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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희: 교향시 <한강>(한국초연)을 듣고

동녘새벽 4 868
임준희: 교향시 <한강>(한국초연)을 듣고

지난 7월 1일 20:00시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군포프라임필하모닉 정기연주회(지휘: 장윤성)가 있었는데 그 첫 곡으로 작곡가 임준희 님의 교향시 <한강>이 한국 초연되었다. 그 다음으로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이, 휴식시간 뒤에 마지막으로 베에토벤의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3중 협주곡이 연주되었다. 이 음악회는 부제로서 ‘트리오 콘브리오 코펜하겐 초청음악회’라고 써있는데 이는 베에토벤의 3중 협주곡에서 덴마크에서 활약하고 있는 세 사람, 곧 바이올린_홍수진, 첼로_홍수경, 피아노_옌스 엘베케어가 협연하기 때문이다. 이들 세 음악가들은 활기 넘치는 열연과 하나된 듯한 화합으로써 세 개의 독주악기의 대화형식을 시사하는 베에토벤의 독특한 이 곡에서 그의 소리를 매우 감명깊게 재현해냈다.

교향시 <한강>은 처음으로 연주되는 신곡이어서 큰 관심을 끌었다. 도입부에서 압축적으로 빠르게 연주되는 한국적 선율과 현의 떨림음에 이어 힘찬 팡파레로 시작했다. 마치 우리 겨레의 탄생을 알리는 우렁찬 고고의 소리로 들렸다. 한국적 선율이 여유롭게 흘러나오고 서너번의 팡파레가 다소의 시차를 두고 반복되어 터진다. ‘한강’이라는 큰 주제의 총론에 해당하는 이 곡은 한민족의 역사가 품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약 10분의 시간 안에 함축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곡자의 야심찬 의욕을 엿보게 한다. 이 곡을 듣고 나서 나는 전체적으로 신바람나게 멋있다는 느낌, 흐뭇한 긍지와 희망에 찬 좋은 감흥을 받았다. ‘한강’을 주제로 하는 하나의 힘차고 아름다운 교향곡이 머지않아 태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그램에 들어있는, 이 교향시에 관한 설명을 여기에 옮겨온다:
“이 곡은 5부작으로 구성된 교향시 <한강>의 제1부 서곡(overture)으로서 전곡에서 전개될 주제적 아이디어와 음악적 재료들을 내포하고 있다.

한강 -
자유의 푸른 물결이여 -
생명의 푸른 물결이여 -
민족의 역사가 강이 되어 흐른다 -
세계평화의 기도가 강이 되어 흐른다 -

위의 시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강>에서 나타나는 지속적 분산화음의 음형은 끊임없이 흐르는 물결과 민족의 맥을 의미하고, 상행하는 주제적 선율과 하행하는 선율들의 엇갈림은 고난과 역경에 맞서왔던 자유와 생명의 의지를 나타낸다.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이 되어왔고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웃고 울고 살아 숨 쉬며 흐르는 한강 -!
교향시 <한강>에서는 고난의 역사를 관통하여 유유히 흐르며 민족의 자유와 평화를 대변해 왔던 한강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음악을 통해 표출함으로써, 21세기 세계 속의 한국의 화합과 도약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작곡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작곡자 임준희 님의 작곡에 임하는 자세, 특히 이 곡의 구상의도를 들어본다: “저의 <한강>을 힘차고 희망을 주는 곡으로 감상하셨다고 하니 무엇보다 기쁩니다. 베에토벤이 음악을 통해 표출하고자 했던 인류 보편적인 진리에 대한 갈망 - 자유, 평화, 사랑 등에 대한 갈망은 시대와 인종을 불문하고 불변한 것 같습니다.
제가 혼탁한 사회에서 이러한 인간에게 귀중한 가치들을 음악으로나마 공유하고 삶의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곡하였는데 많은 분들이 조금이나마 이 곡을 통해 공감을 보여주셔서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렇다: 이 교향시 <한강>에는 베에토벤적인 정신에서 바라보는 한민족의 역사적 삶에 대한 작곡자의 관조가 깃들어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위에서 진술한 작곡자의 구상에서 시사하듯이 <한강>은 우리 겨레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역사’를 아우르는, 투쟁과 고난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내용으로 조만간 완성될 것이다: “<한강>은 5부작의 교향시로 확대되어 2008년경에 재공연될 예정”이라고 작곡자는 전해왔다. 더욱 알차게 확충된 교향시 <한강>에서 나는 오랜 세월을 통해서 한강이 겪어온 억압과 자유, 생명과 죽음, 사랑과 미움, 전쟁과 평화가 교차되거나 공존하는 우리 겨레의 역사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소리로써 다시 들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임준희 님의 건승을 기원한다.

- 2007.07.03, 새벽 배동인 
   

 
 
 
4 Comments
동녘새벽 2007.07.03 21:34  
  임준희님의 오페라 <천생연분>의 일본 공연(2007.06.27-28, 일본 우에노 공원 안에 있는 도쿄문화회관)도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임 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합니다: "이번 오페라 <천생연분> 일본 공연에서도 <천생연분>의 해학적인 측면보다는 진실한 사랑과 개인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더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는 것을 실감하였습니다. 일본의 관중들은 매우 진지했고 5번 이상의 커튼콜을 통해 이 오페라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 주었습니다. 그들의 한국문화를 사랑하고 이해하고자 하고 경의를 표해주는 것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개인적으로 무척 값진 공연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정우동 2007.07.06 08:24  
  내가 간 연주회나 공연장에서 누구보다도
동녘새벽 배동인 교수님을 더 많이 뵈웠다고 하겠습니다.
어쩌면 많이 닮아보고 싶었던 생각때문 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턴 천생연분도 그렇게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임준희선생님의 교향시 한강이
스메타나의 교향시 몰다우강을 능가하고
그의 교향연시 나의 조국으로 발전했듯이
임 선생님께서도 우리조국을 완성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정영숙 2007.07.06 08:51  
  배교수님, 끝까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아마 배교수님 같은 음악애호가나 순수음악 평론가가 많이 있다면 우리나라 음악은 판도가 달라질것입니다. 한강을 듣고 쓴 감상문 참 의미있고 감동적입니다. 서울은 한강, 마산은 가고파. 경남은 낙동강 여하튼 물은 우리들의 생명이니까 참 좋습니다.
동녘새벽 2007.07.06 14:09  
  정우동 선생님, 정영숙 시인님, 반갑습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음악에 공감하고 늘 그런 음악을 그리워하고 서로 감상소감을 나누면서 우리가 모두 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되새깁니다. 이러한 우리의 삶에서 다시금 떠오르는 생각은 위에 언급된 '베에토벤적인 정신'이 이 시대, 이 땅에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하는 물음입니다. 그것은 작곡가나 연주가에게만이 아니라 가곡과 음악을 듣기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이들에게 해당되는 물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벗님들, 건안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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