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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깊이 간직한 어머니의 모습

靜 軒 15 937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의 마음에는 특별히 간직된 어머니의 행복한 모습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경우였을까요?

학교에 들어가 첫 번째로 상장을 받아 온 날일까요, 반장으로 뽑혔던 날이었을까요? 
대학 합격자 발표 날이었을까요 아니면 취업을 하여 첫 월급을 타서 사다드린 선물을 받으셨을 때였을까요?
그도 아니면 결혼식 날이었을까요 아니 그보다 첫 손주를 안겨드린 날 이었을까요?
혹 TV에 출연한 날도 있지 않았을까요? ^^ 
또한 임용고시에 합격했을 때나 의사면허를 받았을 때 등 참으로 다양한 경우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압니다.
그 어느 경우라도 우리의 어머니들이 크게 기뻐하셨을 것임을.

이렇게 각자의 마음 속에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이 있을 것처럼 제 경우에도 그러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저의 어머니께서는 겨울이면 산에 나무를 하러 다니셨습니다.
그때는 제가 너무 어리다고 어머닌 저를 데리고 가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저는 어머니께서 산에서 내려오실 때에 맞춰 늘 어머니 마중을 하러 나갔습니다. 
아침에 어느 산으로 가신다고 말씀해 주시기 때문에 길을 잘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은 어머니께서 산을 바꾸어 올라 가셨습니다.  그래서 마중 나올 저를 생
          각하셔서 일찍 산에서 내려오셨는데도 그만 저와 엇갈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머니께서         
          아침에 말씀해 주신 산 방향으로 걸어 갔습니다.  하매나 하매나 어머니를 만날까 한걸음 
          한걸음 걸어 들어가다 보니 어느 새 산중에 이르렀고 어두워진 산에서 그만 길을 잃고
          엉-엉 울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는 어머니 마중을 나가는 대신, 어머니께서 돌아오시면  드실 수 있도록 국수를 삶기로 하였습니다. 
그래, 무쇠 솥에 물을 붓고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물이 끓자 국수를 넣었구요. 
그리고는 어머니께서 밥하실 때 처럼 무쇠솥 바깥으로 김이 새어 나오자 아궁이속 큰불을 끄고 잔불로 뜸을 들였습니다.

드디어 날이 어두워지며 어머니께서 오셨습니다.
“엄마. 내가 국수 삶았어.”^^
저는 아주 의기양양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중은 나가지 않았지만 어머니를 위하는 일을 하나 해 놓았기 때문이지요.

어머니께서 솥뚜껑을 여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찬 바람과 함께, 추운 겨울 공기 속을 걸어 오시는 동안 몸베바지와 쉐터에 베인 싸늘한 기운을 느끼게 하며, 쟁반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쟁반의 그릇에 무엇이 담겨 있었겠습니까?^^
다 아셨을 것 처럼.....^^
그것은 다름아닌..... <떡이 된 국수> 그것도 식은 지 오래인 국수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저를 꾸짖으셨을까요?
여러분이라면 그렇게 하셨을까요?

아니오. 결코 그렇게 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제 어머니 역시도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어떻게 국수를 다 삶았어 그래....”라는 말씀을 몇 번이나 하시면서 국수에 아니 식어버린 떡이 된 국수에 간장을 조금씩 놓아 가시며 정말 맛있게 드셨습니다.

나중에 어머니께서는 웃음 가득한 얼굴로 제게 밥 짓는 것과 국수 삶는 방법의 차이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제사 저는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설령 방법을 몰라 국수를 떡이 되게 하였어도 또 때를 잘못 맞춰 식어버린 국수가 되게 하였어도 어머니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원망하거나 나무라지 않으시고 오직 제가 어머니를 위해 드시게 하려고 한 국수를 삶은 그 행동만을 크게 칭찬하셨기 때문입니다. 
 
