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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에서 ... / 최영미

Gagok 5 765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5 Comments
2005.12.26 14:36  
    짝 離別

짝 사랑처럼
이별하고 싶은 추운날이다

시원하게
이별하고 싶은 날 이기도하지

살 떨리게
짝 사랑처럼 이별하고 싶은 날이여
 
서들비 2005.12.28 09:26  
  아린 이별이
마음을 울립니다.
규방아씨(민수욱) 2005.12.28 17:24  
  잊는거 그거 안하면 안될까요? 그냥 그리움으로 남겨두면 안될까요?
잊는거 그러면 잊혀진다는 것인데... 헤어짐도 마음아프거늘 잊혀진다는건 잊혀졌다는건 너무 아플거 같네요..
사랑노래 2005.12.29 00:22  
 
지루한 기다림과  아쉬운 잊혀짐은
모두다 나의선택  모두다 나의결정
한순간 즐거웠다면 영원으로 이어가리!
2005.12.30 17:59  
   
[사랑이가득한시] '걸음을 멈추고'
걸음을 멈추고 - 나희덕(1966 ̄ )


그 나무를

오늘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어제의 내가 삭정이 끝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아

이십년 후의 내가 그루터기에 앉아 있는 것 같아

한쪽이 베어져나간 나무 앞에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덩굴손이 자라고 있는 것인지요

내가 아니면서 나의 일부인,

내 의지와는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자라나

나를 온통 휘감았던 덩굴손에게 낫을 대던 날,

그해 여름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을 용서한 것은

나를 용서하기 위해서였는지 모릅니다.

덩굴자락에 휘감긴 한쪽 가지를 쳐내고도

살아 있는 저 나무를 보세요

무엇이든 쳐내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던

그해 여름, 그러나 이렇게 걸음을 멈추는 것은

잘려나간 가지가 아파오기 때문일까요

사라진 가지에 순간 꽃이 피어나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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