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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뮤지컬 윤동주'의 간단한 관람소감

동녘새벽 3 1205
1. 간단한 관람소감
엊저녁에 창동열린극장에서 '오페라뮤지컬 윤동주'를 관람했습니다: 아주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다른 뮤지컬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느꼈어요: 함께 관람하신 탁계석 선생님께서도 '아주 잘된, 좋은 작품'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저랑 같은 소감이심을 듣고 저는 더욱 기뻤습니다.

무엇보다도 전체적인 구성이 잘  균형잡히고 그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이용주 선생님의 윤동주의 시들에 입힌 선율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서 윤동주의 삶과 정신세계를 투명하게 엿볼 수 있었기에 1) 우리 가곡예술을 한 단계 드높이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생각되고, 2) 윤동주의 시세계를 다시금 되새겨 보게 해 주었습니다. 이 작품이 가령 예술의 전당에서도 공연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오페라뮤지컬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저의 직관적 소감과 소원을 거기에 오신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렸었습니다.

이용주 선생님과 이 작품공연에 참여하신 여러분들의 노고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2. 가극 ‘윤동주’의 구성
“오페라 뮤지컬의 전체구성은, 윤동주가 걸어간 공간과 시간을 시대적 배경에 맞추고, 민족의 애환과 고행 속에서 한 청년 시인이 나라의 주권이 찬탈당한 것에 괴로워하며, 이것을 의연하게 맞서는 모습과, 이 의연함이 궁극적으로 새로운 평화를 알리는 내용으로 나타나게 꾸며졌다.”
막이 오르자 지휘자 이용주 님이 무대 왼쪽 구석에 나와 스탠드 조명 아래 앉고 그 옆에 있는 피아노 앞에 반주자가 자리한다. 1시간 30분 남짓되는 단막의 공연시간이 긴장 속에 이어지면서 중간에 몇 번 어둠 속에 무대장치가 신속히 바뀐다. 무대장치는 빨래줄, 마을 집, 학교 담, 나무 두 그루, 긴 의자, 일인용 의자, 작은 책상, 감옥 문 등 단순 간결하다.
음악은 독창, 이중창, 합창을 피아노가 반주한다. 가극의 매듭마다 내레이터의 설명이 나온다. 조명도 단순하여 집중적으로 관객의 눈길을 모이게 하여 투명하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

