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추석 연휴를 병원에서 시작하다

별헤아림 18 1210
추석 연휴를 병원에서 시작하다
권선옥(sun)

추석 연휴를 앞두고 9월 24일 금요일.
지난 24일 금요일에 수업을 마치고 경대병원으로 가서 입원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제주도고등어를 단체로 주문한 것이 있는데 그냥 차에 둘 수가 없어서 들고는 병실로 들어섰습니다. 스치로폴의 상자에서 내용물을 떡하니 꺼내어 병실 냉장고의 냉동고에 집어 넣었습니다.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하게 ... . 그리고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후에 듣던 강의도 빠지지 않고 들으러 갔습니다. 간호사실에 보고하지 않고 갔다는 이유로 야단도 맞았습니다.
명절 연휴라 환자들도 가급적 퇴원하는 분위기인데 저는 꺼꾸로입니다. 누군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공간으로 산사의 선방과 병원의 병실과 교도소의 감방, 세 곳을 꼽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입천장에 작은 물혹이 생겼는데 그냥 입안으로 치료를 하든지 수술을 하면 될 터인데 무어 수술이냐고 했더니, 입천장 살은 찢어지면 새 살이 잘 돋아나지도 않고 잘 아물지도 않는다고했습니다. 그래서 콧속으로 혹은 윗잇몸을 뚫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입천장 수술하려 병원에 들어 갔다가 피검사 한 번 하고 밥 4끼 먹고 이틀 죽치다 퇴원했습니다. 창문 아래에 있는 장례식장 구경을 하면서... .한 달 전부터 추석연휴를 기다려 수술을 할려고 했는데 순환기내과와 구강외과와의 사인이 맞질 않아서 가련한 이 병자만 모든 계획이 뒤죽박죽입니다. 그래서 추석 연휴에 이어 3일 정도 병가를 낼 수도 있지만 겨울 방학으로 미뤘습니다.
제가 먹는 항응고제를 이틀 전부터 중단하고 입원하라고 했으면 될 걸 ... .금요일 입원하는 날 오후 4시에도 항응고제 쿠마딘을 4mg 복용을 했습니다.구강외과 의사의 말에 의하면 PT 수치가 높아서 추석연휴가 끝나는 수요일에도 수술이 어렵고 목요일에나 수술을 해야겠다고 하더군요. 출혈이 심할 것 같아서 이틀 정도 더 관찰해야 한다구요.
병가는 일 년에 일 주일 정도 가능하지만 다음 주가 중간고사인데 전혀 대비를 하지 못 한 상태여서 그냥 퇴원해 버렸습니다. 좀 서운하더군요. 수술 못 해서 서운한 것보다 장례식장이 점점 익숙해지는 나의 도(道) 터진 심성이 기특하고, 세 사람만 입원한 깨끗한 병실에서 밥하고 청소할 걱정 안 하고 누워서 게기고 책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좋더군요. 병실에 아무도 따라오지 말라고 했습니다.혼자서 수술하고 내 몸 내가 챙기고 돈 지불하고 퇴원하겠다고... .

그런데 후.후. 후. 같은 병실에 있는 구강악면을 수술한 24세의 간호사 아가씨. 일 년 반 전부터 병원에 다니다가 그저께 주걱턱을 깎는 수술을 받았는데 옆에서 갑상선 수술하신 아주머니의 말에 의하면 처음에 병원에 들어올 때는 턱이 쑤-욱 나온 것이 무슨 아가씨가 저렇게 생겼지 했는데, 수술 후에는 마치 중학생처럼 애띤 예쁜이로 변했답니다. 수술비는 950만원 정도이지만 이후의 10개월 더 관리해야 하는 비용까지는 전후 진료비가 총3000만원이 든다더군요.
아무튼 돈이야 많이 들었겠지만 지금까지 느꼈을 그 컴플렉스는 사라질 테니까 아마 날아갈 듯 하겠지요.

