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병원에서 시작하다
추석 연휴를 병원에서 시작하다
권선옥(sun)
추석 연휴를 앞두고 9월 24일 금요일.
지난 24일 금요일에 수업을 마치고 경대병원으로 가서 입원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제주도고등어를 단체로 주문한 것이 있는데 그냥 차에 둘 수가 없어서 들고는 병실로 들어섰습니다. 스치로폴의 상자에서 내용물을 떡하니 꺼내어 병실 냉장고의 냉동고에 집어 넣었습니다.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하게 ... . 그리고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후에 듣던 강의도 빠지지 않고 들으러 갔습니다. 간호사실에 보고하지 않고 갔다는 이유로 야단도 맞았습니다.
명절 연휴라 환자들도 가급적 퇴원하는 분위기인데 저는 꺼꾸로입니다. 누군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공간으로 산사의 선방과 병원의 병실과 교도소의 감방, 세 곳을 꼽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입천장에 작은 물혹이 생겼는데 그냥 입안으로 치료를 하든지 수술을 하면 될 터인데 무어 수술이냐고 했더니, 입천장 살은 찢어지면 새 살이 잘 돋아나지도 않고 잘 아물지도 않는다고했습니다. 그래서 콧속으로 혹은 윗잇몸을 뚫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입천장 수술하려 병원에 들어 갔다가 피검사 한 번 하고 밥 4끼 먹고 이틀 죽치다 퇴원했습니다. 창문 아래에 있는 장례식장 구경을 하면서... .한 달 전부터 추석연휴를 기다려 수술을 할려고 했는데 순환기내과와 구강외과와의 사인이 맞질 않아서 가련한 이 병자만 모든 계획이 뒤죽박죽입니다. 그래서 추석 연휴에 이어 3일 정도 병가를 낼 수도 있지만 겨울 방학으로 미뤘습니다.
제가 먹는 항응고제를 이틀 전부터 중단하고 입원하라고 했으면 될 걸 ... .금요일 입원하는 날 오후 4시에도 항응고제 쿠마딘을 4mg 복용을 했습니다.구강외과 의사의 말에 의하면 PT 수치가 높아서 추석연휴가 끝나는 수요일에도 수술이 어렵고 목요일에나 수술을 해야겠다고 하더군요. 출혈이 심할 것 같아서 이틀 정도 더 관찰해야 한다구요.
병가는 일 년에 일 주일 정도 가능하지만 다음 주가 중간고사인데 전혀 대비를 하지 못 한 상태여서 그냥 퇴원해 버렸습니다. 좀 서운하더군요. 수술 못 해서 서운한 것보다 장례식장이 점점 익숙해지는 나의 도(道) 터진 심성이 기특하고, 세 사람만 입원한 깨끗한 병실에서 밥하고 청소할 걱정 안 하고 누워서 게기고 책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좋더군요. 병실에 아무도 따라오지 말라고 했습니다.혼자서 수술하고 내 몸 내가 챙기고 돈 지불하고 퇴원하겠다고... .
그런데 후.후. 후. 같은 병실에 있는 구강악면을 수술한 24세의 간호사 아가씨. 일 년 반 전부터 병원에 다니다가 그저께 주걱턱을 깎는 수술을 받았는데 옆에서 갑상선 수술하신 아주머니의 말에 의하면 처음에 병원에 들어올 때는 턱이 쑤-욱 나온 것이 무슨 아가씨가 저렇게 생겼지 했는데, 수술 후에는 마치 중학생처럼 애띤 예쁜이로 변했답니다. 수술비는 950만원 정도이지만 이후의 10개월 더 관리해야 하는 비용까지는 전후 진료비가 총3000만원이 든다더군요.
아무튼 돈이야 많이 들었겠지만 지금까지 느꼈을 그 컴플렉스는 사라질 테니까 아마 날아갈 듯 하겠지요.