힘에 부친 생활에 병을 얻으신 어머니는 투병 끝에 여전히 젊은 나이에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비록 어머니는 가셨지만 어머니께서 그날 제게 보여주신 그 환한 웃음과 태도는 제 일생을 두고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제 마음깊이 간직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어머니처럼, 자녀를 포함한 다른 이의 행동에서 언제나 결과만이 아니라 동기와 과정까지도 고려하여 칭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행함과의 사이에 늘 거리가 있어, 살면서 그 교훈을 적용함을 잊기도 자주하고 부단한 실패도 거듭하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다시한번 어머니의 그 교훈을 가슴에 새겨 봅니다.
그리고 조용히 떠올려 봅니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눈물나게 그리운 그날의 어머니의 모습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내일부터 얼마간  이 홈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치료를 잘 받은 후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뵙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안녕히 계세요. ^^ )   
15 Comments
노을 2005.08.11 10:56  
  너무나 아름답고 애틋하고 마음도 아프게 하는 글입니다.
나무하러 가신 어머니의 모습은 삶의 건강함과 부지런함을 느끼게 하고
엄마를 마중하는 딸의 모습은 기특하고 사랑스럽습니다.
한 폭의 정겨운 풍경이지만 너무 일찍 가신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도 그렇게 삶의 훌륭한 지침이 될만한 기억을 남기신 어머니이기에 늘 정헌님 마음에 살아계시리라 싶네요.  어딜 다녀오시는 지는 몰라도 이 호우가 출몰하는 날씨에 편안히 다녀오세요. 그리고 빠른 시일 안에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바 위 2005.08.11 11:15  
  정헌 선생님 !

님은 참 조숙하셨습니다...
존 글을 읽으며 우리가 처한 현주소를 생각해도 보고
끌든 얹처가든 그 헤쳐가는 날 들에게 어머님 아버님이 이미로
주신 교훈을 다시 깨치게 되지요...
그래도 지도
삼양라면 처움나와 끓일줄 몰라
북한산 눈밭에서 눈 꾹 .. 꾹 . 눌러 물만들었으니
미지근한 물에 라면 그냥넣고 닫아 걸어 놇고 불땐후

항고 뚜껑여니
라면 한가닥 없고 하여 솜텰난 세놈이 웃엇던 기억이납니다/
비봉에 올라 이숭녕박사님 부부를 만나 청해들은
"세상은 분수에 맞게 살아야 되는거야" 하시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참으로 영민하신 어머님 두셨습니다...
그래요 !
건강도 경영이라 해야 할것입니다...
밝은 얼굴로 오시는 날에 아버님 추억도 올려주실거지요...

우리가 살아내는 일이 언제나 처럼
동기와 과정까지도 염두에 두며 사시란 글귀에 눈총 찍어 배웁니다...
치료도 여행이고
여행또한 스승이더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훈짐으로 살아감에 언제나 고마워 하렵니다...
존 글 여운 길어 좋습니다 !!

늘 고맙습니다 !!!
서들비 2005.08.11 11:17  
  靜 軒님!!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기도할께요.
힘 내시고..............
김경선 2005.08.11 11:27  
  너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저의 제일 약점을 깨닫게 합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뵈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애창운동본부 사무국 2005.08.11 12:39  
  건강한 글..  속히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열린세상 2005.08.11 12:55  
  靜 軒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시기를 빕니다.
현규호 2005.08.11 13:13  
  아버지는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계셨고 아들은 방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저 물 좀 주세요.' 아버지 왈 '냉장고에 있으니 네가 꺼내 마셔라.' 5분후 아들은 다시 '저 물 좀 주세요.' 아버지 조금 언성을 높여 '네가 꺼내 마셔라. 또 다시 5분후 '저 물 좀 주세요.' 아버지 왈 '너 다시 한번만 더하면 너 혼날 줄 알아라.' 또 다시 5분후 '아버지, 저 혼내러 오실 때 물 좀 가져다 주세요.'    퍼온 글
산처녀 2005.08.11 14:00  
  참으로 눈물 나는 사모곡입니다 .
열마전에 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먼저 앞섭니다 .
오늘 칠석을 맞아 절에 갔더니 8순이 넘으신 친구의 어머니 가 제 친구인 딸의 안부를 묻습니다 .지난해에 홀로 된 딸을 안타까워 손수건으로 눈가를 누르시는 모습을 뵈면서 저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흐르며 저 어머니에게 대신 건강주십소사 울면서 기도하며 배례들이고 돌아와서 내 마음이 아픔니다 .
이제 늙으신 어머니 언제나 자식에게는 또 하나의 아픔입니다 .
하루 속히 건강히 돌아 오십시요 .
지범 2005.08.11 14:34  
  지난 봄 불의에 돌아가신 제 어머니 생각에서 일까요?
눈물을 훔치며 읽었습니다.
건강하시길...
하예가 2005.08.11 14:47  
  정 헌  님!
마음에 평안을 얻으시고 건강 회복하셔서 뵙기를 기대할께요.
우리 어머님들은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세요.
가슴시린 눈물없이 볼수없는 글얘기가 있기에 삶을 되돌아 보기도합니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더많이 주리라 다짐해봅니다.
말로서 안해도 행동으로 느낄수있도록...
힘내세요  아~ㅅ 싸!!
하나님께 건강을 위해 기도드릴께요.
장미꽃 향기를 날려보냅니다~~~
사랑노래 2005.08.11 15:05  
  어머니를 그리워하신다면
님은 아름다워지신 것입니다.

