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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의 노래20주년/ 한국가곡합창단 제12회 정기연주회 공연 후기

송인자 2 2221
내마음의 노래20주년/ 한국가곡합창단 제12회 정기연주회

추억, 임을 위한 노래
(2016년 9월 30일. 금요일)

기상 관측이래 가장 더웠다는 한여름의 열기도 어느 정도 물러갔는지 날이 선선했습니다. 오후 4시30분, 전 합창단원이 ‘광진나루아트센터’ 2층 대기실에 모여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늘 그렇듯 목소리도 가라앉고 힘이 들어가 있었지요. 특히 평소와 달리 베이스 파트가 소프라노 뒤에 바짝 붙어서 어찌나 우렁찬(?)소리를 내던지... 정신 잘 붙들고 있어야 했습지요.

5시경, 클래식500 지하의 식당에서 가볍게 석식을 들고 다시 대기실로 모였습니다. 여성들은 은은한 황금빛 드레스, 남성들은 검은 정장에 자주색 나비넥타이의 무대의상으로 갈아입고서 6시30분까지 촬영 타임을 가지며 쉬었습니다. 신상린님은 전문가용 카메라를 가져와 줄서는 많은 사람들을 예쁘게 찍어주셨지요. 저도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는 생각에 이쪽저쪽에 붙어 많이 찍었습니다.

6시30분경, 무대에 올라 리허설을 마치고 또다시 대기했다 1부 연주곡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서 진행위원들의 신호에 따라 첫무대를 장식하러 무대에 올랐습니다.

1부. 추억, 내 마음의 노래

무대는 줄지어 서있는 둥근 등과 초록의 키 작은 나무와 풀, 꽃 등으로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무대 작업에 참석하신 모든 분 고맙습니다.^^ 500석이라는데 1층 객석은 모두 찼고, 2층도 거의 들어찬 모습이라 뿌듯했습니다.

합창단의 첫 곡인 ‘그리움’과 ‘나팔꽃’은 그런대로 무난했는데, ‘별이 되어 남은 사랑’은 갑자기 돌림노래처럼 되어버려 황당했습니다. 평소에도 지휘와 상관없이 느리게 부르는 분들이 계셨는데, 일부에서 지휘자님을 쳐다보지 않았던지 유감없이 그걸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지휘자님도 잠시 당황한 듯 했으나 ‘이제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합창단 퇴장 후, 저는 살짝 빠져나가 객석으로 들어갔습니다. 출연진이라는 신분 덕분에 잠겨있던 문을 열어주더군요.

김민경 반주자님의 유려한 피아노 반주와 이강산님의 해금, ㅇㅇㅇ님의 첼로에 맞춰 바리톤 송기창님의 차분한 연주가 있었습니다. ‘첫눈 오는 밤’ ‘소년의 노래’ 시작 전, 2008년 연주했던 가곡뮤지컬 ‘소나기’의 장면들을 보여줬습니다. 쏟아지는 빗속에 소년과 소녀가 비를 피하는 원두막 풍경 등 이 정겨웠습니다.

소프라노 유미자님은 늘 그렇듯 볼륨 좋은 몸매를 드러내는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등대별’을 불렀습니다. 다음 순서 테너 이재욱님은 멋진 목소리로 ‘나무와 새’ ‘혼자서 그리는 마음’ 2곡을 연주했습니다. ‘혼자서 그리는 마음’ 김빛나님의 플루트 전주가 유난히 맑고 아름다웠습니다.

네 번째 연주자는 소프라노 임청화님의 ‘문경새재’라는 국악 곡이었는데 단연 최고였습니다. 드레스처럼 개량된 보라색 한복도 아름다웠고 오초롱님의 피리연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작곡가 조원경님이 등장해 사회를 봤습니다. 객석에서 “사회자가 지각했나 봐”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건 말건 그녀의 날씬한 몸매와 푸른 드레스는 아름다웠습니다

1부 마지막 순서로 대교TV어린이합창단이 새하얀 단복에 악보 없이 등장해 ‘푸른 꿈을 꾸는 새’, ‘꿈 바라기’ 2곡을 연주했는데, 잘 훈련된 듯 박자도 느려지지 않았고 상큼했지요. 아이들의 목소리는 어찌나 청아하던지 시원한 음료수를 들이 킨 기분이었습니다. 관객들도 처음으로 환호가 섞인 박수를 보냈습니다.

<15분 휴식>

2부. 임을 위한 노래

시작 전, 한은숙님시/한성훈님곡 ‘별이 되어 남은 사랑’이 배경음으로 은은히 깔리고, 화면에는 김동진님 등 지금은 고인이 된 선생님들 모습과 가을 풍경을 보여줬습니다.

어둠 속에 흰 옷을 입은 ‘고석진’님이 징을 거꾸로 들고서 두드리며 상여소리로 등장하자 무대 위의 둥근 등에 하나, 둘, 셋, 넷.... 불이 켜졌습니다. 상여소리는 우리들 어릴 적, 호기심과 두려움 속에 들었던 소리로, 지금 도회에서는 접할 수 없는 퍼포먼스였지요. 일명 ‘만가’는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면서 산 사람에게는 액이 들지 말고 복만 들기를 기원 한답니다.

소리를 하는 동안 좌측에서는 누런 상복차림의 정현화씨 조용히 등장했습니다. 정현화 총무는 자신이 퍼포먼스에 참여함을 자랑스레 전하며 “말이 없어 참 다행이다”고 하더니 역시나 대사는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그는 객석을 향해 큰 절을 하고 설치된 좌석에 착석했다. 상여소리 공연이 끝나자 퇴장했습니다.

