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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북 영양 문학 기행기-조지훈 세미나-

송인자 3 1662
회장님,
영양 사람은 이혼한 이가 없다며 “소문 날까봐.. 자랑 하려고..안 쓰는 물건 등"(이 소리는 들은 사람만 아는 이야기입니다). 계속 고추! 고추! 하며 그곳의 특산품을 소개했는데, 우리 모두는 다른 상상을 하느라고 키득거렸습니다. 이것은 듣는 이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회장님이 그렇게 유도했으니 회장님 책임입니다. 또 다른 특산품으로는 “담배”와 “산나물”이 있답니다.

지금 한참 산나물 축제기간이라며 우리가 참석하게 된 “지훈 예술제”가 산나물 축제와 맞물려 있다고 했습니다. 보다 많은 외지인을 끌어오기 위한 방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시장보다 먼저 들른 지훈 예술제가 썰렁한 것을 보자 마음이 아팠습니다. 작은 지방이지만 전현직 검사만도 47명이나 되며 교수나 기업가등, 사회의 영향력 있는 분들을 많이 배출한 지방이라며 자랑이 둥둥 떴습니다.

다음에 들른 곳은 “영양고추 홍보 전시관”전시관 안에는 들르지 않고 주변만 둘러봤습니다. 밖에서는 "일월산" 등반대회 어쩌구 써있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가설무대에서 반주도 요란한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이 잔뜩 올라가서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그곳을 둘러보니 회장님께 들었어도 긴가민가하던 “영양고추”에 대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동안은 “청양고추”만 들어봤지요. 그러고 보니 “양”씨 형제네요. 매운 고추의 대명사 청양 고추와 달리 영양고추는 맵지 않고 살집이 도톰하며 영양가가 많답니다.

다음에 들른 곳은 “오일도”선생님 생가였습니다. 그곳을 관리하며 사시는 후손분과 단체 사진도 찍고, 이기순 선생님과 윤강로 선생님께서 한국 문학사에서 “오일도”선생님의 역할을 얘기해주시기도 했지요. 요즈음 보기 드문 처마에 둥지를 튼 제비집과 작은 새끼 제비들도 봤습니다.

그곳에서 경주에 있는 “박목월”선생님의 생가도 아주 허술하게 보존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문화재청은 뭐하고 있느냐며 다들 분노했고, 그런 예산은 경주 시청에서 나와야 된다고 하자, ‘김정서’선생님 “경주 시청에 내 친구가 있는 데 고걸 조져야겠구만”

저는 “오일도”선생님 시비를 보러가는 길을 “이문열”작가님 문학관을 가는 것이라 생각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 작가님은 현재 사회적 분위기도 있고 또 문단의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속해 있으니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고 전해줬습니다. 많이 아쉬웠지만 참았습니다.

이어서 그날의 중요한 순서인 “영양 군민회관”에서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서울대 국문과 ‘방민호’ 교수님의 “조선어학회 사건 전후의 조지훈” 과 ‘문학평론가이신 '이희중’ 교수님의 “조지훈의 시에서 ‘울음’의 의미”라는 주제의 발표가 있었고, 각 두 명씩의 질문자가 있었습니다. 심도 깊은 발표라서 흥미진진했습니다.

끝나고 방청석의 질문을 받는다고 하자 ‘이기순’ 선생님 앞으로 나가시더니 질문이 아니라 박식함으로 또 다른 발표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윤강로 선생님의 추가적인 말씀까지 있어서 마치 토론회장 같았습니다. 그러나 대단한 강의가 아까울 정도로 토론회장은 썰렁했습니다. 겨우 동원된 대학생인 듯한 사람들 몇 명뿐이어서 문학저널 회원이 아니었으면 참으로 김빠진 행사가 될 뻔했습니다. (대강의 발표 내용은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6:50분.<오지체험>
김진시회장님, 형님의 목장으로 가서 ‘흑염소’탕을 먹여준다고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서 우리를 산길로 안내했습니다. 그 길은 강원도 산길이나 지리산 천황봉을 오를 때처럼 꼬불거렸습니다. 어린 날 가세가 갑자기 기울어 그곳으로 이사한 후 걸어서 읍내 학교를 다닐 때면 2시간은 족히 걸렸다는 얘기며, 조금만 더 가면 영덕 바다가 나온다는 설명도 해줬습니다. 그 옛날 그곳 출신 처녀들은 쌀 한말만 먹고 시집가면 많이 먹는 것이라고도 했답니다. 회장님은 어찌나 입담이 좋으신지 어린시절 이야기가 들어도 들어도 재미있었습니다.

