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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작곡가 이수인 선생님의 '순서 없는 작은 음악회'

별헤아림 14 2456
원로 작곡가 이수인 선생님의 '순서 없는 작은 음악회'
권선옥(sun)

어제 1월 8일 이수인 선생님 댁에서 순서 없는 방문객 중심의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일전에 사모님으로부터 멀어서 오라고 하기는 뭣 하지만 1월 8일 매년 집에서 저녁이나 먹는 선생님 신년회를 하니까,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하셨다.

"방학이니까, 갈게요. 그런데 한 사람 달고 가도 돼요?"
"그~럼. 문상준씨? 문선생님은 내가 오라고 했어."
" 아니요. 아직 안 물어 봤는데, 다른 사람이에요."
"그~럼. 물론 음악하시는 분일 거 아~냐."

항상 친절하시고 밝은 사모님의 목소리였다. 다음 카페'작곡가 이수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운영자로 음악을 올리느라 수고하시는 손종열님을 한 번은 소개해 드리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서였다.

좀 꾸물닥거리는 성격 탓에 2시 46분 기차를 예매했다가 놓칠 것 같아서 다시 4시 6분 기차를 예매한 후, 여유 있게 길을 나섰다, 하지만 6시에 서울역에 도착하여, 전철을 타고 두 번 갈아타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손종열(정^^열)님을 만나서 선생님 댁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넘었다.
그리 넒은 공간은 아니지만 손님이 많았다. 작은방의 낯설은 동요 관련 가족들과 거실의 반가운 '내 마음의 노래 ' 회원들이 눈에 들어 왔다. 정우동 선생님, 송월당님, 유열자님, 권혁민님, 그리고 파랑새 동요회 부회장님이신 전준선 선생님, 작곡가 이안삼 선생님, 테너 이재욱님과 함께 계시는 이수인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다.

작은방에서 정열님과 식사를 하는데 아는 얼굴이라고는 작곡가 신상춘님과 '파랑새 동요제' 뒷풀이에서 얼굴이 익은 동요 지도 선생님 한 분 뿐이었다. 송택동 선생님은 존함은 알고 있었지만 대면은 처음이었다. 모르는 분들 속에서 식사를 하자니, 어째 좀 불편했지만 먹는 일에는 역시 충실했다. 이 날의 메인 매뉴인 게장과 회를 비롯하여 전라도 멀리서 가져 온 찬조 식품 젓갈 무침도 맛깔스러웠고, 완자 모양의 시금치전과 모듬 나물무침에 젓가락이 자주 갔다. 옆에 앉아서 식사를 하시는 정열님도 나 못지않게 밥을 두 그릇째 신청을 하자, 사모님께서 무척 좋아 하셨다.
밥 가져 오실 동안 정열님이 말을 거셨다. 이수인 선생님 생신이라고 홍합과 해산물을 넣어서 끓인 미역국은 왜 안 먹느냐고 했다.

"앞에 있는 공동 음식을 먼저 먹어 치우고, 개인에게 배당된 미역국은 나중에 다 먹을 거에요."
"...... !"
머슥한 농담을 주고 받았다.

좀 늦게 들어선 한지영 작곡가가 식사하는 것을 보고, 자리를 거실로 옮겨 갔다. 역시 나도 이제 나이가 나이니 만큼 거실의 'silver'석이 더 마음이 편하다. 거실에는 제 시간에 오신 손님들의 술판이 벌어졌다.
커피를 마신 후 딸기와 한라봉을 후식으로 먹으면서 '순서 없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이미 막걸리를 몇 잔 드신 이수인 선생님께서 이 방과 저 방을 오가시며, 이 사람 저 사람 골고루 이름을 부르시면서 애정 표현을 하셨다. 많은 손님들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그리 밝지도 않은 살구 색 티셔츠와 푸른 빛깔의 얇은 바지를 입으신 이수인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먹거리'에는 신경을 쓰셔도, '옷거리'에는 한참 신경을 안 쓰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다 보니, 아무리 봐도 선생님의 푸른빛 얇은 바지가 예사롭지 않았다. 분명 주무실 때나 입는 파자마였다. 그 차림으로 손님을 맞으시고 보내시고 피아노를 치시면서 게스트 별로 음악 지도까지 하셨다. 게다가 뱃집이 없으시니, 가끔씩 내려오는 고무줄 바지를 손을 넣어 올리는 모습을 연출하신다. 소탈하시다 못해 다들 웃게 만드시고, 결국은 마음을 열게 하신다.

