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국인 로타리언 아버지
나의 미국인 로타리언 아버지
(My American Rotarian Dad)
by 김형준
나는 한국인이다. 100%
혼혈은 확실히 아니다.
아버지쪽 분들은 평안북도 선천이 고향이시고,
어머니네 어른들은 충청남도 부여가 고향이시다.
하지만 나는 뚜렷이 고향이라고 말할 만한 곳이 없다.
출생지는 분명 있지만 군인 가족이었던 관계로
태어난 곳에서 만 1년 딱 살고 다른 곳으로 갔다.
그래서 나에게 '고향이 어디세요?'
하며 관심을 가지고 물으시는 분들에게
'제 고향은 대한민국입니다.'라고 대답하고 만다.
안동 찍고, 포천 찍고, 인천 찍고, 진주 찍고,
서울 찍고, 로스앤젤레스 찍고, 양산 찍고...
그렇게 여기 저기를 떠돌며 살았다.
아예 그럴 바에야
전라남북 찍고, 제주 찍고,
충청남북 찍고, 강원 찍고,
경상남북 찍고, 경기 찍고
서울 찍었으면 훨씬 더 좋을 뻔 했다.
"그럼 고향이 진짜로
대한민국 8도강산이 되는 건데."
(*-*) (*-*) (*-*) (*-*) (*-*) (*-*)
씨-익! (미소꽃 피는 예쁜 소리)
(^_^) (^_^) (^_^) (^_^) (^_^) (^_^)
에이! 군인으로 사실 바에야
그렇게 8도 유람을 좀 시켜주시지.."
여하간 고향이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으리라.
그러다 보니 그렇게 대답하면
언듯 이해가 되질 않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어쩌랴. 그것이 내 삶의 진실인데.
내가 사회에서 쓰는 이름은 '김경안'
'쇠 금', '경사 경', '편안할 안'
경상도 안동에서 출생하였고,
경상도의 '경', 안동의 '안'을 따왔다.
물론 한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나는 초등학교 때 부터 안경을 썼다.
내 이름 '경안'을 꺼꾸로 해보시라.
나의 어릴 적 별명이 무엇이었는지는
쉽게 짐작을 하실 수 있을 것이다.
내겐 아버지가 세 분 계신다.
어머니는 딱 한 분 계시고.
오해는 하지 마시길 바란다.
울 엄마가 세 번 시집 가신 건 아니니까. (^-^)
육신의 아버지,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
나를 아들로 대해주시는 미국인 아버지,
대학을 마치고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경제력이 없는 집안의 청년 남녀들이
유학갈 수 있는 길은 장학금을 받는 것이다.
"꿈을 꾸자!"
여기 저기 장학금 소스를 알아보며 다녔다.
암흑 속을 헤집고 다니던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로타리 클럽을 노크하였다.
재수가 좋았나
아님 내 하늘 아버지가 도우셨나.
영어로 모임을 갖는 '서울 로타리클럽'과
인연이 닿아 그네들이 주는
친선 장학금을 1년 받게 되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남가주대학교에 가게 되었다.
유학 생활 1년을 지나갈 무렵
장학금도 떨어지고, 그나마 조금
준비해 간 자금도 다 떨어졌다.
유학 전 1년 내내 한국 IBM 등에서 일하며
허튼 데 한 번도 쓰지 않고 모은 것이었는데...
내 얼굴은 진짜 '동안'이었다.
유학 가기 전만해도.
늘 웃음이 떠나지 않는 순진, 순수 그 자체였는데.
주름이 쌓이기 시작했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는데
학비도, 생활비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미국분에게 연락했다.
내가 장학생 선발 시험을 볼 때
서울 로타리 클럽의 부회장이셨던 분이다.
인상이 참 좋았다.
서울을 떠나오기 전에
그 분이 살던 여의도 집을 딱 한 번 방문했었다.
내 딱한 사정을 그 미국분께 말씀 드렸다.
한국인인 그 클럽 회장께도 전화를 드렸지만
그저 냉냉한 반응만이 돌아왔다.
예상은 했었지만.
도움이 되고 싶다는 표현도 전혀 없었다.
그 미국분은 서울 소재 '미국상공회의소' 등에도
알아 보시겠단다.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나는 마음이 참 답답했다.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데.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다.
애굽(/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끌고
모세가 광야를 헤맬 때
먹을 것이 없자,
그들이 믿는 신 즉, 여호와 하나님은
하늘로 부터 만나와 메추라기를 보내주셨다.
그렇게 자신을 섬기고 따르는 자들을
늘 챙겨 보호하시는 그 아버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그때 내겐 아마도 많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나!'
고민에 고민을 더 하다 보니
이마에 주름살만 나도 모르게 늘어가고 있었다.