저는 어제 저녁 무렵 수원에서 온 친구 정현숙이네 가족들과 팔공산 갓바위에 올랐다가 현숙이 따라서 108배를 했습니다. 저야 성당에 다니지만 갓바위 부처님상이야 울산에서까지 관광버스로 민생들이 절을 하고 공경하는 위대한 불상이 아닙니까. 그래서 편 가르지 않고 윗몸 일으키기 운동하던 실력으로 현숙이보다 훨씬 빨리 해치웠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이 노곤해지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아이들과 아이들 아빠는 큰댁으로 시아버님 제사 모시러 떠나고 저 혼자 늘어지게 자다가 오후 2시 반에 아침 겸 점심을 먹었더니 살이 자꾸만 빠지는군요.
... 그리고... 또...
서두르느라 운전 중 휴대폰 사용하다 벌금 6만원 딱지 떼이고.
...
아무튼 그랬습니다.
... ... 추석 잘 보내시고 지금 대구에는 달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모든 사람들이 보름달처럼 두루두루 복 많이 받았으면..... 좋은 날...!
<저녁이 되어 병실에서 내려다뵈는 장례식장 풍경 - 2004. 9. 26. - 사진1. sun>
<한밤중에 병실에서 내려다뵈는 장례식장 풍경- 2004. 9. 26. - 사진2. sun>
<새벽녘 병실에서 바라다 뵈는 교회당 - 2004. 9. 26. - 사진3. sun>
<새벽녘 병실에서 바라다 뵈는 교회당 - 사진4. sun>
<병실에서 보이는 장례식장 앞 : 새벽- 2004. 9. 26. - 사진5. sun>
<병실에서 보이는 장례식장 앞 : 오가는 상제들- 2004. 9. 26. - 사진6. sun>
<병실에서 보이는 장례식장 앞 : 망자(亡者)와 함께 길을 떠나는 꽃들- 2004. 9. 26. - 사진7. sun>
<병실에서 보이는 장례식장 앞 : 새벽녘 망자를 보내는 시선들- 2004. 9. 26. - 사진8. sun>
<그 순간에도 3층의 굳게 잠긴 방사선실 : 보이지 않는 암환자들- 2004. 9. 26. - 사진9. sun>
권선옥(sun)
추석 연휴를 앞두고 9월 24일 금요일.
지난 24일 금요일에 수업을 마치고 경대병원으로 가서 입원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제주도고등어를 단체로 주문한 것이 있는데 그냥 차에 둘 수가 없어서 들고는 병실로 들어섰습니다. 스치로폴의 상자에서 내용물을 떡하니 꺼내어 병실 냉장고의 냉동고에 집어 넣었습니다.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하게 ... . 그리고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후에 듣던 강의도 빠지지 않고 들으러 갔습니다. 간호사실에 보고하지 않고 갔다는 이유로 야단도 맞았습니다.
명절 연휴라 환자들도 가급적 퇴원하는 분위기인데 저는 꺼꾸로입니다. 누군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공간으로 산사의 선방과 병원의 병실과 교도소의 감방, 세 곳을 꼽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입천장에 작은 물혹이 생겼는데 그냥 입안으로 치료를 하든지 수술을 하면 될 터인데 무어 수술이냐고 했더니, 입천장 살은 찢어지면 새 살이 잘 돋아나지도 않고 잘 아물지도 않는다고했습니다. 그래서 콧속으로 혹은 윗잇몸을 뚫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입천장 수술하려 병원에 들어 갔다가 피검사 한 번 하고 밥 4끼 먹고 이틀 죽치다 퇴원했습니다. 창문 아래에 있는 장례식장 구경을 하면서... .한 달 전부터 추석연휴를 기다려 수술을 할려고 했는데 순환기내과와 구강외과와의 사인이 맞질 않아서 가련한 이 병자만 모든 계획이 뒤죽박죽입니다. 그래서 추석 연휴에 이어 3일 정도 병가를 낼 수도 있지만 겨울 방학으로 미뤘습니다.