선생님을 뵌 몇 번의 만남에서 '외갓길'에 대한 회상은 이미 선생님이 늙으시고, 선생님의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또 수십 년이 흘렸어도 그 때의 감정이 그대로 생생하신가 보다. 그런데 외갓집에 맡겨져서 어머님이 오시지 않은 동안의 어린아이의 심경에서 한 단계 더 발전된 하이라이트가 있었으니, 바로 어두운 살굿빛 티셔츠에 푸른빛 파마자 차림으로 연기한 '엄마 떼어놓은 아기의 울음소리 퍼포먼스'에서 음악으로의 빠른 버전 바꿈이었다.(사진15 참조)

교감 선생님이라 중간에 오신 진동주 작곡가님의 '눈 내리는 날'과 홍일중 작사 이수인 작곡의 '바람아' 등 여러 가곡들을 독창 중창 혹은 합창으로 부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밤 11시를 목전에 두고 일어나려는데, 초인종 소리에 이어 마지막 손님인 시인 박수진 작곡가 김애경 커플이 들어섰다. 대구로 내려 와야 함에 악수 하던 손등에 선생님의 3회 연속 입맞춤을 인사로 대문을 나섰다.
문상준 테너는 '집도 가까운데, 너는 더 있다가 가아.'라는 말씀과 함께, 왔다 하면 습관처럼 붙잡혀서 밤 12시는 되어야 풀려날 것을 예감하며.

<2006.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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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 전준선 작곡가. 정우동님. 2007. 1.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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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2. 이안삼 작곡가. 한지영 작곡가 정윤환 작곡가 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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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3. 유열자님. 송월당님. 시인 권선옥. 작곡가 전준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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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5. 선녀님 독창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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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5. 송월당님. 유열자님 중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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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6. 테너 이재욱 독창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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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7. 테너 이재욱 독창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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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9. 청중 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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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0. 테너 문상준 독창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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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1. 테너 문상준 독창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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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2. 테너 문상준 독창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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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3. 이수인 선생님. 테너 문상준. 작곡가 진동주. 테너 손종열 중창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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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4. 이수인 선생님. 테너 문상준. 작곡가 진동주. 테너 손종열 중창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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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5. 이수인 선생님. 하이라이트1: 엄마와 떼어놓은 아기 울음소리 퍼포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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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6. 이수인 선생님. 하이라이트2 -

14 Comments
산새발자국 2007.01.09 15:19  
  별헤아림님.
피곤하시겠어요.
파랑새 동요회 회장은 이수인선생이고 저는 부회장입니다.
수정바랍니다.
별헤아림 2007.01.09 15:30  
  넵. 전국초등학교합창연합회장님이구요. ^^*
수패인 2007.01.09 16:06  
  이수인 선생님의 옷차림이 너나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자아 내는데 큰몫을 한것 같습니다. 사진에서 자유로움이 배어납니다.
별헤아림 2007.01.09 16:31  
  큰일을 치르고 느낌상 아직도 바쁘실 것만 같으신 수패인님.
권형민님의 연주 모습을 두 장 찍었습니다만 올리지 못 해 죄송합니다.
디카를 바꾸었더니 그림판에서 <그려내기 실패>란 사진이 1/4이나 되는군요. 원인을 모르겠습니다.
고광덕 2007.01.09 17:19  
  시골 향기가 묻어나는 모임입니다.
이런 좋은 모임이 자주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별헤아림님의 사진과 설명 덕에 마치 같이 자리한 것처럼 기쁩니다.
좋은 분들과의 이야기는 밤이 하얗게 새도 부족할겁니다.
김경선 2007.01.09 17:41  
  수수하시면서도 맑은 마음을 가지신
이수인선생님의 빨강 파랑 면바지는
선생님의 트레이드마크?
바다 2007.01.09 19:46  
  참 아름답고 멋진 일입니다.
노래가 있어 세상은 밝고 희망이 있습니다.
한데 모이신 분들 모두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더욱 좋은 노래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장미숙 2007.01.09 20:03  
  담백하신 권선옥시인님!!
따스한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이수인 선생님의 건강하신 모습도요~~
별헤아림 2007.01.10 09:50  
  내마노와 함께 한 시간이 길어짐에
고광덕님의 연주도 자주 듣게 되어 기쁩니다.