3. 가극 ‘윤동주’의 줄거리
가극은 ‘윤동주의 죽음을 알리는 서곡’으로 시작한다.
다음은 프로그램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의 줄거리다:
“윤동주가 태어난 북간도 명동촌은 함경북도 회령에서 이주해 일구어낸 항일독립운동의 기지였다. 동주는 그곳에서 고종사촌 송몽규와 함께 항일독립운동가이며 교육사상가인 외숙 규암 김약연 선생에게 학문을 배우며 자라났다.
1929년 13살의 나이로 윤동주는 송몽규와 함께 ‘새 명동’이라는 등사지 문예지를 발간하고 이 무렵 썼던 동시, 동요들을 발표한다. 윤동주는 1935년 송몽규와 함께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고 1941년 연희전문 문과에서 발행한 ‘문우’ 지에 ‘자화상’을 발표했고 19편으로 된 자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졸업기념으로 출간하려했으나 결국 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 무렵 윤동주의 집에서는 일제의 탄압에 못 이기고 우리말과 글의 말살정책으로 우리말을 쓰지 못할 때 북아현동에서 누상동 소설가 김송 집으로 하숙집을 옮겨 다니며 우리말과 글로 시를 노래한다.
또한 윤동주의 도일을 위해선 성씨를 히라누마로 창씨개명하게 되고 이로 인해 윤동주는 매우 괴로워한다. 이 때 송몽규는 일본 사복경찰에게 체포되어 경찰서로 곧장 압송되었다. 그는 갖은 고문에 시달리다 겨우 석방되어 나오기는 했으나 그때부터 그에게 요시찰 인물이라는 딱지가 붙어 늘 일제 당국의 감시망 속에서 살아야 했다.
1941년 윤동주와 송몽규는 함께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몽규는 동경 제국대 서양사학과에, 동주는 동경 립교 대학 영문과에 입학했지만 가을에 교토 도시샤 대학 영문과로 편입하여 일본에서 문학과 시를 공부하며 뜻을 함께하는 주변 지인들과 항일저항운동을 해나간다. 일본 도시샤 대학에서 같은 과 학생인 시즈코를 만나고 동주는 조선 일본의 혼혈인 그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일본 내에서 조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고 의논한다. 그리고 송몽규와도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항일독립운동을 하려고 울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송몽규는 언제나 일경의 미행 위험 속에 있을 만큼 감시받고 있었고 결국 그 둘은 독립사상범으로 체포되어 일본 교토 기모가와 경찰서에 구금되고 만다. 1944년 일본 당국의 재판 결과 항일사상범으로 윤동주는 2년 징역형을, 송몽규는 3년형을 언도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된다. 그들은 형무소 안에서도 저항정신으로 시를 썼으나 모진 고문과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매일 주사를 맞게 되어 끝내 1945년 2월 16일 윤동주는 사망하고야 만다. 그 이후 한 달 뒤에 송몽규 역시 사망한다.
윤동주 사망이라는 일본 감옥에서의 전보를 받고 가족들은 기절할 듯이 놀라고 분노한다. 윤동주의 아버지는 후쿠오카로부터 윤동주의 싸늘한 시체를 인계받고 침략당한 자의 아무 대응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 항의도 할 수도, 할 곳도 없는 침략당한 시대 현실에서 약소민족의 서러움을 뼈저리게 당한다. 교도소 안에 송몽규를 면회하는 아버지 앞에서 이름모를 주사로 생체실험을 당하고 있다고 송몽규의 말을 전해 듣는 아버지의 뇌리엔 동주도 이렇게 죽임을 당한 사실에 망연자실한다.
윤동주는 가족과 친지들이 보는 앞에서 장례가 치러지며 땅에 묻혔지만 그의 주옥 같은 시들은 6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의 아름다운 시와 정신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불꽃처럼 피워오르고 있다.”

4. 오페라뮤지컬 윤동주의 제작에 즈음한 의미를 두 가지 측면에서 제작진은 밝히고 있다:

가. 사회의 공익적 측면:
1) 윤동주를 오페라 뮤지컬로 관람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청소년들에게는 훌륭한 역사적 인물에 대한 교육이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조명이다.
2) 오페라 뮤지컬이 보통 서구적인 정서에 의한 것인 데 반해 ‘오페라뮤지컬 윤동주’는 문학과 음악적 차원에서도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다.
3) 메말라가는 도덕적 불감증과 한국인의 아름다운 감성을 환기시킬 수 있는 교훈은 ‘윤동주’를 통해 경험하게 한다.

나. 한국음악의 발전적 측면:
1) 홍난파를 시작으로 이루어진 한국가곡, 즉 예술성이 있는 한국의 노래음악들이 현대적으로 승화되어 오페라 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나타난다.
2) 이렇게 우리가곡을 계승발전시킨 형태의 오페라 뮤지컬 노래들은 독창과 합창으로 나타나면서 서양의 오페라 음악적 요소들과 결합되어 보다 품격이 있는 새로운 차원의 한국적 노래음악의 장르로 재탄생된다.
3) 주옥 같은 윤동주의 시(‘서시’, ‘별 헤는 밤’ 등)를 노래가사로 사용함으로써 단순한 오페라 뮤지컬이 아니라 시와 음악의 만남이라는 예술가곡의 형태를 경험한다.
4) 한국 오페라 뮤지컬 창작의 어려운 현실에서 서양의 오페라 뮤지컬 모방을 뛰어넘어서 새로운 한국적 오페라 뮤지컬 음악 장르를 탄생시킴으로써 한국형 오페라 뮤지컬의 독자적인 세계화의 발판을 놓는다.

