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또 한송이 나의 모란"(김용호 시 조두남 곡)

바리톤 0 1492
요즘 겸사 겸사 황인기 선생님을 뵈러 문화여자 중학교에 종 종 가게되어 교복을 입은 어여쁜 학생들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해보게 됩니다.

내가 만약 여자중학교 학생들 앞에서 가곡을 부른다면 학생들은 어떤 가곡을 좋아할까?

여학생들 앞이니 만큼 어렵지 않고 대중성있으면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가곡을 불러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나름대로 레파토리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별" "님이 오시는지" "저 구름 흘러가는 곳" " "남촌" "또 한송이 나의 모란"

앗! 갑자기 잊고 살던 노래 한 곡이 떠 올랐습니다.

" 또 한송이 나의 모란"

학창시절 많이 듣던 노래였습니다. 하지만 불러보지는 못했던 노래였습니다. "또 한송이 나의 모란"이 테너 혹은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의 음역에 알맞는 곡이었기에 바리톤, 더욱이 고음이 약하고 저음이 강한 제가 부르기에는 알맞지 않은 노래였기 때문에  불러볼 염두를 내어보지 못한 것이었지요.

오늘 아침 용기를 내어 집안에서 "또 한송이 나의 모란"을 불러보았습니다.

들어주는 관객은 오직 한 사람 나의 아내

그것도 밖에서 인상을 쓰고 억지로 들어주는 아내^^

제가 노래를 부를 때 저의 아내가 인상을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보! 우리집은 버버리힐즈 아파트야."

여기서 버버리힐즈 아파트란 만화 아홉개의 숫가락에 나온 허름한 빈민촌 아파트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제가 사는 곳이 빈민촌 까지는 아니지만 대전에서 지극히 서민들이 모여사는 작은 빌라 1층이고 조금만 큰 소리를 내도 옆집까지 들리는 곳이다 보니까 한국가곡 보다는 오히려 트로트 가요와 댄스음악이 더 익숙한 곳이기에 한국가곡을 부르는 소리는 어쩌면 이웃분들의 항의를 들을만큼 소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끔 "한국가곡"을 부르고 노래를 연습하기도 하는데 아직까지 항의하는 이웃이 계시지 않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돈을  모아 아파트로 이사를 가거나 혹은 내집을 짓게 되면 방음이 된 개인 서재겸 연습실을 만드는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지금도 저의 서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방음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답니다.

"또 한송이 나의 모란"을 불러보니 새삼 학창시절 음악시간을 좋아하고 기다렸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다른 친구들이 전영록과 조용필 혹은 이승철에 열광할 때 저는 성악가들의 노래에 열광을 하였습니다.

다시 불러보니 "또 한송이 나의 모란"은 정말 소박한 노래인 것 같습니다. 어떤 화려한 기교를 필요로 하지 않고 오페라 주역이 불러야 할 만큼 넓은 음역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라도 어느 정도 발성 훈련을 하고나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또 한송이 나의 모란"은 정말 기품이 있는 노래라는 생각도 듭니다.
넓지 않는 음역과 화려한 테크닉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적이고 우와하며 품위가 느껴지는 노래라는 생각이듭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여자중학교 학생들 앞에서 가곡을 부를 기회가 온다면 "또 한송이 나의 모란"을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스럽고 예쁜 여자중학생들이야 말로 " 또 한송이 나의 모란"처럼 순수하고 품위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문화여자 중학교 학생들을 보며 저는 한동안 잊고 살았던 가곡 "또 한송이 나의 모란"를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행복을 다시금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