헌데 며칠 있다가 그 미국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How much do you need?'
내 귀가 뻔쩍 뜨였다.
'이게 웬 일이야!
어! 장학금 주는 곳을 못 찾았다 하시더니.'
나는 얼른
'Five thousand dollars!'
하고 말씀드렸다.
정말 겁도 없었다.
'천불'도 많은 돈인데
'오천불'하고 말해 버렸으니.
물에 빠져 죽게 될라치면
지푸라기 한 올이라도 붙든다지만
너무 심했나!
그런데 그분은 정확히 그 금액을 며칠 뒤에
수표로 보내주셨다.
수표가 도착했는데도 내게서 연락도 없고,
자신의 은행에서 그 돈이 빠져나가지 않고 있으니
염려가 되셨나보다. 화를 좀 내셨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첫번째 인연을 요약하는 말은
'How much?'이다.
내가 유학 생활 중 가끔 문안 전화를 드리면
그 분이 내게 묻는 첫번째 질문이 바로
'How much?'였다.
늘 그렇게 그분은 내 삶에 관심을 가져 주셨다.
지금은 은퇴하셔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 'How much?'아저씨는 내 아버지가 되셨다.
내가 먼저 'dad', 'son'하자고 한 것이 아니다.
그 분이 내게 그렇게 하기를 원하셨다.
한 번은 미국에 있는 그분 집을 방문하였을 때다.
그 분에겐 친 딸이 한 사람 있는데
그 분 사는 곳에서 3, 40분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
그 딸이 있는 곳을 그분과 그분의 부인과 함께 갔다.
'Arts & Crafts (수공예품)' 전시회에 구경갈 겸해서
갔다. 마침 그 딸은 자신의 친구와 함께 있었다.
그분의 딸은 내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헌데 그 딸은 자신의 친구에게 나를
'This is my Korean brother.'
라고 소개했다. 나는 내심 깜짝 놀랐다.
아마도 그분이 딸에게 자신이 나를 아들처럼
생각한다고 미리 말씀하셨나보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갖는
'이산 가족' 상봉을 그날 했다.
부모님의 생일기념 점심 식사도 나누었고.
나의 미국인 누나가 점심을 샀다.
미래의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또 '가족 상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내가 hosting을 하고 싶다.
아들의 역할을 잘 못하고 있어 정말 죄송스럽다.
나의 그 미국인 아버지는 지금도
미국에서 왕성한 로타리클럽 활동을 하신다.
늘 남 돕는 일 하시는 걸 좋아하는 분이시다.
부인과 결혼하신지 올 해가 꼭 50년 되셨다.
"Happy golden anniversary!"
나는 인간에게 실망을 받을 때마다
그 미국인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외국인인 나를 사랑해주는 아버지.
내가 공부하면서 어려울 때마다
자신의 부인에게 조차 숨기면서 도와주시던 나의 아버지.
그 분을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하늘 아버지의 사랑과 보호하심,
미국인 아버지의 사랑과 도움,
육신의 부모님의 사랑과 성원으로
6년 반에 걸친 힘든 유학 생활 끝에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내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할 무렵
그분 댁을 방문하여
'빌린 돈을 어떻게 갚으면 될까요?'
하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내게 갚지 않아도 되.
자네가 나중에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자네처럼 착하고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을
도와 주면 내게 갚음을 하는 셈이 되는 거야.'
하시면서 활짝 웃어주셨다.
그렇게 그분은 내게
따스하고 자상한 아버지로 다가오셨다.
그 미국인 아버지가 이메일을 보내오셨다.
자신의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시'를 한 편 써서
미국 시인협회에 보냈더니 당선되어서
무슨 상패를 보낸다고 했단다.
참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의 미국인 아버지가 시인이 되셨다.
70세가 넘으신 연세에.
나도 시 쓰기를 즐기는 시인이다.
그래서 내 축하 이메일 속에
'Like father, like son (부전자전)'
이라고 적어 보냈다.
나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 아버지에 대한 시들을 여러 편 쓰고 싶다.
영어로도 쓰고, 우리말로도 쓰고.
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내 마음 속 깊이 감추어져 있는
그 분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시로, 수필로, 소설로 고백하고 싶다.
그토록 착하고 고마운 분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내 미국인 아버지가
거의 모르는 외국인이었던
내게 베푼 순수한 사랑과 관심을
다시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빨리 내게 경제적 여력이 좀 생겼으면 좋겠다.
드리는 기쁨, 나누는 기쁨이
받는 기쁨 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나도 이제 늦게나마 서서히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나누는 그 큰 기쁨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바로 내 미국인 아버지가
자신의 'better half'이자
50년동안 가장 친한 벗인
부인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나를 도와주신 것처럼.
