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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하나..(사랑노래님의 글에 부쳐)

노을 7 645
얼마 전 무심코 TV를 켜니
무슨 드라마를 하는데 노래방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앞 뒤 내용은 잘 모르겠고
얼핏 보기에 일행 중 왕따를 당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의
한 사람이 마이크를 잡자 가곡 '그네'를 부르기 시작했다.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에~~♬'
그러자 나머지 두 여자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노래하는 여자는 잔뜩 고상함이 과장된 모습으로
열창을 하고 있고...
마침내 두 여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마이크를 뺏는다.
"비켜비켜, 무슨 고상을 떨고 그래 분위기 망치게..." 
그리고는 낭자하게 뽕짝을 부르며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그 장면을 보던 나는 알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가곡을 그처럼 왜곡된 모습으로 戱畵化 시킨 것도 화가 나고
왜 가곡을 부르면 고상한 척 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보통 사람들의 의식이 왜 그렇게 되어버렸는지에 대해서도
그렇고 그런 장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라마에 삽입시키는
방송작가에게도 화가 났다.
나도 가끔 노래방에 가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좀더 자극적이고 좀더 빠르고 흥겨운 가요를 선곡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꼭 걸려서 서정적인 노래들은 발을 못 붙이고 만다.
그러니 가곡이라도 부르게 되면 그 감흥을 같이 맛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일행이 어떤 사람들이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분위기는 그런 쪽으로 흐르고 만다.

고상(高尙)-지조가 높고 깨끗하여 속된 것에 몸을 낮추거나 굽히지 않음
          예술, 학문 등의 정도가 높아 저속하지 않음.
그러니까 가곡을 말할 때 고상하다 함은 사전적 의미로 풀어 봐도 분명
대중적이지 못한 듯 하다. 그러니 대중적인 노래방에서 그렇게
비틀어 비아냥거리며 쓰는 것일까?

이쯤에서 그러면 왜 가곡이, 우리의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낸
그 아름다운 가곡이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유는 참 많은 것 같지만 우선은 교육에 혐의를 두고 싶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 그 잘못된 교육이 파생시킨
때로 매우 천박해진 사회 현상에 대해서는 다 말하지 않겠다.
다만,
드라마에서의 어법을 빌려 표현하자면 고상한 가곡이
고상하지 못한(?) 대중들의 감성들에게 외면당하지 않고 
사랑 받고 불리울 수 있는 길에 대해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부터도  신작가곡은 늘 좀 생소해서
오래되고 익숙한 곡들만 불러왔다.
부끄럽게도 내마노 가곡교실에서 배운 가곡들이 신작가곡인지 아닌지
분간도 못한 채 배웠는데 익숙한 곡들 못지 않게 참 좋았다.
그럼에도, 듣기에도 어렵고 부르기에도 어려운 신작가곡들이
더러 있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
좀더 친근하고 쉬운 곡은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지만 누구나 즐겨 듣고 부르기 좋은 가곡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전국노래자랑도 있고 주부열창도 있고 동요대회도 있는데 왜 가곡대회는
없는지 굉장히 아쉽다.
이제부터 방송사에 매일 항의 메일이라도 올려야 할까 생각 중이다.

7 Comments
장미숙 2005.08.06 14:05  
  노을님! 저도 보았던 장면이에요~
가곡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안타깝긴 했지만
그나마 노래을 부른 연기자가 가곡을 귀한 대우로 대하는구나~
하는 느낌도 갖게 하여 다소 위안이 되더군요.
그러고보면 사랑노래님과 노을님의 의견을 병행한
가곡 노래방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노래방에서 함께 자리한 사람들의 분위기도 깨지 않고..
가곡 노래방에서 점점 가곡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늘게 되고..
사업성이 없어 운영하려는 사람이 없을터이니
각 동사무소에 건의 해야 할까요~^^ 
요즘엔 동사무소 행정 사업으로 스포츠댄스,노래교실 등
다양한 문화 교실이 있더군요~


김경선 2005.08.06 14:15  
  여기에 모인 저희들의 몫이 많이 남아 있지요.

저도 노래방 다녀 온지 몇 해가 지났는데
(님이 오시는지)를 불렀던 기억이 있어요.

마산가곡교실의 장군님으로 통하는
Bell ring님은 노래방에서 주로 가곡만을
부르셨다고 하더군요.

애창운동본부 사무국 2005.08.06 15:01  
  저는 가끔  그런 사람들앞에서 반주없이 마이크없이 우리 가곡
 하나씩 불러제낍니다.
저놈은 으레히 그러려니  하면서 어떤 땐 가곡 청하기도 합니다 ㅎㅎ
물론 그들과 어울려 고상치 못한(^^) 노래도 신나게 하구요...

가곡만 알구 유행가는 모르는 것두 문제는 있지요 ^^

여기에 해답의 실마리도 조금은 있을 듯 싶은데요..
김메리 2005.08.06 15:53  
  며칠전 저희집 라이브 무대에서 제가 가곡(황덕식님의 애모 독창)으로 분위기 몰고가니^^모다들 가곡 한곡씩 들고 무대에 오르더군요~~
내마노회원임이 역시 고~상 하던데요 하하
김경선 2005.08.06 16:26  
  메리님의 가곡사랑을 몸소 실천하시는 모습,
모두모두 배우세요.
저도 "교회음악회' 프로그램에
'내마음 그 깊은 곳에' 원래 가사대로
넣어 놓았습니다. 
靜 軒 2005.08.07 19:35  
  노을님. 안녕하세요?  많이 속상하셨군요.  고상한 가곡이라는 말을  줄곧 생각해 보았어요.  그냥...^^대부분의 가곡들이 성악가들 위주로 작곡이 되어 있어 일반사람들이 따라 부르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가곡이 가진 무게때문에 어느 정도 고상한 노래로 분류되지 않는가 싶었어요.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계셨지요? ^^)  또 그러다보니 즐거운 자리에서는 분위기를 맞추지 못하기도 할 거에요.  그래도 어디 가시면, 남들이야 뭐라건 말건 노을님은 멋지게 한 곡 뽑으세요.^^  저의 시아버님께서는 생전에 현제명 작시, 곡  <나물캐는 처녀>로 좌중을 흥겹게 하셨어요.  노을님도 한번 불러 보세요. ^^ 반주가 없다구요? ^^ 이런...템버린 있잖아요.^^
노을 2005.08.08 11:52  
  전 靜軒님이 왠지 남자분인 줄 알았어요. 여기 보니까 시아버님이라 하셔서 아 그렇구나 했지요.
그때 저는 정말 속이 상했었답니다. 가만히 있을까 했는데 사랑노래님 글 보면서 또 생각이 나기에...
정말 나물캐는 처녀는 노래방 특유의 흥겨워야 하는 분위기에 맞겠군요. 기회가 있으면 불러봐야겠어요.
가곡에 관한 한 생각이 나는대로 이런저런 이야기 올리다 보니 어쩐지 행함은 없고 말만 많은 것 같은 부끄러움이 생깁니다.
그럼에도 답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