이 진행이 되었다. 다음으로는 ‘자구내 연가’를 오신 분들에게 작곡자가 직접 노래를 지도하는 순서이다.

필자가 무대로 올라가서 곡의 내용을 소개하고 지도를 한다. 이미 동호인들은 악보를 잘 이해하시는 듯 한번만 지도했음에도 곧잘 부르고 있었다. 다음은 정식 음악회이다. 소프라노 이미경님이 나의 가곡들을 부를 차례이다. ‘이 세상에 그대만큼 사랑하고픈 사람 있을까’(용혜원 시)와 ‘억새의 노래’(김순이 시) 두곡을 노래한다. 감상하는 순서이다. 아름다운 모습의 이미경 소프라노는 나의 곡을 잘 이해하였고 표현을 잘 해 주었다.

특히나 연습하면서 “억새의 노래가 어렵다. 다른 곡으로 하면 어떤가” 하고 물어 왔지만 나는 이곡이 맘에 들고 아끼는 곡이기 때문에 꼭 이 곡을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발표할 시기가 가까워지자 전화가 왔다. “연습을 하다 보니 그 곡이 참으로 좋다, 하면 할수록 곡이 마음에 든다”라는 말을 전해와 안심이 되었다. 모든 곡을 암보하여 노래하는 소프라노의 정성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우렁찬 박수를 뒤로하고 다음 순서는 작곡자가 직접 자신의 곡을 노래하는 순서인데 ‘한라산’(작사 강문칠)을 노래했다.

곡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고 제주를 많이 찾아 달라는 말을 한다. 목이 좋지 않아서 노래하는 동안 혼이 났다. 그러나 많은 박수를 받았다. 다음으로는 이미경 소프라노가 다시 무대에 나온다. ‘홀로’(이향숙 시)가 발표된다. 이 곡은 이미경 소프라노가 이미 여러 차례 발표했던 곡인데 KBS Fm 가곡프로인 ‘정다운 가곡’에서도 종종 나오는 곡이다. 그런 만큼 익숙한 솜씨로 노래를 잘 표현해 주었다. 무대에서 성악가가 나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나에게는 늘 있어왔던 일이기에 하나의 일상적인 일과 처럼 느껴왔던 것이다. 그러나 다음 무대에서 부터는 색 다른 무대가 이어졌다.

동호인들이 공식적인 무대가 펼쳐졌다. 나의 가곡을 동호인들이 소프라노와 테너가 별도의 반주를 대동하고 암보를 하여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닌가? 작곡가로서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집행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동호인들이기에 전문 성악가 처럼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만하면 충분하게 잘 준비한 모습이 역력하다.

다음은 객석의 관객들이 오래 전에 불러왔던 한국가곡들을 함께 노래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그네, 동무생각 등을 노래한다.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 동창회장(고경범)을 무대로 불러낸다. 그에게 가곡을 노래하라고 하니 그는 ‘나는 노래방 체질’이라고 마이크로 말을 한다. 객석에서 웃음 소리가 나오고 내가 올라가서 그를 도와 동무생각을 노래했다. 스크린으로 악보가 친절하게 비쳐진다. 곡이 끝나고 박수를 받으면서 그는 객석으로 들어가고 사회자가 작곡가의 제자들이 여럿이 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제자들을 무대로 불러낸다. 내가 오래 전에 효돈 중학교에서 제직하던 시절 나에게 음악을 지도 받았던 제자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음악회에 찾아왔던 것이다. 무대에 올라 온 제자들 중에는 교수도 있고 뮤지컬 배우도 있고 사업가로 직장인으로 서울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팔짱을 끼고 <동무생각>을 힘차게 노래했다. 이 곡은 제자들이 중학교 3학년 때 가르쳤던 곡이다. 객석을 향해서 힘차게 암보로 노래하는 그들과 함께한 시간은 선생으로서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객석으로 들어가면서 한 제자가 이렇게 말을 한다. '선생님! 이 노래는 제가 중학교 시절 선생님께 가창 시험을 받았던 곡입니다. 오랜만에 부르지만 가사가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음악회가 끝이 났다. 그러나 작곡가로서 음악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내 고향 제주에 살면서 아름다운 제주라는 생각과 늘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는, 그래도 아직은 사람들이 순수하고 인정이 있고 희망이 있는 고향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제주, 이 속에서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다 보면 본의 아니게 타인에게 섭섭한 마음을 서로 간에 주고 받게 되면서도 ‘나는 이곳이 좋아!’라는 다짐을 얼마나 많이 하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지금 까지 나름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이번처럼 진심으로 의미 있고 작곡가로서 큰 기쁨을 가진 적은 없었다. 그리고 제주에서도 이러한 음악회가 하루 속히 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제주도민들에게 이러한 가곡을 노래하게 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그들과 같이 우리의 아름다운 가곡들을 힘차게 부르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다짐을 하면서, 이 지면을 빌어 이러한 기회를 주신 <우리 가곡 운동 본부>와 사이트 <내 마음의 노래> 관계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동창들과 제자들에게, 제주에서 서울까지 함께 해 주신 여러분들에게, 화환을 보내 주셔서 저에게 사기를 주신 분들에게도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참으로 작곡가로서 흐믓한 시간을 가졌다.
2 Comments
금나래 2009.03.30 16:09  
가보지 못한 저도 현장에서 같이 있었던 듯 감동입니다. 여러분의 수고가 멀리 계신 작곡가선생님께 기쁨을 드렸으니 얼마나 큰 일을 하셨는가요. 작은 마음들이 모여 이렇 듯큰 감동이 되는 일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해야로비 2009.03.30 17:56  
작곡가님의 글을 읽으니....새삼...우리가 하고 있는 이 가곡부르기가...정말...귀한 일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애정이 함께하여, 더욱 행복해 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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