인간이 다른 인간과 나눌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My American Rotarian Dad)
by 김형준
나는 한국인이다. 100%
혼혈은 확실히 아니다.
아버지쪽 분들은 평안북도 선천이 고향이시고,
어머니네 어른들은 충청남도 부여가 고향이시다.
하지만 나는 뚜렷이 고향이라고 말할 만한 곳이 없다.
출생지는 분명 있지만 군인 가족이었던 관계로
태어난 곳에서 만 1년 딱 살고 다른 곳으로 갔다.
그래서 나에게 '고향이 어디세요?'
하며 관심을 가지고 물으시는 분들에게
'제 고향은 대한민국입니다.'라고 대답하고 만다.
안동 찍고, 포천 찍고, 인천 찍고, 진주 찍고,
서울 찍고, 로스앤젤레스 찍고, 양산 찍고...
그렇게 여기 저기를 떠돌며 살았다.
아예 그럴 바에야
전라남북 찍고, 제주 찍고,
충청남북 찍고, 강원 찍고,
경상남북 찍고, 경기 찍고
서울 찍었으면 훨씬 더 좋을 뻔 했다.
"그럼 고향이 진짜로
대한민국 8도강산이 되는 건데."
(*-*) (*-*) (*-*) (*-*) (*-*) (*-*)
씨-익! (미소꽃 피는 예쁜 소리)
(^_^) (^_^) (^_^) (^_^) (^_^) (^_^)
에이! 군인으로 사실 바에야
그렇게 8도 유람을 좀 시켜주시지.."
여하간 고향이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으리라.
그러다 보니 그렇게 대답하면
언듯 이해가 되질 않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어쩌랴. 그것이 내 삶의 진실인데.
내가 사회에서 쓰는 이름은 '김경안'
'쇠 금', '경사 경', '편안할 안'
경상도 안동에서 출생하였고,
경상도의 '경', 안동의 '안'을 따왔다.
물론 한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나는 초등학교 때 부터 안경을 썼다.
내 이름 '경안'을 꺼꾸로 해보시라.
나의 어릴 적 별명이 무엇이었는지는
쉽게 짐작을 하실 수 있을 것이다.
내겐 아버지가 세 분 계신다.
어머니는 딱 한 분 계시고.
오해는 하지 마시길 바란다.
울 엄마가 세 번 시집 가신 건 아니니까. (^-^)
육신의 아버지,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
나를 아들로 대해주시는 미국인 아버지,
대학을 마치고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경제력이 없는 집안의 청년 남녀들이
유학갈 수 있는 길은 장학금을 받는 것이다.
"꿈을 꾸자!"
여기 저기 장학금 소스를 알아보며 다녔다.
암흑 속을 헤집고 다니던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로타리 클럽을 노크하였다.
재수가 좋았나
아님 내 하늘 아버지가 도우셨나.
영어로 모임을 갖는 '서울 로타리클럽'과
인연이 닿아 그네들이 주는
친선 장학금을 1년 받게 되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남가주대학교에 가게 되었다.
유학 생활 1년을 지나갈 무렵
장학금도 떨어지고, 그나마 조금
준비해 간 자금도 다 떨어졌다.
유학 전 1년 내내 한국 IBM 등에서 일하며
허튼 데 한 번도 쓰지 않고 모은 것이었는데...
내 얼굴은 진짜 '동안'이었다.
유학 가기 전만해도.
늘 웃음이 떠나지 않는 순진, 순수 그 자체였는데.
주름이 쌓이기 시작했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는데
학비도, 생활비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미국분에게 연락했다.
내가 장학생 선발 시험을 볼 때
서울 로타리 클럽의 부회장이셨던 분이다.
인상이 참 좋았다.
서울을 떠나오기 전에
그 분이 살던 여의도 집을 딱 한 번 방문했었다.
내 딱한 사정을 그 미국분께 말씀 드렸다.
한국인인 그 클럽 회장께도 전화를 드렸지만
그저 냉냉한 반응만이 돌아왔다.
예상은 했었지만.
도움이 되고 싶다는 표현도 전혀 없었다.
그 미국분은 서울 소재 '미국상공회의소' 등에도
알아 보시겠단다.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나는 마음이 참 답답했다.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데.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다.
애굽(/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끌고
모세가 광야를 헤맬 때
먹을 것이 없자,
그들이 믿는 신 즉, 여호와 하나님은
하늘로 부터 만나와 메추라기를 보내주셨다.
그렇게 자신을 섬기고 따르는 자들을
늘 챙겨 보호하시는 그 아버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그때 내겐 아마도 많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나!'
고민에 고민을 더 하다 보니
이마에 주름살만 나도 모르게 늘어가고 있었다.
