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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이 가족을 울게했나?

정영숙 1 1111
무엇이 이 가족을 울게 했나?

울음은 정신적, 육체적 자극을 견디다 못해 소리를 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나는 이 눈물의 울음을 3년이 넘도록 함께 흘린 곳이 있는데 그 곳은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인 사랑이 샘솟는 집이다.
쉼터는 주로 알콜의존자인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고 빈 몸으로 탈출을 한 여성과 아이들이 기거를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프로그램대로 교육을 받는 곳인데, 입소한 첫날부터 귀가하는 그 날까지 한 풀이를 하며 엉엉 우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남 몰래 우는 여성도 도 있고, 철부지 아이들은 엄마의 태도를 보며 울다가 직원들과 봉사자들 그리고 함께 있는 임시 가족들이 잘해주면 금방 웃는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한(恨)이 많게 살아왔고 그 중에도 여성들은 더 한을 품고 울며 살아왔다. 그래도 오랜 세월 살아온 것은 농악과 탈춤의 놀이와 해학. 빨래터에서 방망이로 때 묻은 옷을 두드려 패며 한 풀이를 한 덕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 한의 눈물을 가슴 깊이 눌리고만 살았다면 아마 정신병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더러는 참고, 눌리고 살다가 가슴앓이 병으로 일찍 죽은 부녀자들도 있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지배하였던 과거가 밀려오는 세태의 변화로 인하여 차츰 사라져 가고 이제는 여성들도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과 대우를 받는 현실이 왔다. 그런대도 오늘날 남편과 시집 식구들에게 폭언, 폭력을 당하며 자식 때문에, 친정 때문에 못 죽어서 사는 여성들이 많을뿐더러 술 취한 아버지에게 구타를 당하는 어린이들도 많다.
이런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피난처를 만들어 일정기간 살도록 해준 여성부 산하인 쉼터는 그들에게 참으로 고마운 안식처다.
몇 개월 전에 아이 셋과 입소한 여성이 있었다.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이 여성이 얼마나 착하고 성실하며 남편에게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아왔는지 알았다. 한데, 그녀는 알콜의존자 남편에게 이유 없는 폭행을 당하고 무작정 쉼터의 문을 두드리며 찾아왔다.
수많은 여성들을 상담한 관계로 내 감정이 둔할 대로 둔해져서 눈물도 매 말라 가건만 이 여성과 아이들을 만나 면은 안타까움과 잔잔한 눈물이 나왔다.
매 주 상담을 하면서 집에 가고 싶지 않으냐고 물으면 고개를 저었다.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보고 싶지 않으냐고 질문을 하면 큰애(딸)는 조금 보고 싶다고 하며 둘째(아들)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 댔다. 셋째는 어린 아기다.
3개월 보름을 지나서 그녀의 심정에 변화가 왔다. 아이들이 아빠를 그리워하고 있으니 집으로 가고 싶다고 한다. 조금 더 확실히 다지기 위하여 아이들을 불러 재차 물었더니, 집으로는 가고 싶은데 아빠가 또 술 먹고 엄마와 우리들을 괴롭힐까 걱정입니다 라고 하며, 만약을 대비하여 발차기 연습을 했다고 한다.
목사님이 연락을 했다. 내일 오후 3시에 가족을 만나서 데리고 가라고 했다. 나도 내일 그 시간에 만나는 장소에 가기로 했다. 다음 날이었다. 아이에게 약속한 <금주가>를 문구에 가서 코팅을 해 갈려고 준비를 하는데 목사님이 지금 아이들 아버지가 와 있으니 빨리 오라고 했다.