곧이어 고석진님의 ‘모듬 북’ 연주가 시작 되었습니다. 온 몸을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힘 있게 북을 두드리다 북채를 들고 허공에서 정지, 또다시 자지러지게 북을 두드리며 자신감 넘치는 연주를 했습니다.

귀가 길에 울 사위가 어느 큰 공연장에서 고석진씨 공연을 봤다더군요. 그러자 너무 시끄러워 시간을 1/3정도로 줄였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던 공연이 갑자기 대단케 생각되더군요. 사람 맘 참 간사합니다.^^

다음 무대가 시작되기 전 사회자가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는 ‘내 마음의 노래ㆍ우리가곡운동본부와 합창단’의 연혁에 대해 간략한 보고와 함께 찬사의 멘트를 날렸습니다.

이어서 테너 이재욱님의 ‘느티나무’연주가 있었는데 그는 가사를 너무 많이 틀렸습니다. 다른 가사를 붙인 게 아니라 그냥 어물거리며 넘기니까 더 티가 났습니다. 어느 성악가가 일주일에 평균 신곡 3개의 가사를 암기해야 해서 힘들다 했다던 말이 떠올라 저는 이해가 됐지만, 빔에 가사가 떴기 때문에 곁에 앉은 고교생 정도의 남자 애들이 쿡쿡 웃어서 민망했습니다. 가사가 나오니 좋은 점도 많지만 나 자신도 눈이 공연자는 보지 않고 자꾸 화면으로 가니 그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정우동선생님이 화면에 뜨고, 합창단원이자 시인인 낭송가 한은숙님이 등장해 김춘수님의 ‘꽃’을 낭송했습니다. 그녀의 애잔한 목소리로 시 낭송을 들으니 행사가 더욱 고품격으로 느껴졌습니다.

소프라노 임청화님, 이번에는 흰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해 김규환님의 ‘남촌’과 ‘낙엽’을 열창했는데, ‘남촌’은 대중성이 있어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듯했습니다. 1부에 비해 2부는 귀에 익은 정겨운 곡들이 많았습니다.

뒤이은 송기창님의 ‘압해도’와 유미자님의 ‘아침이슬처럼’ ‘오늘은’은 듣지 못하고 서둘러 대기실로 갔더니 연습 중이었고, 곁에 선 민금주님, 어디 갔다 왔느냐고 속삭이더군요.

합창단의 2부 연주곡은 테너 정현수님과 함께한 ‘혼자 떠나는 새’ ‘오솔길에서’ ‘황홀한 기다림’이었습니다. 소프라노 중 일부가 ‘황홀한 기다림’에서 또다시 느려지기에 저도 거기에 맞추었는데, 다른 분들도 같은 생각이었던지 느려지긴 했어도 더 이상 돌림노래는 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김동진님 곡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은 출연진 전체와 객석이 한마음으로 열창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순서가 끝나고 여러 컷의 단체사진을 찍고 공연을 마쳤습니다.

이번 연주회는 한국가곡합창단 40여명, 부천온새미로합창단원 30여명, 총 74명으로 무대가 꽉 찼습니다. 윤교생 지휘자님 단원들 숫자에 무척 고무되신 듯 보였지요. 우리 모두 내년부터는 한국가곡합창단원만으로도 꽉 찬 무대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함께 무대를 빛내주신 부천온새미로 단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우리 가족들 음악은 뭐니뭐니해도 합창이 최고라며 무한 찬사를 해 흐뭇했습니다^^ 가족과 촬영을 하고 1층으로 내려갔더니 정우동선생님의 ‘거꾸로 쓰는 이력서’라는 유작을 주셨습니다.

정우동선생님은 정말 정말 가곡을 사랑하시는 분으로, 모든 가곡 연주회장에 빠짐없이 등장하셨던 분이지요. 아주 오래 전에는 과천시민회관 합창단 연습실에 수시로 오셔서 말없이 앉아 계시다가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나가곤 하셨지요. 특히 취미가 글쓰기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제게 늘 따뜻하게 대해주셨기에 화면에서 생전 모습을 뵙자 가슴 아팠습니다.

토요일인 오늘 결혼식 2건과 병문안을 마치고 돌아와 피곤했지만 선생님 책에서 ‘우리 가곡 부르기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라는 글을 시작으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 ‘한자로 된 순 우리말’등 단숨에 10여 편을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반듯한 성품,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들이었습니다.

늘 좋은 프로그램으로 가곡 보급에 힘쓰시는 정동기운영자님, 황인옥 연출자님 이하 모든 분, 특히 울 윤교생 선생님, 박은영 반주자님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연휴 잘 보내시고 다음 연습 때 건강한 모습으로 얼굴 봅시다.
이상 송인자 보고 마칩니다. ^^
2 Comments
송인자 2016.10.04 19:59  
정동기운영자님, 이곳에 공연 후기 올리는 걸 깜박했지 뭡니까.
합창단 카페도 들어오시겠지.... 하는 생각만 했었네요.^^
늦었지만 약속 지켰습니다. ^^
운영자 2016.10.05 10:29  
송인자님 감사합니다.
합창단 카페에서 읽긴 했지만 여기서 보니 또 새롭습니다.,
연주회의 피로도 잊고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니 활기가 도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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