8. 19분,< 식당 도착>.
날이 어두워지고 간간이 비가 뿌리자 낮과는 달리 기온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더구나 그곳은 한여름에도 난방을 하고 자야 할 정도랍니다. 우리를 맞느라고 방은 따뜻하게 준비되어있었습니다. 흑염소탕과 볶음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어수리’라는 나물도 먹었습니다.

재빨리 식사를 마치고 강서영 님과 함께 건물 뒤편에 있는 동산엘 올라가봤습니다. 좀 떨어진 개집에서 한 무리의 개떼가 짖어댔습니다. 그곳은 염소만 키우는 게 아니라 개도 사육하는 모양입니다. 그것들이 꼬챙이로 후벼 파듯이 요란하게 짓는 통에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내려와야 했습니다. 내려오면서 보니 어떤 칠칠맞은 내 친구가 동글동글한 배설물을 쏟아놨더군요. “아주 공갈 염소 똥, 일 원에 열두 개” 어릴 적 노래가 생각납니다.

남자들은 식사가 끝났는데도 한잔의 매력을 떨치지 못합니다. 컴컴한 산길을 더러는 더듬거리며 더러는 승용차 몇 대에 6명씩 타고 내려왔습니다. 수비면 송하동 펜션으로 이동. 기대했던 캠프파이어는 비로 인해 취소되었고, 강당에서 시 낭송회와 노래 자랑 등이 펼쳐졌습니다. 저는 시 낭송까지만 참석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방으로 들어갔으나 계속 울려대는 반주소리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아, 저놈의 노래방 기기는 누가 만들었냐고요.’

이상 첫째 날 보고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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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김경선 2007.07.05 13:35  
  경북 영양출신들을 만나면 아직도 천연기념물처럼
귀하게 느껴집니다.
미생물학교수로 있는 선배도 대학 때부터 문자를 많이 쓰시던데
알고 보이 시인과 사촌이라 캅디더.
산처녀 2007.07.05 14:34  
  문학제 행사가
제목은 대단해도 참석하면 썰렁한 현장이
좀은 어지럽습니다.
괴산에도 홍명희 생가가 있고 또 문학제가 열립니다 
남북분단작가회와 민작쪽에서 또 저명한 시인이나 소설가 몇분 오시고
지방에서 학생들 좀 동원하고 많이 썰렁하더군요.
지난해는 홍명희의 손자 홍석중 ( 북쪽에서 공훈작가라고하며 황진이의 저자)과
남쪽의 황석영작가와의 대담 장면이 국내 처음으로 공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홍명희의 색깔론 때문에 참석한 사람들의 의견은 나뉘더군요.
저는 바로 이웃이라 포럼 하루만 참석을 했습니다만
아주 즐거운 여행이셨겠습니다.
송인자 2007.07.05 18:08  
  김경선원장님
잘 계시지요?
엊그제 "창작가곡 합창제"에 오셨지요?
얼핏 원장님을 뵌 것도 같은데..
우왕좌왕하다가 그냥 나가고 말았습니다.
참 부지런하시고, 인생을 아름답게 사신다 싶어서 닮고 싶답니다.^^

산처녀언니,
서울에서 행하는 각종 세미나는 사람이 넘치기 때문에 정말 놀랐답니다.
얼마나 유익한 행사였는데요. 안타까웠습니다.
발표자님들에게 공연히 제가 미안했고요. ㅠ.ㅠ

위의 사진은 "오일도"선생님 생가에서의 단체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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