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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부른 소나기"

신동일 12 1401
청정원 사외보(격월간)팀에서 짧은 글을 청탁 받았습니다. 다음 호 테마기획으로 "내 마음을 적신다, 소나기"라는 주제를 잡았다 하네요. "내마음의노래"와 "소나기"를 합쳐 놓은 듯 하지요? 내마노 관련된 일이니 먼저 소개해 드려도 되지 않을까 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혹시 이 잡지 받아 보시는 분 계시면 다음 호를 찾아봐 주세요. ^^

추가로 제가 "낭만음악"이라는 음악학 전문 계간지에 신작 소개하는 글을 연재하고 있는데, 가을호에 연가곡 <소나기>를 소개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부터 <소나기> 지방 공연을 하려고 운영자님과 기획팀에서 알아보고 있는데, 내년까지 연가곡 <소나기>가 잘 자라나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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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부른 소나기

글: 신동일

올해 상반기는 “소나기”와 함께 보낸 것 같다. 인터넷 가곡동호회인 내마음의노래(www.krsong.com)에서 매년 내놓고 있는 청소년을 위한 창작가곡집 네 번째 음반을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를 테마로 하여 연가곡을 만든 것이었다. 이 작업의 총감독을 맡아 기획단계에서부터 녹음 작업의 세부 진행을 맡아서 하고 공연 제작을 총지휘다. 작년 가을부터 작업을 시작했고, 지난 5월30일 완성된 음반을 선보이며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12명의 시인과 12명의 작곡가가 공동창작으로 연가곡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줄거리를 가진 연작 가곡 형태인 연가곡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나 슈만의 <시인의 사랑>과 같은 대표적인 작품을 봐도 연가곡은 보통 한 사람의 시인이 쓴 작품에 한 사람의 작곡가가 곡을 붙이는 게 보통이다. 더욱이 개인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공동창작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이번 작업은 많은 시인과 작곡가들이 서로 양보해 협력해 가면서 절묘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반주도 기존의 가곡처럼 피아노만 사용한 게 아니라 전자악기인 신서사이저를 같이 쓰면서 좀 더 색깔 있는 작품으로 청소년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했다.

공연 역시 일반적인 가곡발표회와 다르게 무대도 꾸미고 노래 사이 사이에 배우들이 등장해서 <소나기>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극으로 엮어 나가기도 했고, 노래를 부른 성악가들도 턱시도와 드레스 대신 자유로운 복장으로 드라마와 노래를 하나의 호흡으로 연결하면서 관객에게 한걸음 가까이 가려고 노력했다. 여러 날 밤을 새며 녹음한 음반과 공연 모두 노력한 만큼의 호응을 얻었기에 보람을 느낀다.

이번 작업을 위해 몇 십 년 만에 황순원의 <소나기>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자연스레 어린 시절을 다시 떠올렸다. 특히 내겐 ‘소나기’하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수유동 집에서 미아동 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다녔다. 근데 어느 날 버스비를 안 갖고 와서 집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수업 마칠 때 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비가 금방 그칠 지 어떨지 알 수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그냥 비를 맞으며 울면서 집까지 걸어갔다. 나중에 어머니에게 참 미련하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지금도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한 편이다.

대학 때는 내 멋에 겨워 비를 맞고 다니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소나기>를 꺼내 들고 추억에 잠겨 본다.
12 Comments
정영숙 2009.06.16 20:13  
신동일님, 노래로 부르는 소나기를 듣고싶은데 여기는 먼곳이라서 -----지방공연때 마산도오세요.
축하합니다.
신동일 2009.06.17 03:37  
아, 선생님은 마산에 계시군요. 마산도 저희 회원이 많아서 고려 중입니다. 근데 자체기획으로 내려갈 형편은 아니어서 초청해 줄 곳을 물색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솔밭길 2009.06.16 21:55  
음악 감독 너무 잘 하시고
작곡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고
더구나 이렇게 글까지 잘 쓰시면
보는 사람 질투합니데이~~~~^^
신동일 2009.06.17 03:38  
애고, 별말씀을요.. 글도 글 나름이죠. 저는 노랫말을 좀 쓸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음악친구♬ 2009.06.17 19:34  
미국 뉴욕에서 기자생활을 했을 정도의 실력이니 글 솜씨야 당근이겠죠~
근데 신동일샘은 말을 잘 못하니 신이 불공평한것만도 아닌거 같아요 ㅋㅋ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원고까지 잘 쓰셨어요
청정원이면 혹시 원고료 대신에 고추장?!!!ㅋㅋ

소나기가 잘 이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소나기 추억에 젖었음 좋겠어요.^^
신동일 2009.06.18 18:13  
음, 진짜로 원고료는 없고(매수가 너무 적어서 돈 주기가 민망한가 봐요) 선물을 준다고 하더군요. ㅋㅋ
Schuthopin 2009.06.18 00:51  
만능이신 신동일님...

글까지 맛갈스럽게 쓰시고...
이번 소나기는 추억어린 멋진 작품입니다.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신동일 2009.06.18 01:17  
뭐 일단 지면이 제공되니 홍보삼아 글이라도 써야죠.. ^^;;

저도 감사합니다.
鄭宇東 2009.06.18 10:46  
이글 또한 한편의 명문수필입니다.
앞서 인사해 준 여러분들의 칭찬가지고도 아직 모자랍니다.
앞으로의 신동일선생님의 내마노와 음악계의 활약상에 기대가 큽니다.
신동일 2009.06.18 18:11  
선생님, 저번에 잘 들어가셨죠? 댁까지 모셔다 드렸어야 했는데...

늘 관심 가져주시고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미숙 2009.06.23 11:38  
물 흐르 듯 글도 잘 쓰시는 신동일 선생님!
건조한 정서에 소나기를 뿌려주실 계기가 마련되었다니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입니다.
좋은 문화.. 아름다이 펼쳐주시니
저도 요즘 '소나기'로 행복한 나날입니다~
신동일 2009.06.23 20:09  
장미숙 선생님, 잘 지내시죠? 오랜만에 작업 같이 하게 되어서 반가왔는데, 공연 때는 정신 없어서 인사만 드리고 말았네요.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소나기"로 행복하시다니 감사한 일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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