김경선 선생님
저도 그 빨간색 체크무늬의 반바지가 떠오릅니다. ㅎ.ㅎ.
송월당님께서 사진도 많이 찍으시고 동영상 촬영하셨는 데 기대가 됩니다. 거기는 권혁민님 노래 부르는 모습도 볼 수 있을 텐데요.

바다님. 장미숙님.
2007년에도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 많이 창작하시길 바랍니다. ^^*
유열자 2007.01.10 10:35  
  아름다운밤 이수인을 태어나게한 어머니 위대한 어머니
지금부터 더 많은 작곡하시길 빕니다
여러 꿈나무들의 축복을 받으시는 선생님을 바라보는 기쁨
좁은 공간도 행복으로 가득찬 기쁨
이 곳에 나도 끼인 기쁨을 무어라 표현할까
기쁨과 축복이 아닐까
산새발자국 2007.01.10 14:40  
  별헤아림 권시인의 글 가운데 그날 오셨는데 이름이 오르지 않은 동요관계자의 이름을 다음 기회에서의 이해를 위해서 몇 분 알리려합니다.
'우주 자전거'의 송택동님(www.cs79.com운영자) '예쁜 아기곰'의 조원경님. '수수꽃다리'의 최영순님. 울산창작동요대회 '대상' 수상자 정재원님과 그의 부인 가창지도자 소프라노 강보연님.'아기염소'의 이순형님.어린이노래나라'동심'대표 이혜자님.'봄''고리'의 이성복님.여류풀류티스트 김신혜님,가창지도자 방희정님 전혜윤님(그의 어머니 목사님) 등 그외에도 왔다가 인사만 하고 돌아가진 분들도 상당히 계십니다.
이수인선생의 생신날은 동요작곡가 작사가 가창지도자 등의 일년내 쌓인 목구멍때를 벗기는 날이기도 합니다.

조금전 이 사실을 알리려 성산동에 전화를 했습니다.
사모님께서 댓글을 통해서 절더러 내년에도 꼭 참석을 해 달라는 내용을 올려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누가 이 글을 읽으면 성산동에 전화를
해서 사모님의 그런 부탁을 저의 글로 전해 받았다는 고자질(?)을 좀  해 주십시오. 친우 이수인선생을 대신해서 참석을 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며 꼭 생신날이 아니어도 서로 시간을 마련하면 연락을 주세요. 그런 자리는 항상 마련 할  수 있으니까요. 이선생은 그런 분위기를 아주 아주 좋아합니다.

아! 권시인과의 대화에서
이수인의 '내맘의 강물'중 <표기>' 알알이 맺힌-'은 <발음>으로 '아라리매친;'으로 해야 바르다는 이야기에 공감을 하면서 차후 녹음 할 때 가창자나 모니터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일로 배웠습니다.고마워요.

댓글로 이수인선생을 칭송하신 여러분께 대신하여 감사를 드리고 전화로 한분 한분 성함을 알렸습니다.
거듭 감사합니다.
자 연 2007.01.11 02:19  
  계절 풍 찬바람도 오늘은 웃는날야

오늘아 내일도야 기다림만 같아라

嶺 마루 넘는 구름도 무심할수 없다더라


생신 축하합니다 @@@
송월당 2007.01.11 17:21  
  별헤아림님 일찍 후기와 사진 올리셔서 모두 잘 보게 해주셔 감사해요.
밤 늦게 가시면서도 바로 올리신 열정에 탄복이에요.
제가 다음 다음 날도 일정이 바빠 밤 늦도록 작업 사흘 걸려 오늘 새벽에 올렸는데 일일 용량 초과가 되어 지금은 안보이네요.
밤 12시 지나면 다시 보일 것이니 못 보신 분 한번 더 오셔서 보시기 바랍니다.
별헤아림 2007.01.12 16:29  
  유열자 선배님
좋은 자리에서 다시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자연님
저도 선생님의 건강과 창작활동의 건승을 빕니다.

산새발자국님
이제는 정재원님 강보연님 송택동님 조원경님 이성복님 정혜윤님을 알 것 같습니다.
'들녘으로 세상으로' 작곡해 주심을 감사 드립니다.

송월당님 시간이 흘러감이 아쉬웠던 그 날의 감동을 다시 느껴 봅니다. ㅎ. ㅎ.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