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시 / 대구 인 권 오범
망조 / 권오범
풀떼기마저 고갈되었던 보릿고개
사방공사 부역 질로 죽살이치며
찔끔찔끔 나오던 아메리칸 밀가루에
채신사납게 구겨졌던 자존심마저 버렸는가
먼저 부자 된 이웃들은
호시탐탐 약점만을 노리는데
밥술이나 뜨더니 올챙이 적 까맣게 잊고
밥그릇 작다고 붉은 띠 두르고 천방지방
작은 밥그릇마저 찌그러뜨려 팽개치고 있다
땀날 일은 외국인에게 시켜놓고
일거리 없다는 핑계로 노숙자로 나앉아
허구한 날 컴퓨터 속 귀신과 고스톱만 친 세월에
전 국민이 잡기 유단자가 된지 오래다
가장은 등골이 휘거나말거나
쥐뿔도 없으면서 카드만 허물없이 긁어대다
도깨비 살림 메워주지 못하면
가차 없이 천륜도 끊어버리는 미쳐버린 세상
찌그러진 밥그릇이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