사무실로 가니 아이들 아버지가 상기된 얼굴로 앉아있다. 어쩌면 그렇게 두 아들과 꼭 닮았는지---차마 제 정신으로 못 와서 어제 밤에 마지막으로 소주한잔 했는데 덜 깬 상태라며 미안한 태도로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목사님에게 가해자 교육을 단단히 받고 있는 중이라 나도 그간 보고 느꼈던 일을 확실하게 전했다.
여성부가 이왕 약한 여성들을 위하여 이런 좋은 기관을 만들었으니 가해자 교육 기관도 만들어 일정기간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가르쳤으면 하는 바람이 늘 상 있었는데 그 날은 더 간절했다.
쉼터로 연락을 했다. 네 가족이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아이 엄마가 먼저 남편을 만났다. 눈물을 흘리며 한마디 한다. “ 준이(가명)아빠! 내가 집 나와 쉼터에서 교육 받으며 많은 것을 깨닫고 또 내 잘못도 찾았으니 용서하세요” 라고 하니까 그 남편 답하기를 “ 아니오, 절대 아니오, 당신은 참 착한 여자인데 내가 못 되서 술 먹고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용서를 빌 사람은 나요” 라고 하며 그냥 울고 있다. 남편의 반성 태도가 자기 탓으로 돌리면 아이들을 만나게 해 줘도 될 것 같아 불러들였다.
아!!이 극적인 눈물의 상봉을 글로서는 표현할 수 없다. 딸이 아빠를 만나는 순간 어어엉 엉엉! 흑흑흑 엉엉! 제 아빠의 가슴을 손으로 치며 계속 운다. 아들도 붙어서 울며 하는 말 “ 아빠! 또 술 먹을끼가? 또 술 먹으면 우리는 안된다. 약속해라 ”라고 하니 “ 오냐, 내 다시는 술 안 먹을끼다. 너희들한테 약속한다” 라 했다. 또 갓난아기도 아빠를 알아보는지 팔을 흔들어 대며 아빠에게 갈려고 한다. 핏줄은 핏줄을 안다. 3개월 보름 만에 만나는 가족도 그렇게 그리움의 눈물을 우는데 하물며 이산가족은 어떠했으리!
다섯 명이 붙들고 우는 사이 목사님은 이런 장면은 쉼터 설립이후 처음이라며 사진 촬영을 한다. 나는 앉아 있는 채로 펑펑 울었다. 사모님은 가정이 회복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을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수고한 쉼터의 선생님들과 우리 모두 기쁜 이별의 사진을 찍고 포옹을 한 후 짐을 챙기려 쉼터로 갔다. 올 때는 빈 몸으로 왔는데 갈 때는 짐이 너무 많다. 남편도 놀란다.
이별의 손을 흔드는데 아들이 앗? 아빠, <금주가 악보> 하며 찾는다. 사모님이 급히 찾아와 주니 좋아하며 제 아빠를 보고“ 아빠가 만약 또 술을 먹으면 내가 이 금주가를 크게 부를 테니 그렇게 아세요” 하며 가방에 넣었다.
그 가족이 떠 난지 한달이 넘었다. 소식이 궁금했는데 편지가 왔다. 이제 자기들 가정은 새로 태어났으며 남편도 술 끓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한다.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보다 더 노력하고 살겠다며 꼭 한번 이곳에 전 가족이 인사하러 오겠다고 한다.
해마다 5월은 온다. 꽃바람을 안고 온다. 푸른 잎새 사이로 반짝반짝 태양도 얼굴을 내밀며 온다. 이런 참 좋은 달을 가정의 달로 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즉, 가정을 5월의 화원으로 만들어 가족을 꽃처럼, 푸른잎처럼 , 반짝이는 태양처럼 다듬어 행복하게 살아라는 뜻이다.
끝으로 필자가 소망하는 것은, 이제는 모든 남성들이 가부장(家父長)적인 사고를 뜯어 고치고, 여성을 인생의 동반자로 아끼고 사랑하여 주며, 다시는 술을 폭력의 무기로 삼아 가족을 괴롭히는 큰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며 펜을 놓는다.






1 Comments
산처녀 2007.05.10 10:09  
  너무나 좋은 일을 하시는군요.
우리나라는 모권시대도 있었다는데
아직도 대개의 남성들은 아내앞에
가슴내밀며 큰소리 치는것이 가장의 체면이 서는 것으로
착각하고 사는 가정이 산재해 있습니다.
정말 가장의 체면이 무엇인지 이해를 하면 그런일이 없을텐데
이웃을 보면 너무나도 잚못된가장의 체면이 산재하고 있습니다.
웃고 보듬고 사랑하는 것이 가장의 으뜸 덕목으로 아는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가정에 축복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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