저는 어제 저녁 무렵 수원에서 온 친구 정현숙이네 가족들과 팔공산 갓바위에 올랐다가 현숙이 따라서 108배를 했습니다. 저야 성당에 다니지만 갓바위 부처님상이야 울산에서까지 관광버스로 민생들이 절을 하고 공경하는 위대한 불상이 아닙니까. 그래서 편 가르지 않고 윗몸 일으키기 운동하던 실력으로 현숙이보다 훨씬 빨리 해치웠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이 노곤해지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아이들과 아이들 아빠는 큰댁으로 시아버님 제사 모시러 떠나고 저 혼자 늘어지게 자다가 오후 2시 반에 아침 겸 점심을 먹었더니 살이 자꾸만 빠지는군요.
... 그리고... 또...
서두르느라 운전 중 휴대폰 사용하다 벌금 6만원 딱지 떼이고.
...
아무튼 그랬습니다.

... ... 추석 잘 보내시고 지금 대구에는 달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모든 사람들이 보름달처럼 두루두루 복 많이 받았으면..... 좋은 날...!



very0228_1096386731_1.jpg
<저녁이 되어 병실에서 내려다뵈는 장례식장 풍경 - 2004. 9. 26. - 사진1. sun>

very0228_1096382152_2.jpg
<한밤중에 병실에서 내려다뵈는 장례식장 풍경- 2004. 9. 26. - 사진2. sun>

very0228_1096384058_1.jpg
<새벽녘 병실에서 바라다 뵈는 교회당 - 2004. 9. 26. - 사진3. sun>

very0228_1096383807_1.jpg
<새벽녘 병실에서 바라다 뵈는 교회당 - 사진4. sun>

very0228_1096388043_1.jpg
<병실에서 보이는 장례식장 앞 : 새벽- 2004. 9. 26. - 사진5. sun>

very0228_1096388043_2.jpg
<병실에서 보이는 장례식장 앞 : 오가는 상제들- 2004. 9. 26. - 사진6. sun>

very0228_1096388043_3.jpg
<병실에서 보이는 장례식장 앞 : 망자(亡者)와 함께 길을 떠나는 꽃들- 2004. 9. 26. - 사진7. sun>

very0228_1096388044_4.jpg
<병실에서 보이는 장례식장 앞 : 새벽녘 망자를 보내는 시선들- 2004. 9. 26. - 사진8. sun>

very0228_1096384556_3.jpg
<그 순간에도 3층의 굳게 잠긴 방사선실 : 보이지 않는 암환자들- 2004. 9. 26. - 사진9. sun>
18 Comments
평화 2004.09.29 18:37  
  별헤아림님!
입천장에 물혹이나서 추석 명절을 병원에서 보내시느라 많이 힘드셨겠군요. 수술을 하였더라면 좋았을것을 겨울방학때까지 미뤄야만 하시니
그때까지 기다릴려면 또 힘드실텐데 그래도 님께선 잘 극복하시고
건강을 되찾으시길 믿습니다.

아름다운님께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과 평화가 늘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힘내요!!! *^-^*
바다 2004.09.29 18:48  
  그렇잖아도 내심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되었군요.
모든 것을 초월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삶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 외로운 시간에 동무가 되어준 디지털 카메라가 고맙네요.
추석연휴에 어느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을 하신
별헤아림님의 건강한 삶에 박수를 보냅니다.
정우동 2004.09.29 19:59  
  성당에 다니면서도 팔공산 부처님께 108배 절하는,
옳게옳게 마음을 다스려서 도(道)가 탁 터진 별헤아림님의
수도하기 좋은 세 공간의 추천은 정말 수긍이 갑니다.

수 많은 대덕 고승님들의 도 깨친 도량이 그렇고
토마스 만이 魔의 山을 쓴것이 부인이 입원한 병원 견문에서였고
지금도 오늘의 고전으로 젊은이들에게 널리 읽히는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20년 20일간의 옥살이 선물이었음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서들비 2004.09.30 00:11  
  어려움을 좋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은 참 부자십니다.
그렇게 미루어도 큰 문제는 없나보군요.
암튼,
얼렁 건강해 지시기 바랍니다.
자 연 2004.09.30 10:20  
  왜 ...
별을 헤아려야 하는지 ...
깨우쳐 주신 님의 쾌차를 바랍니다...

