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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동기 대표, 사재 털어 16년간 가곡 대중화

입력 : 
2011-09-09 14:17:45
수정 : 
2011-09-09 15: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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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무료 사이트 운영…가곡 보유량 KBS보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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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들은 '선구자' '비목'같이 교과서에 나오는 가곡도 잘 몰라요. 자극적인 대중가요만 듣고 자란 청소년들이 갈수록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국내 최대 가곡 감상 사이트 '내 마음의 노래'(www.krsong.com)를 운영 중인 정동기 대표(52)는 "가곡도 국악처럼 자랑스러운 우리 전통 문화 중 일부인데 우리 민족 정서와 역사가 담겨 있는 가곡이 젊은 세대들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운영하는 '내 마음의 노래'는 올해로 16주년을 맞은 국내 최초ㆍ최고의 가곡 감상 사이트다. 회원만 6만3000여 명에 달하고 하루 1000~1300명 정도가 꾸준히 방문한다. 보유하고 있는 가곡은 8000여 곡으로 KBS보다 많은 수준.

정 대표는 '내 마음의 노래' 회원들과 함께 2005년 비영리법인인 '우리가곡운동본부'를 설립해 가곡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우리가곡운동본부는 매년 창작 가곡 연주회를 개최하고 '1인 1애창가곡 갖기' 캠페인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 대표가 우리 가곡과 사랑에 빠진 것은 고교 2년생이던 1976년 가곡 '목련화'(엄정행 노래ㆍ김동진 작곡)를 접한 이후부터다.

"시내 백화점에 구경하러 갔다가 우연히 어느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목련화'를 듣게 됐어요. 가지고 있던 차비 500원을 몽땅 털어 레코드판을 사서 집으로 달려왔죠."

가곡의 아름다운 노랫말과 서정적인 선율에 끌린 정 대표는 그때부터 가곡 음반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졸업하고 직장을 잡은 후에는 방문을 열어놓고 새벽 3~4시까지 가곡을 듣다가 자취방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그의 가곡 사랑은 1996년 36세 늦은 나이로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계속됐다. 대학에서 수업 과제로 홈페이지를 만들던 그는 이왕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우리 가곡을 주제로 사이트를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이트가 바로 '내 마음의 노래'다.

당시는 한국 가곡을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전무했던 상황이라 '내 마음의 노래'는 입소문을 통해 금세 유명해졌다. 회원 등록을 받은 지 10개월 만에 1만 회원을 돌파했고, 오픈 1주년을 기념해 연 음악회는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16년에 걸친 시간 동안 정기적으로 발표회ㆍ가곡교실 등을 개최하면서 '내 마음의 노래'는 국내 최대 가곡 전문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정 대표는 현재 건국대가 운영하는 실버타운 '더클래식 500' 경영지원팀장으로 일하면서 '내 마음의 노래'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그는 직장 생활과 사이트 운영을 병행하느라 매일 새벽 3시에야 잠자리에 든다. 연 600만원가량인 사이트 운영비도 정 대표 사재와 회원들 후원비 등으로 겨우 충당하는 형편.

가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정부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 정 대표는 지난해까지 매년 꾸준히 시와 정부에 공연 운영비 지원을 신청했지만 단 한 차례도 후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같은 전통문화인 국악은 전문방송도 있고 박물관도 있잖아요. 가곡은 다른 예술분야에 비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힘들었던 그를 지탱해준 것은 열성 회원들이었다. 50~60대가 주축인 회원들은 사이트 운영비를 보내주기도 하고, 직접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 '내 마음의 노래'를 통해 가곡을 접하고 성악 레슨을 시작하는 등 제2 인생을 찾았다는 회원이 많다"며 "힘들어도 이런 분들을 보며 가곡 알리기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가곡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활동한 덕분에 한국 가곡계 상황은 많이 개선됐다. 가곡 발표회도 한 달에 4~5회 이상 정기적으로 연다.

[뉴스속보부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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