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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새 -피천득-

별헤아림 6 2601
수필가 피천득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권선옥(sun)

지난 주 5월 23일 11시 40분 경, 1910년 생이셨던 수필가 피천덕 선생님께서 타계하셨습니다.
교과서에 수록된 <인연>이란 작품으로 잘 알려진 선생님은 영문학자셨고, 시인이셨으며, 호는 춘원 이광수가 지어 준 '금아'였습니다. 영문학자로 <큰 바위 얼굴>을 번역하시기도 했으며, 그 분의 작품 또한 영어와 일어 등으로 번역되어 외국에서 많이 읽혀지고 있습니다.

그 분의 작품으로, 또한 말씀으로 인하여 많은 깨달음을 얻지만, 그래도 가슴에 남는 소중한 말씀은 <‘문학’에는 아픔도 슬픔도 인생 역정도 담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움'을 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입니다.

삼가 그 분의 명복을 빌면서, 비교적 짧은 수필인 '종달새' 를 소개합니다.

종달새
피천득

"무슨 새지?"
어떤 초대석에서 한 손님이 물었다.
"종달새야."
주인의 대답이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종달새라고? 하늘을 솟아오르는 것이 종달새지, 저것은 조롱새야."
내 말이 떨어지자 좌중은 경탄하는 듯이 웃었다.

그날 밤 나는 책을 읽다가 아까 친구 집에서 한 말을 뉘우쳤다. 비록 갇혀 있는 새라 하여도 종달새는 공작이나 앵무새와는 다르다. 갇혀 있는 공작은 거친 산야보다 아늑한 우리 안이 낫다는 듯이 안일하게 살아간다. 화려한 나래를 펴며 교태를 부리기도 한다. 앵무새도 자유를 망각하고 감금생활에 적응한다. 곧잘 사람의 말을 흉내도 낸다. 예전 어떤 집에는 일어를 상용하는 주인을 따라 "오하요" 하고 인사를 하는 앵무새가 있었다.

그러나 종달새는 갇혀 있다 하더라도 그렇지 않다. 종달새는 푸른 숲, 파란 하늘, 여름 보리를 기억하고 있다. 그가 꿈을 꿀 떄면 그 배경은 새장이 아니라 언제나 넓은 들판이다.

아침 햇빛이 조롱에 비치면 그는 착각을 하고 문득 날려다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쓰러지기도 한다. 설사 그것이 새장 속에서 태어나 아름다운 들을 모르는 종다리라 하더라도, 그의 핏속에는 선조 대대의 자유를 희구하는 정신과 위로 위로 지향하는 강한 본능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카르멜 수도원의 수녀는 갇혀 있다 하더라도 그는 죄인이 아니라 바로 자유 없는 천사다. 해방 전 감옥에는 많은 애국자들이 갇혀 있었다. 그러나 철창도 콘크리트 벽도 어떠한 고문도 자유의 화신인 그들을 타락시키지는 못했다.

시온ㅡ너의 감옥은 성스러운 곳
너의 슬픈 바닥은 제단
바로 그이의 발자국이 닳아
너의 찬 포석이 잔디인 양 자국이 날 때까지
보니바루가 밟았다
누구도 흔적을 지우지 마라
그것들은 폭군으로부터 신에게까지 호소하나니.

이것은 내가 좋아하던 시구였다.

예전 북경에는 이른 새벽이면 고궁 담 밖에 조롱을 들고 섰는 노인들이 있었다. 궁 안에서 우는 새소리를 들려주느라고 서 있는 것이다. 울지 않던 새도 같은 종류의 새소리를 들으면 제 울음을 운다는 것이다. 거기 조롱 속에 종달새가 있었다면 그 울음은 단지 배워서 하는 노래가 아니라 작은 가슴에 뭉쳐 있던 분노와 갈망의 토로였을 것이다. 조롱 속의 새라도 종달새는 종달새다.