헌데 며칠 있다가 그 미국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How much do you need?'
내 귀가 뻔쩍 뜨였다.
'이게 웬 일이야!
어! 장학금 주는 곳을 못 찾았다 하시더니.'
나는 얼른
'Five thousand dollars!'
하고 말씀드렸다.
정말 겁도 없었다.
'천불'도 많은 돈인데
'오천불'하고 말해 버렸으니.
물에 빠져 죽게 될라치면
지푸라기 한 올이라도 붙든다지만
너무 심했나!
그런데 그분은 정확히 그 금액을 며칠 뒤에
수표로 보내주셨다.
수표가 도착했는데도 내게서 연락도 없고,
자신의 은행에서 그 돈이 빠져나가지 않고 있으니
염려가 되셨나보다. 화를 좀 내셨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첫번째 인연을 요약하는 말은
'How much?'이다.
내가 유학 생활 중 가끔 문안 전화를 드리면
그 분이 내게 묻는 첫번째 질문이 바로
'How much?'였다.
늘 그렇게 그분은 내 삶에 관심을 가져 주셨다.
지금은 은퇴하셔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 'How much?'아저씨는 내 아버지가 되셨다.
내가 먼저 'dad', 'son'하자고 한 것이 아니다.
그 분이 내게 그렇게 하기를 원하셨다.
한 번은 미국에 있는 그분 집을 방문하였을 때다.
그 분에겐 친 딸이 한 사람 있는데
그 분 사는 곳에서 3, 40분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
그 딸이 있는 곳을 그분과 그분의 부인과 함께 갔다.
'Arts & Crafts (수공예품)' 전시회에 구경갈 겸해서
갔다. 마침 그 딸은 자신의 친구와 함께 있었다.
그분의 딸은 내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헌데 그 딸은 자신의 친구에게 나를
'This is my Korean brother.'
라고 소개했다. 나는 내심 깜짝 놀랐다.
아마도 그분이 딸에게 자신이 나를 아들처럼
생각한다고 미리 말씀하셨나보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갖는
'이산 가족' 상봉을 그날 했다.
부모님의 생일기념 점심 식사도 나누었고.
나의 미국인 누나가 점심을 샀다.
미래의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또 '가족 상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내가 hosting을 하고 싶다.
아들의 역할을 잘 못하고 있어 정말 죄송스럽다.
나의 그 미국인 아버지는 지금도
미국에서 왕성한 로타리클럽 활동을 하신다.
늘 남 돕는 일 하시는 걸 좋아하는 분이시다.
부인과 결혼하신지 올 해가 꼭 50년 되셨다.
"Happy golden anniversary!"
나는 인간에게 실망을 받을 때마다
그 미국인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외국인인 나를 사랑해주는 아버지.
내가 공부하면서 어려울 때마다
자신의 부인에게 조차 숨기면서 도와주시던 나의 아버지.
그 분을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하늘 아버지의 사랑과 보호하심,
미국인 아버지의 사랑과 도움,
육신의 부모님의 사랑과 성원으로
6년 반에 걸친 힘든 유학 생활 끝에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내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할 무렵
그분 댁을 방문하여
'빌린 돈을 어떻게 갚으면 될까요?'
하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내게 갚지 않아도 되.
자네가 나중에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자네처럼 착하고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을
도와 주면 내게 갚음을 하는 셈이 되는 거야.'
하시면서 활짝 웃어주셨다.
그렇게 그분은 내게
따스하고 자상한 아버지로 다가오셨다.
그 미국인 아버지가 이메일을 보내오셨다.
자신의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시'를 한 편 써서
미국 시인협회에 보냈더니 당선되어서
무슨 상패를 보낸다고 했단다.
참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의 미국인 아버지가 시인이 되셨다.
70세가 넘으신 연세에.
나도 시 쓰기를 즐기는 시인이다.
그래서 내 축하 이메일 속에
'Like father, like son (부전자전)'
이라고 적어 보냈다.
나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 아버지에 대한 시들을 여러 편 쓰고 싶다.
영어로도 쓰고, 우리말로도 쓰고.
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내 마음 속 깊이 감추어져 있는
그 분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시로, 수필로, 소설로 고백하고 싶다.
그토록 착하고 고마운 분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내 미국인 아버지가
거의 모르는 외국인이었던
내게 베푼 순수한 사랑과 관심을
다시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빨리 내게 경제적 여력이 좀 생겼으면 좋겠다.
드리는 기쁨, 나누는 기쁨이
받는 기쁨 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나도 이제 늦게나마 서서히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나누는 그 큰 기쁨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바로 내 미국인 아버지가
자신의 'better half'이자
50년동안 가장 친한 벗인
부인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나를 도와주신 것처럼.
인간이 다른 인간과 나눌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