일상 골목길에서 막다 뜨리는 일중
자신의 종교의 담치고 사는 이웃이며 친지들 보며...
답답증에 시달리는 이 중생
멋있는 님의 사고에 찬사드립니다...
상호 존중부터 배워야 - 종교 믿을수는 라이센스 주도록하지요...
허 허 ...님께 긴급동의 드리고 싶네요...

건강 바탕위에 모든게 있음이니
건심 하셔 건강 얼른 찾으시길 기원 합니다...
존 글 고맙습니다 !!
sun 2004.09.30 11:53  
  늘 제게 신심을 깨우쳐 주시는 평화님..!
제 홈의 사랑방에 올려 주신 글
늘 읽어 반복해서 읽어 봐도 짜-안 해지던 글
날려 버려서 속상하답니다....^^*
sun 2004.09.30 12:05  
  함께 감사드린단 말 한 마디로
오신 님들께 인사드리긴 부족할 정도로
좋은 말씀들을 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그래도 바다님..!
'어느 분이 환자에요?'라는
늘 같은 질문을 받을 수 있음을 신께 감사드립니다. ...^^*
sun 2004.09.30 12:58  
  공연장에서 늘 봉사하시는 정우동님..!
어려움 속에서 의 얻음... .
그래서 때로 '
<신은 공평하다.>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다.">란
말이 설듣력을 갖는지도 모릅니다.
sun 2004.09.30 13:01  
  서들비..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제는 별로 없답니다.
순환기내과에서는
<그냥 내버려면 안되나? 그러면 안 되겠지.>
그랬답니다.
sun 2004.09.30 13:06  
  자연님..!
저도 한 때는 종교적인 문제로 시어머님과 갈등이 많았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늘나라로 소풍 끝내고 돌아갈 날이 가까워 오는 탓인지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가까워 온다고 해도 온 날보다 갈 날이 짧다는 것이지 ~!
한 40년...?  (^^*)
오숙자.#.b. 2004.09.30 21:48  
  권선옥님
구강 수술은 잘 하셨나요,
아픈사람은 아픈사람이 잘 이해한다는데...
나도 지금 회복중입니다
별헤아리님 빨리완쾌하시어 건필 건안하세요.
아름다운시도...
정덕기 2004.10.01 00:06  
  별헤아림님 수고하셨습니다
10월 7일 오후7시에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나기를 바랍니다
더욱 건강에 유의하시고요
음악친구♬ 2004.10.01 00:18  
  아프고 걱정스러우셨을텐데
넓은 마음으로 또 다른 세상을 보셨군요
아무쪼록 수술할때까지 큰 어려움 없길 바랍니다
건강 하세요
^.^
유랑인 2004.10.01 02:31  
  또 하나의 값지고 귀한 경험과 깨달음을 아프시면서 얻으시네요..
속히 쾌차하세요..
별헤아림 2004.10.01 09:57  
  오숙자 교수님 ..!
잇몸 수술하셨단 소식 접했습니다만
안부 말씀도 못 여쭈었습니다...!
늘 뵈어도 가지런하고 예쁜 치아였습니다.
10월 1일 오늘부터 부지런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별헤아림 2004.10.01 10:03  
  정덕기 작곡가님 안녕하세요?
동향이라 더 반가웠습니다.
10월 7일 기다려집니다.
오페라하우스에서 뵙겠습니다...!  ^^*
별헤아림 2004.10.01 10:05  
  음악친구님 운영하시는 옆 사이트에서
동심에 젖을 수 있는 공간 마련하심 축하드립니다.
발전에 발전을 빌며....!
저는 <섬집아기>, <과수원길>을 자주 듣습니다.
별헤아림 2004.10.01 10:08  
  추억을 나누어 주시는 유랑인님..!
전 정서가 불안하여 사진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늘 몇 장 더 찍어서 버릴 건 버리고...!
뵈면 부탁드릴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시길~!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