A Skylark
-Pi Cheondeuk

"What bird is this?" asked a guest at a party given by a friend of mine.
"It's a skylark," answered the host.
"A skylark?" I broke in. "A skylark is a lark that soars into the sky. This is a cage lark."
The Whole company broke into laughter, as though in admiration of my remark.
Later that night, while reading, i regretted what i had said at my friend's house. Even in a cage, a skylark is differnt from a peacock or a parrot. A caged peacock lives on at ease, as if the
coziness of the cage suited him better than the rough fields. From time to time he invitingly show
off his gaudy plumes. A parrot, too, easily forgets liberty and adapts himself to his life to
imprisonment, happily mimicking human speech. I once knew a parrot whose master spoke the
Japanese rulers' tongue even at home, and the bird would say "Ohaiyou!" in greeting us.
But an imprisoned skylark is not like that. He remembers the green woods and the blue sky, and
the barley fields of summer. When he dreams, the scene is never of the cage but always of the
open fields. Sometimes, when the morning sunbeams peep into the cage, the skylark, forgetting
where he is, tries to shoot into the air, and falls back flapping his wings. Even a skylark born in a cage and ignorant of the lovely fields has inherited in his veins the love of freedom and the ever
upward-turning instinct of his ancestors.
Before the Liberation of 1945, many of our country's patriots were imprisoned, but neither iron bars nor concrete walls nor any torture could corrupt these souls of liberty.

Chillon! thy prison is a holy place,
And thy sad floor and altar

These are lines that I have always loved.
When Beijing was still the real Beijing, there used to be old men standing outside the palace walls at dawn, holding birdcages in their hands. It was to let their birds hear the singing of other birds within the palace grounds, for a silent bird would find its voice when it heard another of its kind
already singing. If there was a skylark in one of those cages, his song must have been not
something he had learned to repeat, but the natural outpouring of anger and longing stored in his
little breast.

A caged skylark is still a skylark.
6 Comments
바 위 2007.05.29 13:38  
  글 향기 지어내던 임 가시며 이르셨네

늦봄만 보고초하 고만보려 하심였다

추모를 노래하는 별이 가만가만 더듬네


시대는 있으데 선생님과 같으신
대가 오셔서 모든이에 위안주었으면...
임도 가시며 묵도했으리라
삼가 재배올려 명복을 빕니다...

김경선 2007.05.29 14:40  
  오, 종달새
노프은 하늘에 올라가
(    )을 노래해.
아름다운 글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녘새벽 2007.05.30 07:18  
  별헤아림 님, 감사드립니다.
어제 밤 늦게 케이비에스-1 티브이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에서 피천득 선생님의 문학과 삶을 기리는 얘기들을 듣고 고인께도 감사와 명복을 기원드렸습니다. 위 글을 저의 블로그에 옮겨가고 싶습니다.
정우동 2007.05.30 08:46  
  琴兒 피천득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선생께서 5월 25일(금) 오후 11시 40분에 타계하셨는데
그 이튿날 26일은 바삐 군산 다녀 오느라고
신문도 못보고 그냥 영영 모른 채 지낼 번 했습니다.
열살에 어머니를 잃어 언제나 모정에 목말라 하던 그에게
춘원선생이 거문고(琴)를 잘탔던 어머니의 영원한 아이(兒)로
오래오래 맑게 살라고 금아란 호를 주었답니다.
평생을 무소유를 실천하여 사셨지만
우리에게 산호같은 시와 진주같은 수필을 남겨주신 부자입니다.
별헤아림 2007.05.30 10:59  
  바위님
늘 글 곁에 있음에 드러내지 않는 감사를 드립니다.

김경선 원장님
'종달새' 라는 단어에는 '하늘 높이 노래하며 날아오르는 새'라는 이미지가
늘 함께합니다.
그래서 푸른 들이 있고,
오월이 있고,
푸른 보리 물결지는 초여름의 들판이 있습니다.

동녘 새벽님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에는
<수필>이라는 수필에서 하신 말씀처럼 드러나지 않는 은은한 진줏빛 향기가 있습니다.

정우동 선생님
정확한 타계 시각을 알아 볼 겨를이 없어서 24일 새벽이겠거니 했었습니다.
 감사드리며, 수정하였습니다.
정영숙 2007.05.31 17:07  
  제가 수필 공부를 할때 정목일교수가 입이 마르도록 피천득선생님을 말하여 책 두권을 사서 외우도록 읽었습니다.그래서 하도 존경받는 수필가라 내 감히 글을 쓸수 없어서 안 썼는데 그냥 지나갈려니 자꾸만 보이네요. 장수 하셨지만 그분의 작품도 기리기리 살아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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