5. 가극 ‘윤동주’의 제작진
대표: 박용우/ 총감독: 이용주/ 연출: 방정욱/ 극본: 이민경/ 작곡: 이용주/ 음악감독: 임성규/ 지휘: 이용주/ 반주: 이선아/ 연기지도: 이초연/ 기획: 김기수, 구우정/ 감수: 임헌영, 유성호/ 연주: 아름오페라뮤지컬단

6. 주요 배역자 명단
윤동주: 이원일/ 송몽규(윤동주의 사촌이자 친구): 최문성/ 윤영석(윤동주 아버지): 노인규/ 김용(윤동주 어머니): 오지혜/ 윤혜원(윤동주 여동생): 김수미/ 윤일주(윤동주 남동생): 오인식/ 시즈코(윤동주의 일본유학시절 친구): 이혜련/ 친구(남, 윤동주의 일본유학시절 친구): 박성민/ 친구(여, 윤동주의 일본유학시절 친구): 이초연/ 강태식(경상도 출신의 조선인 유학생이자 윤동주 친구): 이창원/ 강석중(연희전문학교 시절 윤동주 친구): 박현웅/ 형사(1/2): 박조현, 차성훈/ 교회사람(남1/2): 박현웅, 고원석/ 교회사람(여1/2): 윤현정, 남미선/ 행인(남1/여1): 오인식, 홍지아/ 교회사람들/ 행인들(일본 도쿄 거리).

7. 관람객의 감동
이 오페라뮤지컬 윤동주를 통해 ‘젊고 참신한 배우들이 역동적으로 관객에게 다가섰다’. 우리들은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이 없’는 길을 걸어간 윤동주를 만난다. ‘또한 새로운 한국형 오페라 뮤지컬 장르에서 그의 목소리를 노래와 연기로 듣고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번 공연은 제작진이 바랐던 대로 ‘윤동주 시를 좋아하고 아름다운 그의 정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배우가 되고 관객이 되는, 윤동주 잔치마당’이 되었다.

8. 윤동주(1917.12.30 - 1945.02.16)의 시세계
윤동주의 시가 보여주는 것은 자기에 대한 예리한 응시, 삶과 세계에 대한 깊은 성찰, 그가 살던 동시대의 사람들과 생명체들과 자연에 대한 따뜻한 사랑, 자기자신과의 치열한 내면적 싸움이라고 생각된다.

그의 '서시'(1941.11.21), '자화상', '새로운 길', '새벽이 올 때까지', '바람이 불어', '별 헤는 밤', '산골물' 등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온통 그의 조용하고도 깊은 정신세계를 엿보게 한다.

그의 시 '산골물'은 문득 노자의 도덕경을, 특히 노자의 '무위자연'의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산골물

괴로운 사람아 괴로운 사람아
옷자락 물결 속에서도
가슴속 깊이 돌돌 샘물이 흘러
이 밤을 더불어 말할 이 없도다.
거리의 소음과 노래 부를 수 없도다.
그신듯이 냇가에 앉았으니
사랑과 일을 거리에 맡기고
가만히 가만히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그의 시 '새벽이 올 때까지'는 문득 베에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에 나오는, 옥중에 갇혀있는 플로레스탄의 해방을 알리는 나팔소리를 들려주는 듯하다:

새벽이 올 때까지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요.

다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흰 옷을 입히시요.

그리고 한 침대에
가지런이 잠을 재우시요.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시요.

이제 새벽이 오면
나팔소리 들려올 게외다.
3 Comments
바다박원자 2007.12.04 09:22  
많은 것을 알게 하여 주신 배동인 교수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또 좋은 글 읽게 해주시길
김기수 2007.12.05 22:15  
배동인교수님!
세심하게 보아주시고 써 주신 글을 읽고 함께한 사람으로서 감동이
매우 큽니다.
좋은 글 열심히 읽었습니다.
함께한 친구들과 가져가서 다시 그날을 기억 하며 보겠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정영숙 2007.12.07 08:40  
배동인교수님 정말로 오랫만에 봅니다. 여전히 좋은음악 감상하시고 해설을 해 주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면년전에 중국에 가서 윤동주 생가를 가 본듯 합니나. 하도 많이 들러서 좀 횟갈리지만---길고긴 글이지만 배교수님의 글을 읽으면 배울것이 너무 많아서 꾹 참고 다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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