제가 먹는 항응고제를 이틀 전부터 중단하고 입원하라고 했으면 될 걸 ... .금요일 입원하는 날 오후 4시에도 항응고제 쿠마딘을 4mg 복용을 했습니다.구강외과 의사의 말에 의하면 PT 수치가 높아서 추석연휴가 끝나는 수요일에도 수술이 어렵고 목요일에나 수술을 해야겠다고 하더군요. 출혈이 심할 것 같아서 이틀 정도 더 관찰해야 한다구요.
병가는 일 년에 일 주일 정도 가능하지만 다음 주가 중간고사인데 전혀 대비를 하지 못 한 상태여서 그냥 퇴원해 버렸습니다. 좀 서운하더군요. 수술 못 해서 서운한 것보다 장례식장이 점점 익숙해지는 나의 도(道) 터진 심성이 기특하고, 세 사람만 입원한 깨끗한 병실에서 밥하고 청소할 걱정 안 하고 누워서 게기고 책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좋더군요. 병실에 아무도 따라오지 말라고 했습니다.혼자서 수술하고 내 몸 내가 챙기고 돈 지불하고 퇴원하겠다고... .
그런데 후.후. 후. 같은 병실에 있는 구강악면을 수술한 24세의 간호사 아가씨. 일 년 반 전부터 병원에 다니다가 그저께 주걱턱을 깎는 수술을 받았는데 옆에서 갑상선 수술하신 아주머니의 말에 의하면 처음에 병원에 들어올 때는 턱이 쑤-욱 나온 것이 무슨 아가씨가 저렇게 생겼지 했는데, 수술 후에는 마치 중학생처럼 애띤 예쁜이로 변했답니다. 수술비는 950만원 정도이지만 이후의 10개월 더 관리해야 하는 비용까지는 전후 진료비가 총3000만원이 든다더군요.
아무튼 돈이야 많이 들었겠지만 지금까지 느꼈을 그 컴플렉스는 사라질 테니까 아마 날아갈 듯 하겠지요.
저는 어제 저녁 무렵 수원에서 온 친구 정현숙이네 가족들과 팔공산 갓바위에 올랐다가 현숙이 따라서 108배를 했습니다. 저야 성당에 다니지만 갓바위 부처님상이야 울산에서까지 관광버스로 민생들이 절을 하고 공경하는 위대한 불상이 아닙니까. 그래서 편 가르지 않고 윗몸 일으키기 운동하던 실력으로 현숙이보다 훨씬 빨리 해치웠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이 노곤해지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아이들과 아이들 아빠는 큰댁으로 시아버님 제사 모시러 떠나고 저 혼자 늘어지게 자다가 오후 2시 반에 아침 겸 점심을 먹었더니 살이 자꾸만 빠지는군요.
... 그리고... 또...
서두르느라 운전 중 휴대폰 사용하다 벌금 6만원 딱지 떼이고.
...
아무튼 그랬습니다.
... ... 추석 잘 보내시고 지금 대구에는 달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모든 사람들이 보름달처럼 두루두루 복 많이 받았으면..... 좋은 날...!
<저녁이 되어 병실에서 내려다뵈는 장례식장 풍경 - 2004. 9. 26. - 사진1. sun>
<한밤중에 병실에서 내려다뵈는 장례식장 풍경- 2004. 9. 26. - 사진2. sun>
<새벽녘 병실에서 바라다 뵈는 교회당 - 2004. 9. 26. - 사진3. sun>
<새벽녘 병실에서 바라다 뵈는 교회당 - 사진4. sun>
<병실에서 보이는 장례식장 앞 : 새벽- 2004. 9. 26. - 사진5. sun>
<병실에서 보이는 장례식장 앞 : 오가는 상제들- 2004. 9. 26. - 사진6. sun>
<병실에서 보이는 장례식장 앞 : 망자(亡者)와 함께 길을 떠나는 꽃들- 2004. 9. 26. - 사진7. sun>
<병실에서 보이는 장례식장 앞 : 새벽녘 망자를 보내는 시선들- 2004. 9. 26. - 사진8. sun>
<그 순간에도 3층의 굳게 잠긴 방사선실 : 보이지 않는 암환자들- 2004. 9. 26. - 사진9. 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