어머니를 거룩하게 생각하신다면
님 역시 거룩해 지신 것입니다.

치료를 받으신다니
속히 완쾌하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靜 軒 2005.08.11 19:05  
  어디 뭐 별난데를 간다고.... 제가 이렇게 요란스럽습니다. ^^

요들님.  제일 먼저 달려오셔서 잡아 주신 손, 감사합니다. ^^  제 얘기라고 해야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양상의 추억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들려주신 따뜻한 말씀 기억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바위님.  늘 해 주시는 격려, 감사합니다.  저 같은 아이야  수두룩했지만 저의 어머니 같은 분은 제가 살아오며 주위를 둘러보아도 결코 흔치않는, 깊은 심성의 소유자이셨습니다.  어머니 칭찬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히 지내십시오. ^^   

서들비님. 반갑습니다. ^^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이 이름의 뜻이 무엇인지 들려 주시겠어요? ^^  다시 즐겁게 만나요. ^^

김경선님.  약점이라니요. 모든 의료진들의 귀감이 되심에 분명하십니다. ^^  환자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의사에게 진료받을 때 회복이 훨씬 빠르다지요? ^^  제 경험으로도 그랬습니다.  그나저나  그래 가지고 병원운영이 되나 모르겠어요.  장기 입원 환자가 줄어서..^^    건강 잘 챙기세요.  다른 사람만 돌보지 마시구...^^  기쁘게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

사무국님.  이즈음도 사진 많이 찍으세요?  요즈음은 제가 홈페이지를 가 보지를 못했네요.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열린세상님.  빠뜨리지 않고  힘을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다시 뵙겠습니다. ^^

현규호님.  글을 읽고 아주 웃음이 났습니다. 저는 다양함이 넘치는 세상이라 즐겁다고 생각됩니다.  세상은 꽃밭이고 사람 개개인은 꽃이라 생각했습니다.  꽃밭에 한가지 꽃만 있다면 얼마나 심심하고 재미없겠습니까, 그죠? ^^  글 속의 아이는 아주 유머가 넘쳤습니다.  약간의 게으름은 있을지 몰라도 자신이 지닌 여유와 느긋한 행복을 주위에 퍼지게 하는 탁월함이 느껴졌습니다.  저 같으면 그럴 때 뭐라고 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멋진 응수가 있으시면 이담에 들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 

산처녀님. (유랑인님의 누님이 맞으신지요? 제가 지금 확인을 할 수 없어..) 화면상으로 성함을 익히 보아 알고 있습니다. 답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에는 제가 수줍어서 인사를 못드렸었습니다. ^^  늘 건강하시고  남매분의  우애가 점점 정이 사그라지는 세상의 풍조와는 관계없이  나날이 더욱 돈독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지범님. 저 역시도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신의 설음때문이건 누구 때문이건 어떤 사연으로든 간에 함께 울 수 있는 감성의 공감대는 얼마나 귀한 유대입니까?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하예가님. 다시 뵈어 반갑습니다.  말없이 행동으로!  좋습니다. ^^  보내주신 장미 감사합니다.  무슨 백만송이씩이나...^^  감사합니다. ^^

사랑노래님.
감사합니다. 쓰신 짤막한 시는 저만 아니라 어머니를 그리는 모두에게 바쳐지는 시이군요. (위의 두 연..^^)  건강하십시오.  또 뵙겠습니다. 



 
bell ring 2005.08.12 10:22  
  님의 글 읽어며 늙은이 의 눈에 눈물이 들어내 집니다.
아마도 "인지상정" 인가보지요.
건강하신 모습으로 다시 뵙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애창운동본부 사무국 2005.08.14 01:41  
  정헌님~~  산처녀님은 하늘곰님 누님이십니다~~  ^^
해야로비 2005.08.14 21:20  
  정헌님~ 빨리 쾌차하셔서 님의 자녀들에게도(어느 만큼 큰 자녀들인지 모르지만) 동기와 과정을 염두에 두는......그런 귀한 말씀 옮겨 주실거지요?  늘~ 하셨겠지만요.  참으로 곱고 아름다우신 분이십니다.

맨처음 손잡고 나와주신 분!! 노을님이 유랑인님의 누님이시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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